▲ 이희완씨

퇴직후 매월 5천만원씩 5년간 30억원을 받아먹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최윤수)는 24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장을 지낸 세무법인 대표 이희완(63·구속)씨가 퇴직 후 5년간 SK그룹 계열사에서 매월 5000여만원씩 30억원 이상을 받은 사실을 확인, 이 돈이 재직 당시 세무조사를 무마해준 대가로 퇴직한 뒤에 받은 뇌물인지 수사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2005년 4월~2006년 6월 대기업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 과장과 조사2국장을 지내면서 SK그룹 계열사 3~4곳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였는데, 퇴직한 후 매월 돈을 받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최근 해당 SK 계열사 임원들을 불러 돈을 건넨 명목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SK 계열사에서 이씨에게 건넨 돈이 세무사에게 지급하는 통상적인 자문료로 보기엔 거액인 점을 감안할 때 이 돈 가운데 일부가 이씨를 통해 당시 세무조사에 관여했던 국세청 고위간부들에게 전달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이씨는 SK 계열사 외에 정수기 제조업체인 청호나이스에서도 퇴직 후 매월 500만원씩 3억원가량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돈 역시 사후(事後) 수뢰성 자금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씨는 검찰조사에서 "SK와 청호나이스에서 받은 돈은 모두 정당한 자문료이지 뇌물은 아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고위간부가 퇴직한 뒤 대기업 등으로부터 '자문료' 명목으로 거액을 받은 사실이 검찰에서 적발된 것은 지난 4월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 이어 두 번째다. 검찰은 한 전 청장이 주정업체 3곳에서 받은 6900만원은 뇌물로 봐서 기소했으나, SK 계열사 등 7개 업체에서 받은 6억6000만원은 대가성 규명에 실패해 기소하지 못했다.

이씨는 2006년 6월 조사2국장에서 퇴직한 직후 국내 최대 편입학원인 김영편입학원 김영택(60) 회장으로부터 "조사4국이 진행 중인 세무조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3억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지난 16일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