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아파트, 재산세 턱없이 덜낸다
[경향신문 2005-09-12 11:30]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31평형)의 시세는 지난 10일 현재 7억6천만원으로 올 1월보다 1억9천만원 급등했다. 국세청이 지난 5월 발표한 이 아파트의 기준시가는 시세의 절반가량인 4억2천7백50만원으로 올해 내야 할 재산세는 35만7천원(세금 인상 상한선 50% 적용)이다.
반면 용산구 한남동 리버탑아파트(42평형)의 시세는 4억8천만원으로 올 1월에 비해 3천만원 올랐다. 이 아파트의 기준시가는 3억4천8백50만원으로 올해 내야 할 재산세는 41만5천원이다. 시세는 은마아파트가 리버탑아파트보다 3억원가량 비싼데도 재산세는 오히려 5만8천원이 적다.
11일 국세청에 따르면 강남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값이 싼 강북 아파트가 재산세를 더 많이 내야 하거나, 올들어 가격이 급등한 강남 아파트가 시세에 비해 턱없이 낮은 재산세를 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같은 재산세 부담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게 된 것은 국세청이 올들어 값이 크게 오른 강남 아파트의 기준시가를 재조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준시가를 재조정하지 않아 강남 일부 고가 아파트는 올해 종합부동산세(기준시가 9억원 이상) 부과대상에서 빠져 재산세만 내게 됐다.
국세청은 지난 1월1일을 기준으로 전국 아파트의 시세를 조사한 뒤 5월2일 재산세·양도세·종부세 등의 과표로 활용되는 기준시가를 발표했다. 국세청이 시세를 조사한 지난 1월1일은 아파트 값이 큰 폭으로 떨어진 시점이었다. 그러나 강남 아파트 값은 올 3월부터 급등세를 타기 시작해 5월 말에는 송파·서초·강남구 등 강남지역 대형 아파트 값이 5% 이상 급등했다. 그럼에도 국세청은 “아파트 값 급등지역에 대해서는 기준시가를 수정고시할 것”이라는 방침만을 밝혔을 뿐 기준시가를 재조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강남 아파트들은 시세보다 훨씬 낮은 재산세를 내게 된 반면 값이 오르지 않은 강북 아파트는 시세에 근접한 재산세를 내게 됐다.
실제로 송파구 문정동 훼밀리아파트(43평형)는 현재 시세가 11억원으로 지난 1월에 비해 3억8천만원이나 올랐는데도 기준시가(5억7천2백만원)에 변동이 없어 종부세 대상에서도 제외돼 재산세만 87만1천원 내면 된다. 반면 성동구 금호동 대우아파트(33평형)의 시세는 4억원으로 올 1월보다 5백만원 떨어졌지만 재산세는 64만원을 내야 한다. 대우아파트는 훼밀리아파트보다 시세는 7억원이 낮은데도 재산세는 23만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다.
경실련 관계자는 “국세청이 강남 아파트의 기준시가를 재조정하지 않아 ‘재산세 실가 과세의 원칙’이 무너졌을 뿐 아니라 강남 아파트가 강북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산세를 적게 내는 세부담 형평성 문제가 불거졌다”고 말했다.
〈박구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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