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세수 확보를 위한 본격 행보에 돌입했다.

정부는 상반기에 160개의 비과세·감면 제도 중 120개 정도를 전면 재검토키로 하고, 다음달 말 2030년까지의 장기재정 계획을 만들어 공표키로 했다. 그러나 5월에 치러질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등에 대한 악영향을 우려, 세목신설과 세율인상을 두고는 당정은 부정적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비과제·감면제도 대수술=22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 열린우리당 등에 따르면 당정은 지난 18일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연설에서 재정확보 문제가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언급된 데 대해 깊이 있는 검토에 들어갔다. 정부는 우선 비과세·감면제도 중 올해 일몰시한을 맞는 55개 항목의 연장 여부를 신중히 결정하고, 일몰규정이 없는 65개에 대해서는 성격에 따라 일몰조항을 신설키로 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오는 4∼5월 비과세·감면제도를 전면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중 전체 비과세·감면 제도의 최대 75%(120개)가 수술대에 오르게 될 전망이다. 재경부는 이와 함께 자영업자의 소득세·법인세 현실화를 위해 간이과세·영세율·면세를 줄이는 동시에 가짜 세금계산서 발급 등에 대해 행정력을 동원, 강력 대응할 방침이다.

또 다음달 말 발표될 ‘2030년까지의 중장기 재정운용방향’에는 재정지출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하기 위한 방안을 포함시킬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부문은 민간으로 이양하거나 아예 없애고, 획일적·무차별적 지원방식을 모두 재검토할 것”이라며 “세금이 지원되는 대상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세확대 현실화 의문=재정수요 충족을 위한 당정의 노력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다.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도 “비과세·감면제도나 간이과세 등 상당 부분이 서민과 관련있는 것인 만큼 여당이 밀어붙이기 어렵다는 것은 지난해 말 국회에서 이미 입증됐다”는 비관론이 나오고 있다.

실질적인 세수확보론으로 대두돼 왔던 세목신설과 세율인상의 경우 코앞에 닥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높은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들을 제외한 다른 상임위 의원 대부분은 지자체장 선거를 앞두고 세목신설·세율인상을 논의하는 것이 선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외환위기 이전과 같은 연간 8∼9%의 고성장은 이미 불가능하고,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경제활동인구 축소에 따른 생산·소득·소비 감소로 세수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또한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해외로 진출하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도 세수 확보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김창덕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