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 술마시며 흔히 등장하는 대화메뉴에 군생활이야기가 있다.
듣다보면 대부분 띨 해서 빳다를 맞았다든가 하는 야기는 없고 뻥튀기한 자신의 무용담이 주를 이룬다.
글구 쫄병때 고참늠들로 부터 이가 갈리도록 매를 맞아 자신은 고참생활하면서 절대 쫄병들 고롭히지 않고 조용히 지내다 전역했다는 걸로 결론을 맺는다.
지난 토요일엔 27년전 한 내무반에서 동고동락한 선후배 전우들이 모였다.
밤세워 술마시고 이어지는 군 생활이야기 ...
쫄병였던 한늠이 이 살모사에게 묻는 한마디.
부처님이나 예수님 같던 살병장님(늠은 아직도 병장장님 이란 호칭을 쓴다. 동갑이니 그러지 말라 해도)께서 그때 왜 저만 그리도 무지막지하게 빳따를 쳤냐는 야그다.
글타.
이늠은 내 군생활중 유일하게 내개인 감정이 개입된 매를 존나 맞은 늠이다.
아직도 모르냐?
죽기전에 알게될 날이 있을거다.
사건은 이러하였다.
매주토요일은 아침에 내무사열을 받는 날인데 여기에서 사열관으로 부터 지적은 받는 날엔 쫄병들을 우선 으시시한 분위기에 떨게 만든다(차라리 빨리 빳다를 ?음 좋겠지만 쫄병때 당해본 왕고참은 안다 이늠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 군기를 잡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다는 것을 ...)
점심식사후 쯤.
겐늠의시키들 ! 옥상으로 집합! 한다음 5파운드 곡괭이 자루로 타작이 시작 된다.
최고참이 치고나면 그다음 그다음 기수별로 치는 왈 줄 빳다가 ....
살모사가 상병 고참일때 내무사열 준비를 지시했다.
유리창은 있는지 없는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관물은 두부모 짤라 논것 처럼 각지게...
군화는 얼굴에 여드름이 보일정도로 빛나게...
침상과 바닥은 파리가 미끄러지도록...
병기수입은 먼지하나 묻어있지 않게...
쫄병 각자의 할일과 시간을 정해 주고 화장실 갔다가 와 보니 유리창을 닦고 있어야 할 늠이 군화를 닦고 있기에 ..
얌마! 산토끼 !
옛 일병 산토끼 !
넌 뭘하라고 했어?
유리창을....
근데..
멧돼지 상병님이...
순간 참을수 없는 열이 오르고 늠에겐 동작 그만하고 옥상으로 불러 엎드리게 했다.
멧돼지 상병.....
살모사 보다 1개월 졸병으로 유도대학 다니다 온늠이다.
유도대학...
지금의 용인체육대학 전신으로 그 학교 출신은 모두 우리 부대로 차출 됐는데 이들은 부대내에서 선후배간 규율이 엄격하고 단결이 잘되 하나회 비슷한 사조직을 이루고 있었다.
선배가 술에 취한 선임하사에게 대검으로 복부와 등을 찍혀 사망하자 이등병 녀석이 선임하사를 벌집이 되도록 M16을 난사해 사살(720발이 든 탄통을 들고 부암동 시내쪽으로 총을 쏘며 내려가는 선임하사를 사살하라는 단장의 명령이 있었지만 선뜻 나서는자가 없었다)하기도 했고 초병에게 시비거는 전역을 하루 남긴 술취한 보안사 병장 녀석을 초소안에서 사살하기도 했다.
빳다를 치기전에 한번 더 물었다.
유상병님에 '님'자가 거슬려..
누가 너보고 멧돼지 상병 개인 군화를 닦으라고 했나?
멧상병님이...
하늘같은 고참상병 명령불이행 죄에 고참 능멸까지( 정확히 말해 멧상병이라고 해야한다 살모사가 멧돼지 보다 고참이기에..)
치고 일으켜세워 묻기를 반복...
늠은 띨한건지 아님 멧돼지의 험한 인상이 겁났는지 계속 멧상병님이..를 반복 했다.
패고 패다 지쳐 끝냈지만...
그늠이 왜 자기만 그렇게 쳤는지 의문인 것 같이 띨한 건지 멧상병이 무서워서 '님'자를 뗄 생각도 못했는지 나도 의문이다.
최전방 철책근무하는 아들늠 말이 요즘은 빳다 웁다나?
그래서 녀석들 눈이 썩은 동태눈 같이 보이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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