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군대비리 > 맞아죽는 군인들

필자는 일전에 서부전선 모 보병사단 신병교육대에서 발생한 구타사고로 인해 급성신부전증을 일으켜 소속대 의무대와 야전병원들을 전전하다가 군통합병원 중환자실로 긴급후송돼 치료를 받고있는 병사와 관련해 피해병사의 부모로부터 도움요청을 받은바있었다.
그병사를 치료한 군의관은 "구타"에 의한 "급성신부전증발병"이란 진단을 내렸고, 진단서도 발급받았으며, 동일사안으로 민간병원 전문의들에게도 의뢰하여 같은 소견서를 받기까지 하였었다.
가족들의 증언에 의하면 피해병사의 진술대로 선임자의 구타로 인해 발톱은 새카맣게 죽어있었고, 복부에는 구타당시의 멍자욱이 선명하게 남아있었으며 그 병사를 치료한 군의관의 증언도 가족들이 확보하였다.

당시 사건수사가 진행되면서 예의 유사한 군폭력사건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문제점(은폐,왜곡,축소등)들이 발생해 이를 강력하게 항의하고 시정을 요구한바있었다.

피해자는 중환자실에 누워있고, 피해자에 의해 가해자의 구체적인 가해행위가 정확하게 진술되어있으며, 이를 뒷바침하는 전문가인 의사의 진단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왼일인지 군수사기관은 가해자 처벌은 고사하고 피해자가 정말로 아픈지, 군의관의 진단이 거짓은 아닌지 수사해야 한다며 오히려 피해병사에게 거짓말탐지기조사를 응하라며 수시로 병실로 찾아와 아픈병사를 윽박지르는가하면, 가족들에게도 전화질을 반복해 아이의 부모들은 정신적인 고통까지 호소하고 있었다.
그런가하면 이미 입대전 폭력과 절도전과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해자측에서는 구타행위를 목격한 사실을 본바가 없다는 증언자까지 구해놓고 있었고, 이상하게도 군당국은 가해자측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신뢰하여 오히려 피해자와 군의관을 의심하고 있었다.(병사들 모두가 단체로 과업수행중 가해자와 피해자가 단둘이있는 은밀한 상황만을 시간대별로 관찰하고 체크해온 재미있는 목격자가 한국군의 영내사고에서는 예외없이 한두명씩 튀어나오니 참으로 괴상한 군대가 아닐 수 없다)

군에서는 어떻게든 병영내에서의 구타,가혹행위등 이른바 내무부조리를 척결키위해 최고지휘부의 관련지시사항이 수시로 일선부대에 시달되고, 각급부대의 지휘관들은 구타근절을 위해 20여년이 넘는동안 노력해왔지만, 언제나 사고는 몇몇사람에 의해 보이지않는 곳에서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고, 이로인해 소중한 우리 아이들의 희생이 반복되어왔다.
지휘관의 눈밖에서 발생하는 사고까지 책임을 물을수야 없겠지만, 필자는 그간 병영에서 발생하는 크고작은 사고들에 대해 정확하게 수조사가 이루어져야하고, 그 내용이 전군에 사실대로 전파되어야만 유사사고의 재발방지가 가능한 "경험과 교훈으로 축적"될수 있을 것임을 수도없이 지적하고 촉구해왔으나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또한 군당국의 주장과 달리 지휘관의 진급,보직등 이해관계가 걸리는 악성사고들에 대해서는 아직도 조작과 은폐,왜곡이 시도되고 있고, 그러한 결과들은 어렵지않게 확인할 수 있다.
(위에서 지적한 병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병영내에서 구타사고가 있었고, 피해자가 존재하며, 전문가의 진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내용에 대한 수사는 일반인의 눈으로 도무지 이해가 되지않는 형태로 흐지부지되었으며, 더구나 소속부대 지휘관은 있지도 않은 내용까지 만들어 첨부해 입대전부터 있었던"지병발생"한 사고로 둔갑시켜 "비전공상"판정을 내려놓았으니 최악의 경우 그 병사의 부모는 건강하게 길러 군인보낸 아들 평생동안 자비들여 치료하고 수발해야하는 기막힌 처지가 되었다)

군인의 명예와 신의의 중요성을 아무리 반복해서 강조한들 어차피 장교,간부들도 일반인과 같은 사람이고, 그런만큼 개인 또는 몸담고 있는 조직의 이해관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임을 모르는바 아니다, 또한 군인에게도 자기스스로를 방어하고 변호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모르지도 않는다.
필자는 그러나 우리군 장교,간부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는 것과, 있는 사실을 정확하게 기술하고, 그에따라 정해진 절차에 의해 행정처리를 규정대로 이행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과 함께, 이러한 현상들은 군인답지 못한 일부 군인들의 비열함이 군 전체의 명예와 신뢰를 추락시키는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라는 점을 다시한번 지적하고자한다.

비록 일부라고는 하나 한국군장교,간부의 명예와 신의가 어떤형태로 존재하고 있으며, 그로인해 군역중인 징집병들의 인권침해와 불이익이 어떤결과로 나타나는지 세세히 알려진다면, 155마일 휴전선이 국민들의 자괴감과 어머니들의 걱정,한숨으로 뒤덮히고도 남을 것이고, 자식을 그런군대에 보내지 않기위해서라면 불법조차도 서슴치않게 될 것이다.

2004. 03 국군인권실천과 군의문사 근절을 위한 군사상자 유가족연대 사무처장 정재영 7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