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인방사)제초제 살포사건 범인검거에 즈음해
지난 6월 30일 국내주요언론들에 의해 일제히 보도된바 있었던 해군(인방사)제초제살포사건의 범인이 잡혔다, 사고가 발생한지 40여일 만이다. 불특정 다수의 동료들을 목표로 치명적인 독극물을 살포하였다하니 놀라울뿐이다, 만일 누군가가 죽기라도 했다면 어쩔뻔했을까, 전우애와 믿음으로 뭉쳐, 한마음으로 단결되어야 할 군대가, 동료간에 독극물을 살포해 죽이고 죽는다면 그 지경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에는 나를 지켜줄 군대가 아니라 조폭집단만도 못한 오합지졸과 다를게 무엇이 있겠는가.
늦기는 했지만 범인이 잡히고, 전국민을 충격속에 몰아넣었던 사건의 전말이 곧 발표된다하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불과 40여명이 모여 생활하는 조그만 부대에서 발생한 전대미문의 사건에 대한 수사가, 40여일이 지나도록 지지부진한채 수많은 의혹과 불신이 증폭되고, 그로 인해 국민들로 하여금 군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추락하고 불신이 생기게 된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본 연대는 이에 대해 세가지의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번째는 해군이 좀더 초등수사에 만전을 기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다.
여러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 이를 하나하나 검증해 나가는 과정을 좀더 신중하고 세밀하게 진행했더라면 조기에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고, 여러가지 의혹으로 군이 불신을 받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는 해군이 고질적인 선입견과 편견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구태한 사고를 지속하고 있는 것에서 기인했다고 본다.
본 연대는 초기 사건발생당시 해군의 수사관계자에게 조언하기를, "거짖말 탐지기를 너무 과신하지 말고, 뻔한 정황으로 판단되거나 추측이 가능한 경우에도 여러가지 다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철저한 조사를 해줄 것"을 당부했었다.
해군에서도 모르지 않을 내용을 새삼스럽게 반복 강조한 이유는, 본 연대 역시 군관련 사건,사고들을 조사하면서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이는 정황이나 추측등이 그릇된 판단이었던 경우가 적지않게 있었음을 경험했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이런점들을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했었다.
"유능한 베테랑 수사관들이 투입되어 곧 전말을 밝혀낼 것이니, 군을 믿고 기다리라"며 상투적인 설교를 되풀이 하고 들은척도 하지 않더니만, 결국에는 전혀 혐의를 두지 않았던 곳에서 범인이 나오지 않았는가, 90%이상 이라 본다니....... 증거도 없고, 목격자도 없으며, 더욱이 90%이상으로 본다는 혐의자로 부터는 변변한 진술조서조차도 못 받아본 상황에서 어떻게 90%를 자신했었단 말인가.
자,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게 자신했던 추측이 몽땅 틀려져버렸으니, 누군가는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지기는 져야 할텐데, 누구를 제물로 삼을 것인지는 정했는가?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가, 해군은 더이상 "통빱수사"를 고집해서는 않된다, 일리있는 조언이나 권고에 귀를 귀울이는 자세도 필요하고, 외부단체를 터부시하고, 의심하는 버릇도 버려야한다.
두번째는 사고부대 일부 간부들의 구태한 행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본 연대는 수사당국의 수사활동이 원할히 이루어지지 못하는 이유들중 하나로 사고부대 간부들의 적절치 못한 처신과 초기 조치들을 지적했고, 이에 대해 그간 수도 없이 시정할 것을 요구해왔다, 이번 사건에서도 이러한 지적들이 여지없이 되풀이 되었다.
만일 당시 사고를 인지한 소속대 간부들이 침착하게 냉정을 유지하고, 사실 그대로를 전달하여 전문가들로 하여금 정확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협조했다면, 만에 하나 의심받을 수 있거나, 오해를 할수도 있는 처신을 하지 않았다면,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상황으로 확대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크고 작은 일이 생기면 무조건 감추고 덮으려 하는 것이야 책임문제가 따르는 사고부대 간부로서 그럴수도 있을 것이라 추측되지만 그로 인해 군이 입은 불신과 추락한 명예는 어떻게 회복할 것이며, 거기에 더해 피해자인 조이병과 그 가족들이 당한 고통과 마음고생은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세번째는 군 의료진에 대한 문제이다.
8월 11일, 오늘자 언론에는 군의료기관을 3급으로 구분하고, 민간전문의를 령관장교로 임용해 군병원의 진료수준을 높인다는 내용이 보도되었다, 잘한 결정이다.
하루 빨리 시행하기바란다.
금번 제초제사건에 대한 해군의 수사가 진정 정확한 것이라면, 그동안 국군수도통합병원의 군의관등 군의료진은 멀쩡한 병사를 데려다가 목에 구멍을 뚫고, 파이프를 박아 뱃속에서 엉뚱한 것을 빨아내고 있으면서 자기들이 무슨짖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는 말이 된다.
국군수도통합병원이 용한지, 해군수사당국이 베테랑인지, 어느측이 진실인지는 모르지만 더이상 같은 복장을 하고 있는 군인들의 말이 불일치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2005. 08. 11일.
병영폭력근절과 군의문사진상규명, 국군인권실천을 위한 군사상자유가족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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