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2년이 조금 넘는 군복무를 마치고 예비역이 된 육군 예비역병장 이시우입니다.
군대라는곳.. 그렇게 탁상공론만으로 개선이라는걸 이룰수 있는 곳은 아니라고 봅니다. 잠잠할만하면 터지는 자살사고, 총기사고.. 가장 이상적인 말은 군인들의 의식개혁이겠지요. 올바른 의식으로 전우애 넘치는 부대를 만들고, 그만큼 넓은 마음으로 서로를 감싸주다보면 자연히 활기찬 병영이 될것이다. 여태껏 해온 모든 일들이 그런 취지에서 이루어 졌다고 생각이 듭니다. 병영생활행동강령, 분대건제유지.. 이 모든 것들이 그런 좋은 의도에서 나온말인줄은 잘 압니다.
머 한가지 틀린말이 없죠. 맞는 말입니다. 군인들의 의식이 이렇게 바뀌고 군대가 이런식으로 돌아간다면 지금의 수많은 군부대 사고는 없어지겠지요.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이상일 뿐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그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 만들었다는 그 많은 것들이 과연 병영내에서 어떻게 자리잡혀가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상이라는건 그것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함은 지당하나 그 이상만을 ？i다보면 언젠가 현실과의 괴리때문에 더 많은 문제점을 발생시키기 마련입니다.
민간 사회에서는 그 단점을 개선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구책으로 현실에서 직접 그 일과 부딪혀 일하는 사람들을 그 노력의 장에 참여시키고 있죠. 하지만 그렇게 심각하게들 생각하시는 군부대의 사고를 줄이기 위한 노력에 당신들은 어땠습니까? 과연 그 이상을 실현시키기위해 노력하는 자리에 단 한명의 병사라도 참여시켜보신적 있습니까? 오로지 당신들만의 생각으로 그것이 최선책이라 생각하신것은 아닙니까?
물론, 병사들을 참여시킨다고 해도 정말 이상적인 발전방향을 제시할수 있다는 장담은 못드리겠습니다. 대신 그저 오래전에 군대를 경험하신, 장교나 다른 직책으로 군복무를 마치신 당신들보다는 조금더 현실적인 대안을 생각해 낼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것에도 먼저 이루어져야 할 일이 있는건 사실입니다. 먼저 당신들과 병사들간의 괴리를 줄여야 겠지요. 병사들이 "우리의 주적은 간부다" 라고 말하는 것쯤은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만큼 병사와 간부의 사이는 이미 많은 생각의 차이를 보입니다. '병사들이 지금 그렇게 간부의 의견을 잘 따르고 있으니 그렇지는 않을것이다' 라고 말씀하신다면 '당신이 병사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떳떳한 군생활을 그이들이 좌지우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보셔라' 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병사들이 하루하루 지겹게 생각하고 지내는 그 군생활, 간부들은 그것을 영창이라는 처벌로 늘릴수 있으니까요. '영창은 규정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라는 말씀도 하지 말아 주십시오. 제가본 군대안에서의 처벌은 단지 [재수가 없었음]의 결과물일 뿐이었으니까요.
여지껏 제 짧은 생각으로 쓴 글은 조금은 병사들의 마음도 이해해 주십사 하고 올린 글입니다. 이렇게 '병사 계급을 일-상병만으로 바꾼다'라는 식의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못해 말조차 되지 않는다고 생각이 드는 이런 대안은 이등병이 봐도 코웃음으로 넘길 것입니다.
항상 많은 규제와 방법들을 병사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보아주셨으면 합니다. 병사와 간부의 차이는 [월급4만원짜리 노동자(그 일을 하지 않으면 법에의한 처벌을 받는)]-[그 노동자의 행동에 대한 제약을 가진 경영자] 라고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군복무라는 기간이 병사들의 인식엔 아직 그렇게 뿌리내려 있으니까요.
현재 군대는 정말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저또한 이등병때부터 병장때까지 시시각각 변하려는 군대에 적응하려 애도먹었고, 그만큼 많은 변화가 단 2년의 세월속에 있었다는 사실에 적지않게 놀란적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그 많은 변화속에 항상 존재하는 실망감은 '군대가 이러면 안되는데..' 였습니다. 군대는 말그대로 군대입니다. 성인남자가 국민의 의무중의 하나인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남북한이 서로 정전이 아닌 휴전상태에서 대치하고 있는 내 조국을 지키기 위해 모인 그런 곳입니다.
이런 군대가 이제는 병영을 체험하는 곳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등병들의 생활기록부를 작성하는 간부들을 보면서, 그들의 부모님과 통화를 하고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간부들의 모습에서 병사를 조금은 생각하고 있다는 마음은 알겠지만 왠지 모를 그 씁쓸함이랄까.. 과연 여기모인 이 사람들은 여길 군대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긴 국민학교 1학년 3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가끔 들었습니다.
군대는 군대 다워야 합니다. 제가 현역으로 복무하고 있을때 내무실에 [훈련은 실전같이, 내무생활은 가정같이]라는 포스터가 붙어있었습니다. 내무생활을 가정같이하면서 과연 그들이 이 조국을 지킬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군대는 전장입니다. 마지막 단히나의 실점으로 16강에 탈락한 우리 국가대표팀 경기를 보며 슬퍼할수 있는 그런 경기장이 아닙니다. 단 한번의 실점이 더는 우리를 더이상 대한민국 국민이라 부르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는 사명감을 가진 곳이어야 합니다. 군대를 더이상 군대답지 않은 모습으로 만들어 가지 않았으면 합니다.
군대를 다녀온, 또한 군대를 가야할, 자신의 아들딸, 동생들을 군대에 보내는 많은 대한민국의 가정들이 군대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고로 인해 군대라는 곳에 대한 불신을 가지는건 용납할수 있어도 그곳이 존재한다하더라도 이 조국을 지켜내지 못할것이라는 불신감을 가지는 것 만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군대라는 그곳.. 군대답게 태어날수 있게 애써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 짧은 생각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군생활의 긴장속에 힘들어 하는 병사들를 생각해 주실줄 아는, 군대를 군대다운 모습으로 만들기에 노력하는 당신들의 모습을 기대하는 한 예비역 병장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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