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친구도 군에서 죽었습니다.
군에 간지 몇달 되지 않아 정말 어이없는 편지를 받았습니다.
100일 휴가 갔다온지 얼마 안되는 친구가 자살을 했다는 겁니다.
정말 하늘이 무너질듯한 충격이었습니다.
저랑 정말 친한 친구였고 그 친구 성격에 절대 자살을 할 친구는 아니었기 때문이죠..
전 그 친구의 집으로 가서 어떻게 된건지 어머니께 들었습니다.
어머니께서 눈물로 이야기 하셔서.. 이미 가슴에 묻었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자세히 듣지는 못했지만.. 자살은 아니란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것은 몇 가지 이상한 점 때문입니다.
친구가 죽던날.. 아침에 경계근무를 나가야 될 제 친구가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2명씩 나가야 되는 경계근무에서 한명이라도 없으면 경계근무를 나갈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사라진 제 친구는 찾지도 않고 같이 근무서야 할 다른 군인만 경계근무를 보냈다는 겁니다.
지금은 사회에 있지만 군생활을 해본 사람으로서 그런 일은 경험해 본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상한 점은 제 친구가 경계근무를 나가기 전 새벽에 계속해서 밖엘 나갔다는 겁니다. 그 친구 부대에서는 배탈이 나서 화장실엘 갔다고 하지만 몇 시간이 넘도록 계속 밖을 왔다갔다 했다는게 저로서는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설령 배탈이 났다면 잠도 못잘정도로 몇시간동안 화장실에 왔다갔다 하는 사람을 경계근무에 투입한다는게 말이 안되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 친구의 유서라고 발견된 종이에는
'XXX 은 저의 죽음과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라는 한 줄의 글만 남겨져 있었습니다.
살아있을때.. 그렇게도 가족을 걱정하던 친구가 가족에 대한.. 그리고 남겨진 친구들에 대해 한마디도 적지 않고 XXX이란 사람이 자신의 죽음과 아무 관련이 없다는 한 마디만 적었다는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더욱 그 친구의 죽음에 의문을 갖게 되는건 그 친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부모님이 죽은 친구의 부대를 찾아갔을 때 그 곳의 간부들이었습니다.
부모님께서 병사들과 면담을 하는데 그 부대 간부들이 같이 있었다고 합니다. 만약 그 친구의 죽음이 정말... 자살이었다면 왜! 간부들이 같이 있었는지... 그리고 면담을 하던 한 병사는 대성통곡을 하면서도.. 옆에 간부가 있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친구가 죽고난 뒤 그 시신을 자기들 마음대로 화장을 했다고 합니다. 최소한... 부검이라도 의뢰해서 정말 자살을 했는지.. 아님 다른 이유에서 그렇게 되었는지 속 시원히 알 수도 없게... 그리고 그 친구의 물건들마져... 부대에서 정리해서 몇가지만 부모님께 드렸다고 합니다..
과연 부모님의 동의도 없이 그 친구가 쓰던 모든 물건을 정리해도 되는 건지... 그 친구의 시신을 그렇게 마음대로 화장해도 되는건지.. 저는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2년 2개월간.. 저는 왜 이 나라를 지킨건지.. 무엇때문에 군복을 입고 이 나라를 지켰던건지...
그 녀석이 가고 난 뒤.. 정말 후회.. 안타까움.. 그리고 그만큼 밖에 안되는 우리 군의 현실이... 저를 분노케 하더군요..
하지만 저를 더욱 슬프게 하는 것은... 억울한 친구의 죽음을 밝힐 수 없게 된 현실입니다... 아무 증거도 남아있지 않고...
그리고 부모님께서도.. 그저 가슴에 묻었다며.. 눈물지으시던..
아무리 바뀌어도 군은 군인가 봅니다. 누군가의 아들이.. 누군가의 친구가... 누군가의 형이... 부대의 명예와 간부들의 진급앞에서는 보잘것없는 것이 되어버리는.. 이게 우리 군인가 봅니다..
친구는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어느 포병부대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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