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굴 입구의 문을 원형 그대로 닫은 모습(좌)과 문 위의 은폐물을 걷어내고 닫은 모습(우)
홍천군 내면 운두령 야산에서 발견된 토굴과 관련해 군·경의 발표가 있자(본보 5월 6일자 10면 보도) 최초 발견자들은 사건 축소 의혹을 제기하며 처음부터 재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난 4일 군·경 합동조사팀은 홍천군 내면 운두령 야산 8부 능선에서 발견된 토굴에 대해 현장 조사를 마친 결과 무속인 등의 임시거처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 대공용의점이 없다고 밝혔다.
이날 합동조사팀은 조사과정에서 토굴 근처의 엄격한 통제라인 속에 내부 조사를 마친 후 모든 물건들을 회수해 옮겼으며, 토굴 내에 제단과 유사한 형태의 공간이 마련된 것을 발견하고는 무속인의 임시거처로 추정된다고 발표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토굴을 최초로 발견한 윤(39세)모씨에 따르면 이 토굴은 이미 2년 전인 지난 2003년 7월에 발견됐고 그 당시에는 토굴의 형태 및 출입용 사다리, 토굴바닥의 널빤지 등 모든 것이 견고했으며 외부인 출입이 없는 듯 정리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모씨는 “2003년 7월경 간벌 작업 중 철망으로 씌워진 플라스틱 배관이 발견돼 수상히 여겨 근처를 살펴보니 토굴 입구가 있었다”며 “그 당시 토굴 입구의 문 위는 주위에 있는 신우대(대나무과)를 그대로 옮겨 놓아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못 찾는다”고 말했다.
또 윤씨는 “동료 직원 14명 및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2명과 함께 토굴안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초등학생 노트에 아라비아 숫자와 문수경기장 등 월드컵 관련 내용이 기재된 노트를 발견했다”며 “경찰은 노트 내용을 보고 심각한 표정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니다. 다른 부서에 연락해야 한다’고 말하더니 토굴밖에 나와서 ‘토굴은 정신병자가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하곤 가버렸다”고 전했다.
이어 “그래서 이튿날 직원들과 함께 토굴에 가보니 누군가가 올라와 본 듯 토굴입구를 비닐로 견고하게 덮어 놓았지만 별로 신경 안쓰고 토굴 안에 있던 쌀, 소금, 함마드릴 등의 물건을 갖고 내려왔다”며 “그 후 2년간 방치돼 있었기 때문에 습기로 인해 물건 및 나무 등이 모두 썩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그는 “처음 발견할 당시에 쌀은 약 50봉지가 넘었고 쌀과 라면봉지의 제조원은 전부 남부지방에서 2002년 5월 이전에 만든 것으로 표기돼 있었는데 무속인이 남부지방에서 그 많은 식량 등을 구입해 이런 산속에서 임시 거처할 이유는 전혀 없을 것”이라며 “조사반은 토굴에 대한 정밀 조사를 거쳐 모든 목격자들의 의심을 풀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본지 취재진이 최초 발견자의 제보를 받고 지난 3일 2개의 토굴 내부를 관찰해 본 결과, 90도 수직으로 내려가는 동굴 입구의 사다리는 썩어서 부러졌으며 각종 물건들은 심하게 부패돼 있었고 최근 외지인의 출입은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2개의 토굴 내부는 약2~3평의 원형에 바닥은 송판으로 견고하게 조성됐으며 천장은 아치형 모양, 출입구 벽 중간에 공기흡입구가 조성돼 있다. 입구 맞은편에서 다시 2m정도를 수직으로 올라가면 같은 형태로 3~4평의 공간이 조성돼 있었다. 2층 내부는 약 180cm 정도의 높이와 지름 50cm크기의 플라스틱 관으로 환풍기 시설을 만들어 놓았다.
토굴 안에는 진공포장 현미쌀(1kg) 50봉지와 감자라면 빈 봉지 수십개, 소금(2kg) 3개, 설탕(2kg) 4봉지, 된장, 휘발유통(말통) 3개, 남성용 반바지, 겨울모직바지, 수건, 거울, 냄비, 프라이팬, 남성용 신발, 남성용 선글라스, 부탄가스 수십개, 가스스토브 1개, LPG통(15KG), 돗자리 베개, 2003년 5월호 책자, 2단 선반 등 다량의 물건들이 널려 있었다.
한편 무속인 협회 관계자는 “토굴의 위치가 명당자리도 아니고 70도 각도의 험준한 8부 능선까지 올라가 거처하지 않는다”며 “무속인은 항상 백미를 사용해 치성을 드리고 치성이 끝나면 생활용품 등은 모두 가지고 하산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또 “무속인은 치성 드리기 전에 몸을 씻기 위해 물 가까운 곳에서 지내며 신의 정기를 받기 위해 토굴의 입구를 막지 않고 무속인들의 토굴 조성 금기사항으로 출입구를 90도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천 권혁경 기자>
환경시사일보(www.hkilbo.com)지방뉴스 강원뉴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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