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주말에 외박을 다녀왔더니, 부대에 사고가 터져 있더군요.

병사 하나가 말라리아약 10알을 한꺼번에 복용하고 의식불명이 되어서 병원에 실려 갔다고.

또 군 헌병이 뜨고 여단 본부에서 조사하러 나오고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원래부터 중대내 보호 관심 병사였다고 하는데, 자살 시도라는 말도 있고요, 대대내에서는

옆에 있던 병사가 먹기 싫다고 준 약을 한꺼번에 먹어서 터진 사고라고 몰아가는 것 같습니다.

사고는 제가 외박을 갔던 금요일 저녁에 터졌고, 다른 간부 선탑하에 의무병이 데리고 양주 병원

에 입원을 시켰고, 제가 연락을 받은 것은 외박 복귀중이던 일요일 저녁 이었습니다.

한 며칠간은 내가 없을 때 터진 사고이고, 나하고 직접 관계가 없겠거니, 했는데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여단 내에서는 이번 사고의 책임을 지고 징계를 받아줄 인물이 필요한데, 그 대상을 중대장이나

보급관이 아닌 군의관으로 몰아가려는 것 같습니다.

월요일날 부대에 와서 보니 정작과장이 저보고 그러더군요, 말라리아약을 중대에 불출할 때에

왜 10월달치 까지 한꺼번에 주었냐고요, 이제부터는 의무실에서 보관하면서 1주일치씩 불출

하라고 하더군요. 

또 다른 간부는 저보고 말라리아약을 중대에 불출할 때에 왜 군의관이 직접 않하고 의무병을 

시켰나고 하더군요.

처음에 이런 말들을 들었을 때에는 그냥 그러러니 하고 대꾸도 안 하고 넘어갔는데 이제 보니까

이런 구실로 저를 징계하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중대장이나 보급관은 그냥 넘어가고 말입니다.

사실 이번 사고는 중대에서 병력 관리를 제대로 못해서 일어난 것인데, 지휘권도 없는 제가 왜 머리가

되고, 지휘관들은 꼬리가 되어서 왜 저만 처벌하고 끝내려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갑니다.

사실 공문을 보아도, 의무실에서 약을 중대에 불출하라고만 되어있지, 몇 주치를 주라고 안 되어 

있고, 또 내가 의무병에게 불출하라고 명령해서 의무병이 불출하면 되었지 , 제가 옆에서 주는지

안주는 지 감시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일단 약을 불출했으면, 그약을 병사들이 정해진 용량대로 제대로 먹는지 감시하는 것은 지휘

관 책임이고, 불출받은 약을 잘 보관해야 하는 것도 중대 책임 아닙니까.

왜 사건의 본말을 흐리고, 머리는 처벌 안 하고 꼬리에 불과한 나를 징계하려고 물고 늘어지는

지 이해 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평일은 영내대기 하고 있는 상태에서 대대장은 이제부터 매주말마다 밖에 나가지 말고, 

격주로 나가라고 합니다.

징계라는 말은 안 했지만, 사실상 징계나 다름없는 조치인 겁니다.

------------------------------------------------------------

요즘은 내 운명이 어디까지 나락으로 떨어지는 지 모를 정도입니다.

작년에 공병 부대 배치 받고서 훈련도 별로 없고, 힘든 일도 없어서 좋아라 했었는데.

갑자기 지뢰제거작전에 끌려와서 왕 고생하고 있습니다.

대대는 양주에 있는데, 지뢰제거작업 현장이 연천군 백학면이고, 작업 마치면 가월리에서

숙영하기 때문에, 거의 gop부대가 따로 없는 것 같습니다.

말이 좋아 숙영지이지, 영창이 따로 없습니다. 변변한 건물도 없이 , 가월리에 텐트 치고

컨테이너 갖다 놓은 정도입니다.  

의무실이라고는 컨터이너를 한 가운데에 나무 판자로 막아놓고서 반대쪽 절반은 

부사관들 숙소로 쓰고 나머지 절반을 저와 의무병2, 운전병 1명이

같이 생활합니다.

하루 일과도 아침 8시에 가월리 숙영지에서 지뢰제거 현장인 백학면으로 가서, 앰블런스안에서

계속 대기하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밥차 오면 점심 먹고 또 계속 차 안에서 의무병이랑 대기.

그리고 오후 5시에 작업 끝나면 앰브 타고 가월리 숙영지로 옵니다.

그러면 또 좁은 컨테이너 의무실안에서 의무병들이랑 같이 tv나 보고 있다가, 환자 오면 약 지어주고

잠 잘 시간 되면, 병사들이랑 같이 담요 덮고 자는 겁니다.

처음에 작업 시작하기 전에는 군의관이 안 들어가도 될 것 같다는 말도 있었는데, 나중에

여단에서 군의관 들어가라고 하더군요. 군의관을 무슨 치장 물자 쯤으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지뢰 터져도, 의무병 시켜서 지혈 시켜주고,  병원으로 빨리 후송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말입니다.

지뢰 제거 작업은 25사단지역에서 25사단 명의로 하고 있는데, 실제로 작업을 맡는것은 1공병

제가 있는 부대 입니다. 올 4월말부터 작업이 시작되어서 11월에 끝나는 것으로 되어있는데,

더 빨리 끝난다는 말도 있지만, 비가 많이 오면 작업이 연기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감옥 같은 생활을 빨리 벗어나기를 매일 고대하고 있지만,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거기다가 내년에도 또 지뢰 제거 작전이 있을 수도 있다는 군요.  

거기다가 평일에는 아예 가월리 숙영지 밖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고요.

좀전 까지는 그나마 주말에 양주에 있는 숙소에 들어가게 해 주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격주로

나가라고 합니다. 외박도 2달에 한번, 금요일 저녁에 나갔다가 일요일 저녁에 들어오는 상황에서요.

  정말로 어찌해야 할 지를 모르겠습니다.

어느군의관이 올린글입니다.  어느부대인지모르겠지만 아무리 편하게 군생활하는 군의관이라고 해도 이건 너무한거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