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군대를 갔다왔습니다.
하지만 육군 출신이 아니어서 육군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자세히 알지를 못합니다.
제 동생은 5사단 소속 열쇠부대에서 근무중인 부사관입니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제 동생으로부터 들은
대부분의 부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라고 합니다.
군부대이든 기업체이든 살림을 꾸려가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국방예산이 필요한 것이고 공금이 필요한 것입니다.
물론 예산이 부족할수도 있고 공금이 남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곳이든지 예산에 맞춰서 지출을 하게 마련입니다.
제 동생은 한달에 120만원 정도를 받는다고 합니다.
수당까지 합쳐진 자신이 수령하게 되는 금액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달에 제 동생은 부대 운영비라는 명목으로
30만원을 넘게 지출했다고 합니다.
지난달에도 그랬고 지지난달에도 그리고 그 전에도
한달에 30만원 정도를 부대 운영비라는 명목으로 지출했답니다.
엄연히 부대 운영비가 있을텐데 왜 부사관들이 돈을 내야 하냐고
동생에게 물어봤습니다.
예산이 부족하답니다.
국방예산은 해마다 늘어나는데 예산이 부족하답니다.
물론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산이 없으면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미루거나
사업 자체를 재검토해 보는게 당연한 이치인데
그게 아니랍니다.
장교들은 무엇이든지 자기가 원하는 것은 해야 한답니다.
윗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자기 만족을 위해서 부대를 고치고
새로운 물건과 건물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물론 거기에는 자기 이름이 씌여지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그럼 거기에 들어가는 부족한 예산을 어떻게 마련합니까?
장교들이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들이니까
장교들의 지갑에서 나와야 하는게 당연한 이치입니다.
예산이 없어서 미루거나 하지 않아도 될 일들인데
자기들이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니까 그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해결방법은 자기들의 지갑을 여는게 아니랍니다.
마음같아서는 부대원들에게서 갹출이라도 하고 싶겠지만
한달에 3만원도 안되는 월급을 받는 부대원들한테서 뭘 바라겠습니까.
그래서 장교들이 선택한 사람들이 부사관이라고 합니다.
부사관은 장교가 아니니까 위에서 시키는 일들을 합니다.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란게 존재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부대내에서는 말이죠.
장교들이 부사관에게 일을 시킵니다.
이번주안에 이러이러한 것을 만들어라.
그리고는 끝입니다.
예산 지원은 없습니다.
돈을 줘야 일을 할게 아닙니까?
돈이 없어서 진행을 못하겠다고 말을 하면 이런답니다.
'니네들은 하는일도 없으면서 월급받아서 어디다 쓸거냐.'
'시키면 시키는데로 할 것이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냐.'
군대에선 계급이 최고 아닙니까.
부사관인 동생은 더이상 하소연 할 곳이 없습니다.
하지 않았을때 돌아올 불이익때문에 어쩔수 없이 해야 한답니다.
겨울입니다.
겨우에는 이래저래 돈 쓸곳이 많이 생기는가 봅니다.
동생은 휴가 나오기 전에도 돈을 찾았다고 합니다.
소대장인지 중대장인지 하는 사람이 신발장 좀 고치라고 했답니다.
산에 있는 나무 베어다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고
부대 운영비로 자기 지갑에서 나온 부대 운영비로
신발장 수리(제작)에 필요한 목재며 판재며 잡다한 것들을
살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부사관의 월급은 부대 운영비가 아닙니다.
남들보다 긴 시간 군복무를 하기 때문에
일반 사병들이 할 수 없는 그렇다고 장교가 하기도 애매한
여러가지 업무를 처리하는 대가로 받는 반대급부인 임금입니다.
장교들이 받는 월급에는 순수하게 장교의 인건비만 포함되어 있고
부사관이 받는 월급에는 부대 운영비가 포함되는건 아니잖습니까?
장교들은 일반적으로 전역을 염두에 두지않고 복무를 합니다.
하지만 부사관의 대부분은 전역을 염두에 두고 복무를 합니다.
어느 정도의 비율인진 모르겠지만
경제적인 이유때문에 부사관을 지원하는 사람역시 존재합니다.
그들에게서 이유없는 갈취를 하지 마십시오.
정당한 노력의 대가를 계급장을 앞세워서 짓밟지 마십시오.
하고 싶은 일이, 해야할 일이 있으면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신청해서 배정받으십시오.
귀찮다고, 예산 배정받기가 어렵다고
부사관들로부터 부대 운영비를 갹출하는게 정당화 되지는 않습니다.
어처구니없는 부대 운영은 더이상 없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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