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 전 양심적 병역거부의 유. 무죄 논란이 뜨거웠을 때, 대법원은‘양심의 자유가 국방의 의무에 우선할 수 없다’고 판결했고, 헌법재판소도 “병역법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은 국가 존립과 모든 자유의 전제조건인 국가안보”라고 선언한바 있다.
이로써 양심의 이름을 빌려 병역 의무를 거부하는 행위는 적어도 대한민국 땅에서만큼은 사법적 판단에 마침표가 찍힌 것이다. 그런데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문제가 또다시 공론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니, 도대체 이게 어찌된 일인가?
이는 유엔 시민적. 정치적 권리위원회가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된 2건의 진정을 심의한 후 한국 정부에 대해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의 병역 면제권을 인정하기 위한 관련 법률의 제정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한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물론 인권국가를 지향하는 우리나라가 국제 인권기구나 민간단체가 소수의 권리 보호를 촉구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현실을 간과한 채 그들의 권고나 문제 제기를 즉각 실현해야 할 지고선(至高善)내지는 지구촌 공통의 보편적 정의로 추앙하고 포장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생각한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오로지‘양심이 인간의 인격적 존재가치로 보호돼야 한다’는 원칙론과 이상론에만 충실할 뿐. 우리나라가 고유의 지정학적 상황과 역사적 배경 등에 의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못하는 현실을 참작해주지는 않는다. 더욱이 행여 초래될지 모를 병역제도의 붕괴, 그에 따른 국가적 혼란과 안보 공백 등 ‘뒷일’을 전혀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두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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