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부실 확인만 하면 끝인가?
김성일 공군 참모총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한 것도 그렇지만 사퇴를 결심한 이유로 "군수지원 분야의 체계상 부실함을 확인했다"고 밝힌 것은 매우 충격적이다. 그 배경에는 최근 잇단 사고를 내고 있는 공군 최신예 전투기들의 정비 불량과 그에 따른 군 기강 해이의 심각성이 깔려 있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최근 맨홀에 빠져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 F-15K 전투기 사고
KF-16 전투기 추락 사고는 엔진 정비불량
군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던 것들이었다. 김 총장이 "공군의 특별 직무감찰과 국방부,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총체적이고 심층적인 후속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것만 봐도 최소한 공군에서는 우려할 만한 기강 해이 현상이 만연해 있다고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추락한 KF-16 전투기 말고도 내구성에 문제가 있는 엔진의 핵심 부품을 교체하지 않고 비행한 동종의 전투기가 더 있다고 하니 놀라움을 금치 못할 뿐이다. 추가 사고가 없어 그나마 다행이다. 미국 공군이 발행한 기술지시서에 따라 마땅히 교체해야 할 부품을 바꾸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지시서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교체하지 않았다면 평소 군의 정비 태세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비 담당자들이 방대한 영문 지시서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고 있어 부정확하고 어설픈 정비가 사고로 연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군이 부품 교체의 필요성을 파악하고도 교체하지 않았다면 김 총장의 지적대로 군수지원 분야에서 예산 전용 등 일탈된 행위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
감사원이 공군의 예산 일부가 당초 편성 목적과 달리 전용되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전반적인 감사를 진행중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완벽한 국방력은 평소 빈틈없는 군 기강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군이 기초적인 상식을 무시하고 정비 불량 등 어처구니없는 잘못을 저지른다면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맞다. 김 총장도 사의부터 표명할 게 아니라 군수지원 분야의 부실함을 확인했다고 하니 먼저 관련자들을 엄중히 문책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했어야 옳았다.
76117
작성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