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고향은 전남 함평입니다. 이번 폭설에 엄청난 피해를 입은 지역이지요. 저희 시골집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슬레이트 구조물로 되어진 정미소 지붕이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습니다. 연락을 받고 급히 시골로 내렸갔습니다. 응급조치를 하고 지붕에 쌓인 눈을 치우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려 했으나, 올라갈 수가 없었습니다. 슬레이트 구조물 특성상 못이 박힌 지점을 밟고 다녀야 최소한의 안전이 보장되는데 눈이 50Cm 이상의 두께로 쌓여 있어 목이 박힌 지점을 확인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 땅에서 지붕으로 염화칼슘을 뿌려볼까하고 수소문 해봤지만 염화칼슘은 결빙이 된 상태에서나 효과를 발휘할뿐 눈의 상태에서는 효과가 없다고 하더군요. 별수없이 지붕의 눈을 치우는 것은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그 날 저녁 뉴스에 군장병들이 슬레이트 구조물에 올라가 아무런 안전장비도 없이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 방영되었습니다. 참 황당하더군요. 도대체 어떤 분이 그런 명령을 내렸을까? 하고 한 참을 생각했습니다. 국민의 피해를 복구하려는 뜻은 너무도 고맙지만 제가 보기엔 그런 행위는 목숨을 담보로 하는 것으로 밖에 비쳐지지 않았습니다. 사실 그 날 저도 군에 도움을 요청할까 하다 말았던 이유가 나 살자고 남을 죽이는 짓을 하는 것 같아 하지 않았던 것인데...
눈이 가득 쌓인 슬레이트 구조물은 절대로 누구도 올라가서는 안됩니다. 그것은 그 사람을 죽이는 행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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