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5년 전 전투경찰로 복무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청년의 자살동기가 선임대원의 가혹행위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이해동.군의문사위)는 2002년 사망한 조준환(당시 21.일경)씨의 사망동기에 대한 재조사 결과, 선임대원의 가혹행위에 의한 자살로 판명됐다고 18일 밝혔다.
당시 제주 해안경비단 소속 해안경비초소에 근무하던 조 일경은 부대인 근 바닷가에서 이마에 관통상을 입고 사망했으며 경찰측은 `군생활 부적응'으로 인한 자살로 발표했다.
군의문사위에 따르면 조 일경과 함께 근무한 동기 K씨와 후임 C씨는 당시 초소에서 군기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1주일에 평균 2∼3회씩 개머리판으로 머리를 내리치는 구타와 '깍지 끼고 엎드려 뻗쳐' '원산폭격' 등의 가혹행위가 벌여졌다고 진술했다.
K씨와 C씨는 군의문사위 참고인 조사에서 당시 기혹행위로 인해 정강이 등에 남아있는 흉터를 보여주기도 했다는 것.
또 2002년 월드컵 행사로 강화된 경계근무와 그 해 9월 제주도를 강타한 태풍 루사 피해복구 지원 등으로 2개월간 극심한 수면부족 상태에 시달렸는데도 선임대원들의 구타는 계속됐다.
조 일경은 잦은 구타와 가혹행위, 만성적 수면부족 등으로 정신분열증이 발생해 "근무중 귀신을 봤다"는 헛소리를 동료들에게 자주했고 주의력이 약해져 선임대원들의 말을 제대로 이해 못할 정도로 증상이 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당시 소대장과 부소대장은 군의문사위 조사 과정에서 "집합이나 구타가 전혀 없었다. 월 1회 정기적으로 1대 1 면담과 신체검사를 했으나 구타나 가혹행위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소대장 L씨는 "가혹행위는 발견하지 못했고 부대 분위기는 좋았던 걸로 판단한다"고 말했다고 군의문사위는 전했다.
군의문사위는 동료 부대원들의 진술과 신경정신과 전문의의 감정 결과 조 일경이 선임대원들의 계속된 집합과 구타, 만성적 수면부족 등 가혹한 근무 조건으로 인한 정신분열증 등으로 자살한 것으로 결론냈다.
이해동 위원장은 "생때같은 아들을 잃고 한 맺힌 세월을 살아야만 했던 고인의 유족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뜻을 전한다"며 "조 일경의 사망구분에 대한 재심의를 경찰청장에게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일경의 아버지인 조성용씨는 작년 4월 군의문사위에 아들이 자살할 이유가 없다며 사망원인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을 요구하는 내용의 진정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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