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좋은 5월.
2박 3일동안 동원예비군을 다녀왔습니다.
나름 즐거웠고, 보람된 훈련이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나름 걸리는 점이 있어 글을 올려봅니다. 우선 예비군으로서 부과되는 훈련으로 인한 고충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생업.
동원훈련. 이미 여러번 다녀온 길이지만. 제 발걸음이 마냥 쉽게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군을 전역하고 사회에 진출한 제게 부과된 국가의 의무. 2박 3일이란게 마냥 녹록한게 아니더군요. 각자의 생업을 가지신 분들은 이해하시겠지만. 2박 3일이란 시간이 주는 템포란게 결코 가볍지가 않습니다.
어떤 일이든 타의에 의한 2박 3일이란 단절기를 겪고 예전의 템포를 회복하기란 정말 힘들죠. 일의 템포를 회복하는데 짧으면 일주일 길면 보름이란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자영업을 하시는 분이라면 2박 3일이란 시간이 범상한 3일은 아닐테고.
직장인이라면 고용주의 눈치와 주변 동료들의 눈치. 그리고 자신에게 부과된 업무가 끊겨 다시 업무를 재파악하고 회사에게 일정부분의 부담을 끼쳤다는데 대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막심한 손해를 감수하고 국가에 대한 의무를 다하는 예비군 여러분들께 국가는 무슨 의무를 하고 있을까요? 우리 대한민국은 모든 국민들의 생업을 장려하고 보호할 의무를 가진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방의 의무라는 논리하에 현역, 보충역으로서 그 노임과 시간을 사용하고도 모자라 국가 비상시 동원령을 내려 예비군의 생명마저 담보로 잡은 국가는 최소한의 의무감을 예비군에게 가져야 하는 것 아닙니까?
과연 대한민국은 예비군은 물론 예비군을 고용한 기업들에게 어떤 보상을 주고 있습니까? 과연 자영업을 하는 예비군들에게 침해된 재산권에 대한 보상은 하고 있고, 방해받은 생업에 대한 보상에 대한 법률이나 가지고 있습니까? 하다못해 국가공무시 죽은 개값도 물어내는 판국에 유사시 목숨달라고 요구하는 예비군에게 국가는 도대체 뭘 보장하고 있습니까?
이런 상황속에서 가장 약자의 입장이 된 예비군에게 유사시 목숨을 달라. 군인으로서의 사기와 적절한 전투능력을 보유해달라고 말할 주제나 되는지 궁금하군요. 첨단 선진국이라 떠벌이기 전에 가장 기초적인 부분이나 개선했으면 합니다. 첨단 선진국의 기초는 복지니 개발이니 기술이니 이전에. 의무를 다한 위대한 시민들에 대한 존중을 가지는데부터 시작합니다.
2. 사회.
예비군이라는 말에 긍정적 이미지가 대한민국에 존재하는지나 의문스럽습니다.
과연 예비군을 뼛속까지 착취하는 대한민국이 예비군의 명예, 이미지 개선을 위해 단 한푼의 노력이라도 기울였는지 묻고 싶습니다.
기껏 예비군에 대한 이미지란게 현역 전멸하면 그 다음 가져다 버리는 총알바지더군요. 같은 예비군이거나 현역에 있거나 군에 관심있는 이가 아니면 예비군이란 것에 대해 가진 생각이 딱 저 정도입니다. 하다못해 대통령이란 양반이 예비군 정예화를 논하고 자빠졌네요.
예비군 정예? 뭐가 정예인데요? 대통령은 예비군을 전혀 이해도 못하고 있는 양반입니다. 전투훈련 빡시게 받는다고 전투력이 상승하고 정예화가 됩니까? 현재 예비군은 단순한 반복 숙달로 전투력이 상승하는 시기는 훨씬 지난 양반들입니다.
지금 예비군들 자체가 현재 현역보다 더 긴 군복무기간을 보낸 세대입니다. 속된 말로 짬을 먹어도 훨씬 더 먹었고. 짝대기 3개짜리 어설픈 조교는 교범, 교리 물어가며 바로 바보 만듭니다. 어떤 때는 갈메기 2개 이하도 가지고 놀고, 다이아 2개 짜리 교관도 바보 만듭니다. 이런 자원들을 가지고 훈련 빡시게 시켜 정예? 군대 안 다녀온 대통령을 비하할 생각은 없지만.
속된 말로 조또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고 싶네요.
대통령부터가 예비군을 전혀 이해도 못하고, 그 포텐셜에 대해서도 이해를 못하고 있는데 사회적 인식 개선에 대해 뭔 관심이 있겠습니까? 구소련이 무너진 이래 오랜 침체기를 겪은 러시아가 그래도 끝까지 없는 재정에 지켜온 전통이 전승기념일에 노병들과 그동안 복무한 예비군에 대한 국가적 예우였습니다. 또한 최근 부활하는 러시아 역시 국가적 자존심 고취와 사회개혁의 일선에 내세운 이들이 바로 예비군들입니다.
일인의 국민으로서 국가에게 바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바친 이들에게 국가는 최소한의 양식과 예의는 지켜야 하는 거 아닙니까? 왜 예비군 다녀와 직장에서 눈총 받고, 한물 간 아저씨란 소리를 듣고. 생업에 대한 걱정을 해야 합니까? 예비군이 무슨 죄졌습니까?
3. 보상.
생업에 대한 보장이나, 사회적 인식 개선은 때려치고 당장 실비나 보상했으면 좋겠습니다.
속된 말로 대한민국에서 신체 이상 없는 남자로 태어나 군대간 것도 억울한데. 예비군까지 뽑혀서 내 돈 내가며 예비군 참가해야겠습니까?
여행비라고 주는 푼돈은 대한민국에서 같은 남자로 몇 년 늦게 태어난 죄로 쌩고생한 조교들 PX파티 열어주는데 다 쓰는게 현실입니다.(솔직히 조교들이 무슨 죕니까? 잠 3~4시간 자고 형님들 온갖 뒤치닥거리에 여지없이 떨어져내리는 각종 훈련 소화하느라 애들 눈이 벌겋더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훈련소까지 찾아들어오는데 쓴 교통비. 그리고 각종 기타 잡비만큼은 보상해주는 게 당연한 것 아닙니까? 대중교통 수단 기준으로 교통비를 지급해주는 것 같긴 한데. 대부분 부대 위치가 교통 상황 좋은 곳은 아니죠. 간단히 말해 산골에 처박힌 산사보다 더 열악합니다.
때문에 대부분 자가용이나 택시, 임시로 만든 셔틀버스등을 이용합니다만. 그나마도 셔틀버스조차 없는 곳을 얄짤없이 택시나 자가용을 이용합니다. 솔직히 몇몇 훈련소는 대중 교통수단을 이용할 시 입소시간 맞추는 것도 거의 불가능할 뿐더러 그 과정에서 겪는 불편함이 형언하기 어려울 지경입니다.
보통 몇 만원씩 깨지는 교통비라도 제대로 보상해줬으면 합니다. 대운하니 하천정비니 떠들기 전에 제일 기초적인 이런 부분이나 개선해야 한다고 봅니다. 곰탕처럼 우려먹는 예비군 푼 돈 뜯어 국방하는 주제에 몇 조원 들여 무슨 사업한다고 떠드는 꼬라지가 웃기지도 않습니다.
4. 예비군 훈련에 대해.
예비군 훈련도 그렇습니다.
솔직히 경계니 병과 주특기니 전술이니 예전에 마스터한 양반들이 예비군입니다. 그런 교육 재탕 삼탕 해봤자 효과 하나도 없습니다. 어설픈 세줄 이하 조교들이 떠들어봐야 예비군보다 잘 아는 조교들도 없고. 교육이랍시고 야비군들 꾸벅꾸벅 조는 꼴보면 말 그대로 어린 동생들 서커스 구경하는 모습입니다.
자율형 훈련이라고 해서 간부출신 예비군들이 교관노릇하라고 강요하던데. 솔직히 뭍어가는 예비군 훈련 누가 더 고생하고 싶겠습니까? 예비군이 기계로 보이십니까? 인간이라면 누구나 편하고 싶고, 하기 싫은 일 하기 싫어합니다. 주는 인센티브도 없이 뭘 바라십니까? 직장이고 가게고 접고 나와 속쓰린 양반들 자발적으로 우려먹으려고 하는 꼬라지 자체가 뇌가 빈 것 같습니다.
맛스타니 건빵이니 그저 한 캔, 한 봉지에 열과 성을 다해 개그까지 섞어가며 훈련하는 모습을 보며 든 생각이 있다면. 예비군들은 끝까지 사골곰탕 우리듯 우려먹는 국가에게 많은 걸 바라지 않는다는 겁니다. 과연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예비군들을 우려먹을 생각만 하기 전에 건빵 한 봉지 내미는 인정이라도 있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예비군들이 거창하고 대단한 거 바라는 줄 아십니까?
그따위 이기주의적 정신머리는 일부 이익단체들한테나 찾으시고.
우리 장군네들이나 교리 교범 연구하는 장교 여러분들은 당장 건빵 한 박스 사다가 예비군들 말이나 경청하시는게 좋겠습니다. 그 유명한 미국 록히드사의 비밀 연구단체인 스컹크 웍스의 켈리 존슨이 전투기를 개발할 때 가장 참고한 게 전쟁터에서 실전을 겪던 파일럿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얻은 산 경험들이 쌓이고 쌓여 세계최초의 스텔스 공격기, 세계최초의 스텔스전투기, 세계최고속 블랙버드, 베스트셀러 F-16을 탄생시킨 비결이니 말입니다.
자율참여형을 고안하기 전에 그 속에 인센티브 조항을 하나라도 넣었다면 현재와 같이 일선 부대가 알아서 인센티브를 조달하거나 분위기 만드는 고생은 안해도 됐을 겁니다.
또한 70년대식 단순 노가다 훈련으로 전투력 증가가 가능하다고 믿는 노땅 지도부 사상도 참 딱합니다. 현재의 훈련 교범 메뉴얼 대로 백날 열심히 훈련 해보십시오. 전투력 증가가 되나 안 되나.
증가라는 건 기존에 뭔가를 더하는 과정입니다. 원래 가지고 있는거 백날 하는 걸 반복이라고 하고요. 이미 이 반복의 극치를 경험한게 예비군인데. 반복한다고 전투력 늘어날게 뭐 있겠습니까?
현대전에 걸맞는 훈련메뉴 만들 생각 안하고 쌍팔년도 교범대로 교육시키니 뭐가 되겠습니까?
시청각 자료랍시고 민무늬 군복입은 아저씨들이 최신형 소총(?) M-16들고 설치지를 않나. 포니가 굴러다니지를 않나. 이런 쌍팔년도 다큐멘터리를 정신무장 자료랍시고 보여주고 있으니. 요즘 블랙호크다운이나 위워솔져스같은 대작 전쟁영화 보며 살아온 예비군들에게 그따위게 이빨이나 먹히겠습니까?
솔직히 예비군 시청각 자료로 쓸만한 다큐 하나 만드는데 100억이 듭니까? 200억이 듭니까? 보다보면 차라리 히스토리 체널이나 네셔널 지오그래픽의 전쟁사나 병기 다큐보는게 더 유익하다고 생각될 지경입니다. 특히 핀란드와 소련의 겨울전쟁같은 다큐는 참 좋은 자료인데. 예비군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예비군의 강력한 포스를 제대로 보여준 겨울전쟁에 대한 다큐 틀어주는 일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그 다큐를 보면 지리를 잘알고 해당 지역의 기후에 적응한 예비군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고. 그 무서운 예비군을 운용하기 위해 핀란드 정부가 그 자신만의 지형의 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용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게 교육 아닌가요?)
보다보면 정말 쌍팔년도 자료보느니 요즘 전쟁액션 영화보는게 전쟁터에서 더 쓸모 있을 지경입니다. 시대는 흘러흘러 시가전 시대인데 이젠 야전, 산악전에서도 잘 안써먹는 쌍팔년도 자세나 가르치고 있으니.....
이 따위 것들 백년 반복 숙달해 보십시오. 전투력이 늘어나나 안 늘어나나. 늘어마면 내가 장을 지지렵니다.
그리고 경험만으론 절대 보충이 안되는 부분인 사격. 꼴랑 1년에 9발 사격하고 사격감을 유지하라는게 말이나 된다고 보십니까? 총알값이 그렇게 비삽니까? 9발만 주게. 예비군에게 바라는건 그토록 엄청나면서 투자가 꼴랑 소총탄 9발입니다 그려. 영점도 안 잡힌 소총으로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탄착군 만들어내는 예비군들 보면 제가 다 기가 막힐 지경입니다.
5. 결언.
다른 건 모르겠고. 현역으로 2년 복무한 것으로 부족해 예비군으로까지 끌려와 귀한 시간 내가며 훈련하는 예비군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한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대놓고 니 목숨은 내가 맘대로 사용하겠다고 엄포놓는 주제에 그에 합당한 대우는 하나도 안하는 대한민국이 원망스럽습니다.
이런 주제에 애국심을 바라고 예비군에게 목숨바쳐 싸울 사기를 바라는 대한민국이 참으로 한심하고 멍청해 보입니다. 딱 임진란때 이순신, 김덕령같은 명장을 죽여놓고도 부족해 민초들이 일으킨 의병조차 제 권력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철저하게 탄압한 쪼다중의 상쪼다 선조가 생각나네요.
망한 나라 선례에서 정말 아무것도 못배우는 겁니까? 아니면 알면서도 무서워 행동을 못 취하는 겁니까? 아직도 예비군이 공짜로 부려먹는 만만이 쪼다로 보입니까? 정치하는 양반들의 각성이 필요한 부분이라 보여져 글 올려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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