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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이 47년간 감춘 한 의문사의 진실
진실밝힌 아내 배상 판결 못보고 작년 사망

군복무 중 상급자의 폭행으로 숨졌으나 군 당국의 거부로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던 피해자의 유복자가 50년 만에 국가로부터 손해배상을 받게 됐다.
지난 55년 육군에 입대한 이모씨는 그해 11월 야간 순찰을 돌던 일등중사로부터 “불침번이 없다”는 이유로 내무반원 전원이 얼차려를 받다 둔기에 맞아 뇌진탕으로 숨졌다. 일등중사는 그해 군법회의서 과실치사죄로 징역5월을 선고받았지만, 군 당국은 유족들에게 이씨가 나무에서 떨어져 숨졌다고 허위로 통보했다.

당시 임신 중에 남편의 사망통보를 받은 부인은 얼마 뒤 이웃 마을에 살던 남편의 군대 동료로부터 ‘남편이 폭행으로 숨졌다’는 말을 듣고 확인에 나섰지만, 육본측은 ‘자료가 없다’며 확인을 해주지 않았다.

부인은 이후 10여년을 홀로 수소문한 끝에 1970년 가해자를 찾아내 남편의 폭행사를 인정하는 자필확인서까지 받아냈다. 암으로 죽음을 앞둔 일등중사는 순순히 자필확인서를 써줬고, 부인은 이를 바탕으로 다시 진정했지만, 육본은 오히려 “사실확인서를 인정할 수 없다”며 묵살했다.

이렇게 되자 부인은 이후 계속 진정을 내면서도 서서히 체념하게 됐다고 한다. 그러다 2002년에 육본은 유족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재조사를 벌여 이씨의 사인이 폭행에 의한 것임을 확인, 이씨를 순직에 따른 국가유공자로 등록했다. 이에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3부(재판장 최성준·崔成俊)는 30일 “국가는 소송이 제기된 2002년으로부터 예산회계법상 소멸시효(5년)를 역산한 98년 4월부터 2003년 1월 사이의 유족연금과 위자료 등 모두 81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남편을 잃은 지 한달이 안돼 유복자로 태어난 아들을 평생 홀로 키우며 남편의 억울함을 밝혀내려 한 이씨의 부인은 작년 재판 결과를 보지 못한 채 암투병 중 숨졌다.

(최경운기자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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