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용산 전쟁기념관에 갔다는 백발이 성성한 외국인들이 저마다 가슴에 훈장들을 달고 기념관을 관람하고 있는 것을 보고, 한 분에게 물어봤더니, “한국 재향군인회 초청으로 방한한 6.25 참전용사들로서 인천상륙작전 56주년 기념식에 참가하고, 산업시설과 전쟁기념관 등을 둘러보고 있는 중”이라며, “한국의 눈부신 발전상을 직접 보니, 참전 용사로서의 명예와 큰 보람을 느낀다” 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군인과 명예에 대해 한번 생각해봤다.
사전에서 보면, ‘명예’란 ‘남의 존경과 인정을 받으면서 이름과 평판이 높은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자신의 지위나 하는 일의 업적에 대해 사회로부터 얻을 수 있는 좋은 평판과 존경을 명예라고 하겠다. 예를 들면 운동선수가 평소 연마한 기량을 올림픽에서 유감없이 발휘해 금메달을 따거나 군인이 전투에서 세운 공에 대하여 사람들이 보내는 찬사가 바로 명예인 것이다.
사람이면 누구나 남으로부터 인정과 칭찬을 받고 싶어 하는 ‘명예 욕구’를 갖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명예는 인간이 살아가는 삶의 과정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 중의 하나로 꼽힌다. 그렇다면 자신의 목숨까지 바쳐 가며 국가를 보위함으로써 국민이 안정된 삶을 누리도록 하는 것이 임무인 군인에게 있어 명예는 무엇일까? 군인은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데, 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필수적인 요소인 군인정신의 6대 덕목 가운데 첫 번째 덕목이 바로 명예인 것이다.
“군인은 명예에 생사를 건다”는 말이 있듯이 군인에게 있어 ‘명예’는 군인을 군인답게 만드는 최고의 가치인 것이다. 따라서 군인에게 명예는 직무에 대한 사명감과 만족감에서 스스로 자기본분에 최선을 다하는 긍지에 대한 외적 보상인 것이다. 결국 명예란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자신의 이익이나 안전을 희생시키면서도 자신에게 부과된 사명과 임무를 한수한다는 긍지에서 얻어지는 것이라고 하겠다.
따라서 명예는 어디까지나 내적인 자기만족과 주위로부터 존경을 받는데 참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명예욕이 너무 지나치면 공명심으로 바뀌어 외적인 명성이나 과장하려는 이기적인 행위로 떨어져, 결국 진실된 행동을 못하고 끝내는 비굴한 인간이 되고 만다. 그렇다면 군인은 어떤 명예를 가져야 할까? 군인으로서 최고의 명예는 국가와 소속부대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희생정신 속에 있다고 본다. 국립현충원에 잠든 호국 영령들은 멸사보국의 정신으로 싸우다가 산화하여 군인으로서 명예를 지켰기 때문에 온 겨레가 존경을 보내는 것이며, 또 외국인 참전 용사들이 가슴에 훈장을 달고 방한하는 것도 6.25전쟁에서 한국을 지켜냈다는 명예 때문이 아닐까?
평상시 군인의 명예는 국방의 신성한 의무를 다하는데서 찾아져야 한다고 본다. 각자가 임무에 대한 보람과 자부심, 직책에 대한 긍지를 갖고 국민들로부터 존경받을 때 비로소 명예로운 군인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여름 강원도에 물난리가 났을 때 헌신적으로 복구를 지원하고, 휴가를 나오거나 제대를 앞둔 군인들이 늠름한 모습으로 군복무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긍지를 가질 때 국민은 믿음직스러워하고 깊은 신뢰를 보내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평상시 군인이 갖는 명예라고 생각한다.
요즘 TV드라마 중에서 ‘주몽’, ‘연개소문’이 인기다. 물론 중국의 동북공정 영향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주인공을 비롯한 선조들이 자신의 위험은 돌보지 않고, 오로지 국가 생존과 민족의 안위(安危)만을 생각하며 명예로운 삶을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명예는 일시적이 아니라 영원히 남게 된다는 사실을 모두가 명심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 국방을 책임지고 있는 군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국토와 겨레에 대한 사랑, 직분에 대한 책임의식, 자신의 희생을 통해서라도 맡은 바 직무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되어 한마디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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