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쓰려는 내용은,

비리라는 단어를 사용 할 정도의 성격을 띈 사건은 아니지만

넓은 의미에서 비리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이번 GOP사건을 보면서 문득 제 군 시절이 떠올라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관심사병 이야기부터 수류탄 사고 사망 사건까지,

제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먼저 관심병사라는 제도에 대해서...

저는 2002년 02군번으로 306보충대에 3월2일 입대해,

4월에 8사단 16연대 3대대 9중대 2소대로 자대 배치 받았습니다.

군 입대 전에는 기침을 자주했지만 흡연때문인 줄 알았고 특별히 아픈 곳은 없었습니다.

훈련소에서 훈련을 받다가 천식증상이 발견되어서 그제서야 기침을 자주 하고 그랬던 것이

천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하지만 그렇게 심한 천식증상은 아니었고 가벼운 수준이었습니다.

다만 아침에 구보를 할때 남들보다 조금 벅차더군요. 그래도 열외같은 것은 한적이 없습니다.

자대배치를 받고, 제 병명에 천식증상이 있는 것을 보고 중대 선임병들은,

심하게 말해서 거의 ㅂ ㅕㅇ신 취급을 했습니다.

지나가다 저와 마주치면 아무 이유 없이 욕설을 하고 손찌검을 하려고 위협을 하는 식으로..

그랬던 이유는 딱 하나였습니다.

"꾀병부린다."

하지만 나름대로 꿋꿋이 버텼습니다. 천식증상이 있다고 해서 훈련이나 구보 열외 한 적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점점 순간 호구가 되어 가더군요.

그러다가 한달 가량이 지나갔고,

분대 선임병이었던 양상병과 새벽에 탄약고 소초 근무를 나갔습니다.

예능프로그램 "진짜사나이"를 보면 근무를 나갈때 본인이 챙겨야 할 물품은 선임 후임 가릴 것 없이

직접 알아서 하지만, 실상을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10년 전과는 차이가 있겠지만

아직도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렇지만도 않다더군요.

하여간, 실제로는 후임병들이 선임과 근무 나갈때는 선임병의 몸종이나 다름 없습니다.

불침번이 깨우면, 후임들이 먼저 일어나서 선임병의 전투복, 양말, 탄띠, 전투조끼, 방탄모 등을 내려서

선임병 앞에 준비시켜 놓습니다.

그리고 선임병 수통과 본인 수통을 챙겨서 물을 채워오고, 그 다음에 후임병은 전투복으로 옷을 갈아 입죠.

보통은 수통에 물을 채워서 올때까지도 선임들이 일어나지 않고 자고 있을때가 많습니다.

그러면 후임이 선임병 귀에 대고 조심스럽게 "00상병님 근무 나갈 시간입니다."

수십번을 말해서 깨워야 할 때도 있죠.

그런데 이제 갓 일병에서 상병으로 진급한 선임들은 늦잠 자는 버릇이 덜 한 편이라서

수통에 물을 채워가면 이미 옷을 거의 다 입고 전투화 끈을 매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날이 그런 날이었죠.

양상병은 전투화를 신고 있었고

저는 수통에 물을 채우고 와서(양상병이 지하수 안마시고 정수기 물만 마셔서 시간이 좀 더 걸림)

그제야 전투복으로 환복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욕설이 시작되더군요. 뭐가 이렇게 느리냐느니, 개념이 없다느니,

하여간 어찌어찌해서 근무에 투입 되었습니다.

소초에 도착하니 목이 마르더군요. 그래서 수통을 꺼내 물을 마셨습니다.

양상병 曰 "야이 씹*키야. 누가 물마시랬어?"

저는 그냥 "죄송합니다"하고 물을 마시다 말고 수통을 집어 넣었습니다.

그러더니 본인이 수통을 꺼내서 물을 마시더군요.

그러다 갑자기 입에 머금고 있던 물을 제 얼굴에 뱉어버리는 겁니다.

양상병 曰 "이런 씹*키가 장난하나? 누가 수돗물 받으랬어? 이 개*키야."

저는 "정수기 물인데 말입니다."

하지만 양상병은 제가 거짓말을 한다고 k2소총 개머리판으로 제 방탄모를 찍어 누르면서

욕설을 하고 군화발로 정강이를 툭툭 치면서 계속 똑바로 말하라고 했습니다.

저는 너무 억울해서 어욱한 표정을 지으면서 "수돗물 아닙니다. 정수기 물 맞습니다."

그랬더니 갑자기 주먹이 날아왔습니다.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몇대 맞았는지 기억도 안나더군요.

가만히 있으면 계속 맞을 것 같길래 양상병을 끌어 안고 소초 건물 벽에 밀어 붙여서 제압했습니다.

그후로 조금 실랑이를 벌이다가 제가 양상병을 놓아주었는데

이번에는 양상병이 제 얼굴에 총구를 겨누더군요.

어차피 부대 내에서 근무였기때문에 실탄이 아니라 공포탄이었지만

그래도 코 앞에서 공포탄을 맞으면 실명을 한다거나 부상이 꽤 심각 할 것입니다.

이렇게는 안되겠다 싶어서

"양상병님. 그만 하시죠. 어차피 공포탄 쏴봐야 영창밖에 더갑니까?

수돗물 넣은적도 없고 정수기 물 맞습니다. 구타 하신거는 모른척 할테니까 그만 하시죠."

그런식으로 그날은 어떻게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중대장이 저를 부르더군요. 알고보니 양상병이 그 날 있었던 일들을

소대장에게 말했고, 마치 제가 원인 제공을 해서 그런 일이 있었던 것 처럼 알고 있었습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1년 정도 같이 생활한 사람 말을 믿지

이제 갓 자대 배치 받은 꾀병 천식 환자 말은 믿지를 않더군요.

게다가 아무것도 모르는 이등병 시절이라서 조리있게 뭐라고 말 할줄도 몰랐고 그럴 처지도 아니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저는 (관심사병)이 되어 있었습니다.

흔히들 속된 말로 고문관이라고 하죠?

의도치 않게 시작부터 군생활 완전히 꼬인겁니다.

어느날은 부대 뒷산에 있는 훈련 시설 제초작업 밑, 나무 가지치기 작업을 하는데,

선임병이 나무 위에 올라가서 톱으로 가지를 치라고 하더군요.

나무를 자르고 2M정도 되는 높이에서 뛰어 내렸는데

무릅에서 "뻑"하는 소리와 함게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그 후로 무릅을 굽힐때마다 힘이 들어가지 않고 어떤때는 맥없이 픽픽 넘어지고 그러더군요.

그래서 그런 말을 선임들에게했더니

역시나 저는 고문관 꾀병 천식 화자 이므로 그것도 꾀병이라고

의무대에 보내주지 않았습니다.

고통이 지속되면 나중에는 무감각해지는 것처럼, 그런 이유인지,

아니면 호전되는 것인지, 어느 순간부터 무릎은 잊고 살았습니다.

다만, 침상에 걸래질을 할때나, 예를들어서 바닥에 무릎을 꿇거나, 이럴때

다쳤던 왼쪽 무릅은 바닥에 댈 수가 없었습니다. 무릎을 바닥에 대는 순간 통증이 엄청났습니다.

그래도 누구한테 말 할 수도 없었고

저는 그 무릎으로 1년 이상을 정상적으로 모든 훈련을 소화했습니다.

그1년 동안 저는 저점선임이 되어가면서 그나마 고문관에서는 벗어났습니다.

흔히 고문관이라고 하면 훈련 열외하려고 발악하는데 저는 예외였죠.

분대장도 할 수 있었는데, 과거 고문관소리를 듣던 전력때문에 소대장이 저한테 분대장을 주지는 않더군요.

어쨌든 병장이 되고, 어느날 축구를 하고나서 다음날 잠에서 깼는데, 그날은 비가 내렸습니다.

무릎이 쏙쏙쏙 아리더군요.

마침 주말이었고, 행보관이 대대의무대가 아닌 사단의무대 갈사람 있냐고해서 손을 들었습니다.

사단의무대에서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무릎에 염증이 꽃모양으로 피어올라와있더군요.

보통 염증은 엑스레이로 잘 안찍히는데 염증이 너무 심해서 엑스레이로 그렇게 나왔답니다.

결국 치료를 받았고, 한달간 무릎에 깁스를 했습니다.

보통은 무릎에 염증이차면 주사만 한대 맞고, 약을 먹고,

좀 심하다 싶으면 길어야 1주일 정도 깁스를 합니다.....

깁스를 하고 부대에 돌아가니, 소대장이랑 중대장이 차례로 저를 불러서

그동안 오해해서 굉장히 미안했다고 사과를 하더군요.

이등병때부터 꾀병을 부리는 줄 알았다면서..

저는 전역한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바닥에 그 무릎을 대지 못합니다.

무릎을 바닥에 대고 체중이 실리면 무릎이 벌어지는느낌이 듭니다.

비가 오거나 습도가 높아지면 노인들처럼 무릎이 아직도 쏙쏙쏙 아리구요.

그런것 생각하면 정말 아직까지도 분통 터집니다.

다행히 군생활 마지막에는 후임들에게 헹가레 받으면서 기분좋게 마무리해서 다행이지,

제가 조금만 더 부정적으로 마음먹었다면 마지막 순간까지도

억울하게 관심사병으로 낙인찍혀서 스트레스 장난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는 제가 억울하게 관심사병이 되었던 이야기 입니다.

아마 군대에 잇는 관심사병중 절반 정도는

천선적으로 관심사병 조건을 가진 얘들이 아니라

제가 그랬던것처럼 관심사병이라고 누명 씌인 얘들도 절반은 될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군대가서 적응하기 전에, 특히 이등병 일때 어디라도 아프거나

관절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을 다치기라도 하면, 그냥 관심사병 되는겁니다.

이런것들이 곪고 곪아서 결국 사고가 나는 것이구요.

어떻게보면 층간소음으로 살인나는 그런 것과도 같은 작용입니다.

자신은 정말 억울한데, 관심사병 고문관으로 몰리고 꾀병부리는 호구가 되어서

365일 같은공간에서 생활하는 모든 사람들 자체가 스트레스라면?

그게 정답입니다.

이제 제가 군에서 목격한 충격적인 사망사고에 대해서 말해보죠.

이것 역시 이등병 시절이었습니다.

제가 양상병에게 구타당하고 1~2주 정도 지낫을까요?

2002년 월드컵이 열리기 직전 5월로 기억합니다.

당시 2주일 동안 부대집중화기 훈련이 있어서

실탄, 수류탄, 201유탄, RPG, 1005M포탄 등등 

부대에 배정된 탄약을 모두 소비해야 하는 그런 훈련이었습니다.

그중에 수류탄 같은 경우는 새벽부터 일어나서 힘들게 산에 올라가서 받아야 하는 훈련이고

수류탄을던지는 긴장감으로 인한 통제관들의 군기때문에

선임들은 대부분 빠지려고 했습니다.

군대는 대대단위로 400명 정도의 인원이고

4개 중대로 나뉘어서 9중대, 10중대, 11중대, 중대본부(대대장 직속 통신병, 취사병 등등)

이렇게 나뉘어져 있고, 예를들어서 9중대는 10중대와 생활관도 나뉘어져 있을뿐 아니라

선후임관계가 없습니다. 그래서 9중데 이등병은 10중대 병장을 봐도 그냥 아저씨라고 반말을하죠.

또, 중대는 1소대, 2소대, 3소대, 포반 이렇게 나뉘어 있습니다.

하여간 소대별로 이등병 또는 일병을 2~3명씩 차출해서 새벽 4시경에 수류탄을 던지러 갔습니다.

상병 병장들은 열심히 잠이나 쳐자고 있었죠.

산에 올라가서 본격적으로 수류탄 투척이 시작되었습니다.

통제관은 10중대 중대장(대위)과 10중대 분대장(병장)들 몇명이 맡았습니다.

훈련 총 인원은 9,10,11중대 이등병 일병들 17명이었죠.

상병 병장은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덕분에 통제관들이 시키는대로 고지곧대로 할 수밖에 없었죠.

훈련받는 얘들 전부 아는 게 없으니까 맞는건지 틀린건지도 모를수밖에요.

게다가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수류탄 투척 전에는 의무적으로 수류탄 투척 방법과 투척 연습을 충분히 실시하고 던져야 했습니다.

그런데 통제관이던

10중대 중대장 曰 "야야. 다들 수류탄 던질 줄 알지? 안전핀 뽑고 그냥 던지면 돼. 알겠지? 교육 끝."

이말 한마디 하고 각 조별로 3명씩 수류탄을 수령해서 1사로, 2사로, 3사로,

투척 장소로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통제관의 통제 방식이 상당히 이상하다고 느꼈습니다.

무엇이 이상하냐 하면, 보통 수류탄 던질 때는

'안전고리'를 제거하고 '안전핀'을 제거 한 다음 야구공 던지듯이 자세를 잡고 곧바로 지체없이 투척을 합니다.

자대배치 받기 전에는 훈련소에서 그렇게 던졌었습니다.

하지만 10중대 통제관은 안전핀과 안전고리를 제가 한 다음, "투척 준비"를 왜치고

야구공 던지는 자세를 잡고 있으면,

"야야! 자세 똑바로 안잡어?! 너! 그래! 야구공 그 자세로 던지면 멀리 날아가겠냐?"

안그래도 손에 땀이 삐질삐질나는데, 얼굴 옆에 수류탄을 들고 그렇게 1~3분을 자세 지적질을 하다니..

안전핀을 뽑을때 안전손잡이가 실수로 들리기라도 한다면 그때부터 5초가 들어가는 건데,

별의별 상상이 다 들더군요. 그래서 던지기도 전부터 손에 땀이 더나고 긴장이 더 됐습니다.

어쨌든,

저는 2번째 줄이었는데 어찌어찌 수류탄을 던지고 올라와서 공터에 앉아서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3번째줄에 있던 11중대 이등병들 3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수류탄을 인계받고 내려가더군요.

그런데, 유독 긴장한듯 보이는 이등병이 눈에 띄더군요.

굉장히 불안해보이고 뭔가에 쫒기는 사람처럼 산만해보여서 시야에서 사리지는 순간까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직도 얼굴까지 기억 할 정도... 생각해보면 세상엔 참 알수 없는 현상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통제관의 통제하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쾅!"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원래 절벽 아래로 수류탄이 떨어져서 터지면 "쾅" 소리가 아니라

"콰쾅" 소리가 납니다. 또 한참 뒤에 메아리쳐서 멀리서 "콰쾅" 소리가 한번 더 들리죠.

절벽에 반사되어서 소리가 한번 더 들리는 거죠.

어쨌든, 소리가 들리자마자 이상하다고 직감하는 동시에

통제하던 10중대 분대장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뛰어 올라왔고,

제 머리위로 모래와 나뭇가지 등등이 쏟아졌습니다.

저를 포함한, 위에서 대기하던 훈련병들은 본능적으로 사고가 터진것을 직감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습니다.

통제를하다말고 비명을 지르고 뛰어 올라온 10중대 분대장 한명은 얼굴에 피튀긴 자국이 있었고

상황을 살피려고 빠른걸음으로 다가온 저희들에게 우는 얼굴로,

"보지마세요! 보지마세요!"

이 말을 연발했습니다.

이때, 10중대 중대장이 통제실에서 내려와서 말 없이 아래로 내려가더군요.

2~3분정도 지났을까?

"콰쾅!" 수류탄 터지는 소리가 두차례, 차례로 들렸습니다.

수류탄은 1,2,3 사로중에서 2사로에서 터졌고,

1,3사로에 있던 이등병 두명은 수류탄을 손에 쥔 채로 대피호에 몸을 웅크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을 10중대 중대장이 내려가서 차례로 절벽으로 던져 준 것이죠.

그리고는 10중대 중대장은 휴대폰으로 대대장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대대장님... 수류탄 투척 훈련중에 사망자 1명 발생했습니다....."

온 몸에 소름이 돋더군요... 손발이 떨려서 제대로 서 있을수도 없을 정도 였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그랬습니다.

당시, 막 해가 뜨려는 찰나였고..

기다렸다는 듯이 구름이 걷히면서 햇볕이 내리쬐더군요..

동시에 피비린내가 진동했습니다.

햇볕을 타고 올라오는 사람 피가 범벅된 땅 냄새는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중대장이 그러더군요,

"시신이 말라버리니까.. 헌병대랑 의무대 오기 전에 시신을 어느정도 수습해야 한다."

몇명은 2사로로 내려가서 판초우의(비옷) 한장을 바닥에 깔고

또 한장으로는 지붕(그늘)을 만들었습니다.

바닥에 깐 판초우의에 시신을 수습하는데.. 나뭇가지로 젖가락을 만들어서

바닥에 흩어져있는 살점을 한하나 주워 담았다더군요.

그러다가 얼굴과 방탄모를 찾을 수 없어서,

저를 비롯한 몇명은 얼굴을 수습하러 절벽 아래로 내려갔고,

마대(쌀자루 같은)에 얼굴을(방탄모가 그대로 씌워진 채)... 얼굴을 수습해서 올라왔습니다.

판초우의에 전부 수습하고 보니.. 가슴 한쪽과 왼손은 산산조각나서

찾지를 못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이등병은 자대배치를 받기 전, 훈련소에서

고열때문에 입실해서 수류탄 훈련을 못 받았다더군요.

게다가 왼손잡이였습니다.

왼손잡이 같은 경우는 오른손잡이와 달리 수류탄을 거꾸로 잡기 때문에

안전고리를 뽑을때 새끼손가락으로 뽑습니다.

오른손잡이들은 검지손가락으로 뽑구요.

안그래도 수류탄 교육도 받지 않고 처음 던지는데,

새끼손가락으로 빡빡한 안전고리를 빼려고 하니까 잘 안뽑혔겠죠.

그러다가 안전고리를 빼는 과정에서 안전손잡이가 이미 들려버렸던 것입니다.

그때부터 5초 카운트다운은 들어가고 있었던 것이죠.

어쨌든 바로 던졌으면 절벽 아래에서 터졌을텐데,

통제하던 10중대장이 "자세 똑바로 안잡어?!"

이렇게 미친놈처럼 자세 교정하고 있었으니..

이것도 나중에 들은건데,

그 이등병이 새끼손가락으로 안전핀을 뽑으려다 잘 안뽑혔는지

몇차례 버벅이면서 안전핀을 뽑았다고 합니다.

10중대장 통제관의 지시에 따라 안전핀을 뽑고

야구공 던지는 자세로 있다가

잡고있던 안전손잡이가 "팅"하는 소리와 함께 튕겨져 나간것이죠.

그래서 통제관이 "야! 너 뭐야!"

그말과 동시에 그 이등병이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서

통제실에 있던 10중대장을 올려다 봤고,

그 순간 수류탄이 터진거더군요.

그래서 왼손은 산산조각나서 찾을 수 없었고

제가 수습하면서 직접 목격한 얼굴은..

안면에 수류탄 파편이 군데군데 박혀서 형체조차 없었습니다.

방탄모에 너덜너덜해진 머리로 추정되는.. 겨우..... 아후... 지금생각해도 끔찍합니다..

9시경 헌병대가 먼저 도착해서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 상대로 조사를 시작했고..

조금 뒤에 의무대가 도착해서 시신을 들것에 올리고 가운을 덮어서 수습해 갔습니다.

오전 10시경 되니까 서울에 거주한다는 그 이등병 부모님과 할머니 할아버지 여자친구까지 왔더군요.

시신형체가 너무 끔찍해서 여자들은 못 올라오게 하고..

아래서 그 아이 엄마와 여자친구 곡소리만 들렸고..

그 이등병 아버지와 삼촌, 이등병 친구들이 올라와서 시신을 보고 오더니,

삼촌과 친구들은 소리를 지르면서 현장에 있던 중대장과 헌병들에게 따지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그 이등병 아버지는 말 없이 저희들한테 담배좀 달라더군요.

한갑을 통째로 드렸더니.. 먼산 보고 주저 앉아서 순식간에 다 피우고..

믿기지 않아서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나봅니다.

사건은 대충 이렇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뭐냐면.. 나중에

저를 포함한 훈련 받으러 올라간 훈련 인원들도 전부 조사를 받았습니다.

조사 과정은, 익명으로 사건 경위를 작성하는 것이었습니다.

혹시나 신원을 밝히고 쓰는 것이면 뭔가가 부담되어서 숨길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아는대로, 사실대로 쓰라고 하길래 정말 사실대로 썼습니다.

<10중대장의 통제 방식에 문제가 있다.>

<안전고리를 뽑고 자세를 잡으라고 1~2분동안 자세교정을 하는데, 그 자세를 잡고 있던 순간, 머릿속으로 사고가 터지는 끔찍한 경우도 상상이됐다. 아니나 다를까 상상한 그대로 사고가 터졌다.>

<결정적으로, 이등병들을 상대로 사전에 안전사고를 대비한 어떤 교육도 없었다.>

그런식으로 쓰고 나서 중대에 복귀를 했는데,

소대장과 중대장이 저를 보고 "너 이 ㅅ ㅐ키.. 쯧쯧쯧..."

이렇게 혀를 차는 것이었습니다.

사실을 사실대로 말했다고 그런 것이었죠. 알고보니 익명이라는 것도 익명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말이 익명이지.. 한명씩 들어가서 사건내용을 기록하고 제출하는 것이니까..

제가 너무 순진했던 겁니다.

그리고 10중대장은 대대를 떠났습니다.

저는 짤린 줄 알았죠.

그런데... 몇개월이 지나고 그해 10월달.......

그 10중대장이 TV에 나오더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이 나옴니다.

국군의 날, 제식행렬 지휘관이 되어서 나타난 것입니다.

계급은 소령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대위에서 진급을 한 것이죠.

게다가 국군의 날에 그런 행사를 지휘 했다고 함은.. 창창대로를 예약한 것이죠.

제가 지적했던 그 지휘관의 어처구니없던 통제 방식은 어디로 묻혔나 모르겠습니다.

사실대로 말했던 저는 그 사건 이후로 더더욱 관심병사가 되었죠.

그렇지않아도 천식에 무릅부상 꾀병에...........

그들 입장에서는 관심종자였을 것입니다.

그 후로 대대장이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10중대 중대장 국군의날 행사 보았느냐...

수류탄 사건 터지고 대처를 아주 잘해서 상부에서 칭찬을 아주 많이 받았다.

ㅎㅎ

맞습니다. 수류탄 터지고 직접 내려가서 웅크리고 있던 두명의 목숨을 용기 있게 살려준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사고는 인재였습니다.

10중대장의 통제방법이 아주 미련하다 못해서 미친짓이었죠.

아니나다를까 그 후에 수류탄 투척 방식이 바뀐 것이 있습니다.

안전고리를 저게하고 지체없이 바로 던지는 것이 그것입니다.

그 사건이 일어난 후에 수류탄 교육과정에 필수로 추가된 내용이죠.

제가 그것을 지적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그 후로도 몇명 더 죽어나갔겠죠?

제가 군생활 하면서 본 사망 사고만 400명 정도 인원으로 구성된 대대 안에만 4건입니다.

2건은 자살사고, 1건은 수류탄, 나머지 1건은 직업군인인 하사가 총기들고 탈영했다가 사살됐습니다.

뉴스에 나오지 않아서 그렇지, 군대에서 1년에 죽어나가는 꽃다운 청춘들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이번에 총기 난사사건은 극히 일부분입니다.

자살사고, 구타로 인한 사망, 탈영으로 인한 사망, 훈련중 사망...

이런것들까지 뉴스에 전부 나오지는 않죠.

결론은 이겁니다.

앞으로도 이대로 군대 시스템이 유지되면 이런 사고는 지속저그로 나올 것이다.

기호에 맞는 딱부러진 해결책을 제시하고 실행 해야 하는데,

모든 윗대가리들이 그렇듯이, 쓸데없는 허황된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진정, 군대에서 아까운 청춘들이 희생되는 것을 최소한으로 막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의료시스템을 개선해야 합니다.

꾀병이든 아니든,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는 의료환경 말입니다.

군대 다녀온 사람들은 다들 이말이 무슨 말인지 아실겁니다.

대대 안에 있는 의무대의 기능은 허수아비죠.

사단 또는 연대 의무대를 가더라도 의료환경 어떻습니까?

일반 병사들은 그야말로 마루타죠.

군입대한 의대생들의 마루타 생체 실습............

만약 의료환경이 개선된다면,

그래서 어느 부분이 아프면 아프다고 눈치보지않고 말 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면,

상당부분 사고가 감소할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지금 군대는 아프다고 하면 일단은 꾀병이라고 의심부터 하죠?

꾀벼인가 아닌가는 진단부터 내려보고 판단해야 할 문제 아닐까요?

만약 제가 그랫던 것 처럼 진짜로 다친 것이라면?

정말 억울한데, 관심병사 고문관으로 몰려서

365일, 선임들에게는 갈굼당하고 후임들은 개무시하고..

그렇게 스트레스가 쌓이다보면 갑자기 크게 터질때가 있을겁니다.

심지어 꾀병을 부렸어도 그런 상황에서는 스트레스를 받게되죠.

그렇게 꾀병 부린 인원들은 철저하게 관심사병으로 분류해야 맞습니다.

그렇다고 그 인원들을 전부 보직을 따로 배정해서 훈련 면제해주고 하면,

이외에 또 꾀병부리는 인원들이 늘어나게 되는 악순환을 겪게되겠죠?

그래서,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하지만 해결불가능한 문제도 아닙니다.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은,

부대 내에, 각각 중대마다 1명씩 필수로 여성군인 인력을 이용해

전문적인 심리상담사를 배정하는 하는 것입니다.

여군이어야 하는이유는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딱 답이 나오지 않나요?

이것은 자존심 문제입니다.

여군도 여자이기때문에

남자라는 성별을 가지고 있는 동물의 특성상,

아무래도 여자 앞에서는 덜 부끄러워지려고 하죠.

제가 군복무당시에도 1소대 소대장이 여군이었습니다.

그런데, 씩씩하게 굴던 그 여소대장도 훈련나가서 남몰래 텐트에서 울었다고 하더군요.

군대에서 여성을 그렇게 쓰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생각됩니다.

여군은 장교교육에서 기본적인 훈련만 받게 하고

심리상담교육을 집중적으로 받게하여

심리상담사로써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것이 가장 효율적일 것입니다.

이미 대대 또는 연대 단위로 심리상담사 성격의 인력이 배치 되었을 것으로 아는데,

그것으론 부족합니다.

첫번째, 의료 환경과 시스템의 개조.

두번째, 여군 인력을 활용한 심리상담사를 중대 단위로 배치.

막연한 주장 일 수도 있겠지만

이것만 시행되어도 최소 군사고의 3분의1은 줄어들것이라고 장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