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떠나온 많은 이들처럼 제게도 고향은 늘 그리운 곳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마음으로 그리워하고 가끔 내려가서 부모님과 어른들께 인사를 드리는 것만이 고향을 사랑하는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험난한 대내외적인 경제 상황 속에서 점점 더 소외되어 가는 우리 농촌의 현실을 보면, 세월이 흐를수록 힘을 잃어가시는 노모(老母)를 하릴없이 지켜보는 것만 같아 서글픈 마음 누를 길이 없습니다.
외지에 나와 사는 한 평범한 고향 사람으로서 느끼는 안타까움도, 소박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갖게 되는 불합리한 현실에 대한 정당한 분노도 없이 그저 손놓고 고향을 그리는 일은 진실로 고향을 사랑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이렇게 작은 목소리로 건넵니다. 제 고향, 충청 남도 천안시 직판읍 판정 2리 부락 이야기입니다.
제가 이렇게 진정서를 올리는 것은 충청 남도 천안시 직산읍 판정 2리의 <군사시설보호구역> 때문입니다.
<군사시설보호구역>이란, 군사 독재 시절인 1970년대 중반 군(軍)에서 <군사보호시설>이란 명목으로 일방적으로 그어놓은 선입니다. 물론 실제 군사 시설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사익(私益)보다 공익(公益)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은 일견(一見) 타당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군(軍에서 군사 행정의 효율성를 위해 일반인 지주(地主)와 상의 없이 정해 놓은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당시는 군사 독재 시절이고 민간 정부가 들어선 지도 10년이 넘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겠습니다. 이미, 군 부대가 있는 자리가 사유지라는 이유로 한 부대가 아예 이전되거나 축소, 통폐합되는 것을 얼마든지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변화된 환경에서 이전에 획일적으로 불필요하게 그어 놓은 선을 이제는 지역 발전과 개인 지주(地主)의 사유권 행사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거나 해제할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 충청 남도 천안시 직산읍 판정리 전351-17에서 산19-5번지 일대의 군사 시설 보호 구역 규제가 완화․/해제 되어야 하는 이유―
1. 군사 시설 보호 구역은 지역 주민들과의 상의 없이 무작정 설정되었습니다.
1970년대 중반 군사 독재 시절에 지역 주민 혹은 지주(地主)와의 아무런 상의 없이 군(軍) 당국 임의로 정한 것으로 주민들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현 정부의 민주적 행정 관행과도 괴리가 있습니다. 불필요한 시대 착오적 인습은 과감하게 깨뜨려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 군(軍) 당국도 불필요하게 점유하고 있는 땅으로 인해 의도하지 않은 민폐를 끼칠 까닭이 없습니다.
지역적으로 봐도 탄약 창고는 천안시 성환읍 학정리에 위치하고 있고 직산읍 판정리와는 산을 경게로 멀리 떨어져 있어 군사 시설 보호 구역 설정의 불가피성을 찾을 수 없습니다. 물론 국가의 필요에 의해 설정된 구역이지만 상식적으로 봐도 굳이 점유할 필요가 없는 땅을 차지하고 사유 재산을 활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국가적 폭력이며 구 시대의 잔해입니다. 주지하시다시피 <아무런 보상 없이 오랜 세월 동안 소유한 토지의 사적 이용권을 제한하는 것은 헌법상의 재산권 보장 조항에 위배된다.>(중앙일보 1999년 10월 23일자 3면 기사 내용)고 합니다.
3. 이 지역에서의 군사 시설 보호 구역에 관한 행정은 형평성과 공정성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일부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은 탄약 창고에서 불과 10M도 안되는 곳 앞에 학교도 세우고 공장도 짓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같은 일반 주민들은 탄약 창고가 어디인지 잘 모를 정도로 한참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불공정한 규제에 묶여 재산권 행사를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4. 군사 시설 보호 구역은 이 지역 발전에 많은 저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군사 시설 보호 구역은 지역 발전을 위하여 이번 기회에 반드시 완화내지 폐지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군 당국의 현지 답사와 주민들과의 대화를 간곡히 요청합니다.
시대가 변하고 있습니다. 어제 아무렇지도 않게 행사되던 무지하고 불의(不義)한 힘에 의해 뒤틀린 일들이 이제는 하나씩 바로잡히고 있습니다.
충청 남도 천안시 직산읍 판정 2리로 한번 와 주시기 바랍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인해 현 군사 시설 보호 구역에서 최소 200m 정도만이라도 완화하는 조치가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이에 다음과 같이 연명으로 진정드리오니 한번 관심을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2004년 3월 일
7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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