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군대비리 > u상관의 작전회의

*이하는 1950.6.25. 때부터 지금까지 내려 온
여기저기서 떠 도는 말에다 잡지나 신문, 텔레비전, 라디오....등등에의 말들을 짜깁기 한 허구입니다. 이렇게 자유민주주의가 좋긴 좋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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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에 앉아 보급서류를 짜 맞추느라 끙끙대고 있을 때였다.
“끌끌! 이거 전쟁이 사람들을 다 버려 놓았다니까. 이 봐, 장 중사! 여기에 뭐라고 씌어 있는 줄 알아?”
새로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U상관이 건네 오는 말이었다.
슬쩍 눈을 들어 쳐다보았다. 일본 동경제국대학을 나와 유식해서인지 영어로 써진 신문을 읽고 있었다.
“저는 영어를 제대로 읽지 못합니다.”
“아, 그렇다고 했지. 잠시 깜빡했어.”
나이가 아버지 또래는 되어 보여 왠지 조심스럽기도 하였다. 그래서 책상에 놓인 서류를 내려다 보며 건성으로 대꾸하였다.
“거기에 뭐라 씌어 있습니까?”
“미국 기자가 우리나라에 취재하러 왔다가 겪은 일이야....꼬레아에 왔는데, 한 거지 소년이 다가와 옷깃을 잡아 끌면서 말하더래. ‘마이 시스터 비우리풀 훌레이(My sister beautiful play?)’, 자기 누나가 예쁜데 놀다 가라고 말이야. 덧붙여 이제 한반도는 정신마저 황폐해져서 더 이상 희망이 없는 곳이라고 써 있어.”
“그렇군요.”
“장 중사. 그것은 좀 있다 하고, 내 말이나 더 들어 보지. 단둘이 있는데 아무 말도 않고 있기도 뭐하지 않나.”
판돌은 펜을 멈추고 U상관을 올려다 보았다.
“부산에서 전출을 받고 이 곳에 도착했을 때였어. 그때는 제법 어두워져 있었지.”
판돌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서 생각했다.
‘꽤 좋은 연줄이 있나보군. 안전한 곳만 찾아다니니.’
그래도 여전히 말을 늘어놓고 있었다.
“길을 잘 몰라서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웬 젊은 여자가 가까이 있기에 가서 물었지. 그랬더니 이 여자가 다짜고짜 내 가방을 낚아채서는 머리에 이는 거야. 그리고 따라오라며 막무가내로 앞서 가더군. 그래서 뒤를 따라갔지. 속으로는 이 험한 때에도 인심이 살아 있구나 생각하면서.”
“그래서요?”
“골목길 허름한 집으로 불쑥 들어가더군. 그리고 돌아다보면서 이제 통금시간이 다 됐으니 자고 가라는 거야. 양복을 입고 있어서 군인인 줄 몰랐던 모양이지. 얼떨결에 여자가 들이미는 대로 방안으로 들어섰지. 그런데 글쎄, 이 여자가 이불을 쫙 펴면서 갑자기 치마끈을 푸는 거야. 그리고 누워서 눈을 치뜨고 올려다보는 거야. 욕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럴 수 있나. 참으로 험한 세상이구나 싶어 돈만 던져 주고 나왔지.”
판돌은 자신의 다른 체험이 떠올라 실없는 웃음이 나왔다.
“허허허! 그런 일이 다 있었군요.”
“암튼, 더 들어 봐. 밖으로 나와 보니까, 아니 글쎄, 웬 사내 녀석이 대문 앞에 쭈그려 앉아있는 거야. 눈을 번뜩이며 쳐다보더라니까...그 여자 기둥서방이었는지도 모르지. 만일 거기서 그 짓을 하다가 그 놈이 제 아내라고 우기면서, 내가 강간했다고 고발이라도 했으면, 돈 푼 꽤나 날렸을 거야. 아니지. 재수 없으면 지금쯤 즉결 처분되었겠지. 아, 지금 어떤 세상인데. 총도 사방에 널려 있는 판국에...아무튼 정말 개판이야.”
판돌은 자신이 겪었던 동거녀 일이 떠올랐다. 기분이 좋지 않아 평소 궁금했던 일로 화제를 돌렸다.
“ 지금도 전방에서 많이 죽고 있는데, 그때 압록강까지 진격한 군인들은 다 어디서 동원했습니까? 우리나라에 지원한 직업군인이 그렇게 많았습니까?”
“ 정말 몰라서 묻나? 전시 인력 동원이란 것 있지 않나? 운이 좋아 전쟁 초기에 ‘국민방위군’으로 뽑혀가지 않았던 모양이군. 그때 뭣 모르고 뽑혀갔다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여기저기 이동만 다니다가 많이들 생죽음 당했어. 전시하의 징병제? 그런 것은 부대 점령지에서만 통용되는 군표와 같아. 그 부대가 패하면 아무 소용없어. 선조치 후보고, 부대장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북진하면서 아무나 닥치는 대로 징병한 것이지. 따르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총으로...여자나 남자나 할 것 없어......그러다 서울 수복이 되고 나서 정부에서 정식으로 징병제를 발표한 것이지. 정말이지 여긴 완전히 개판이야. 연합군도 아주 골치 아플 거야. 북조선에서도 빨티산이 나타나서는, 중공군이 소련군과 짜고서 이북을 차지하여 식민지로 하려고 한다는, 근거 없는 말이 떠돌면서 중공군이나 인민군에게 총질을 하는 데다, 남조선에서도 빨티산들이 나타나 연합군이나 국군을 가리지 않고 총질을 해대니.... 그래서 나중에는 중공군과 북한군을 섞어서 삼팔선에 오르도록 했던 모양이지. 남조선은 연합군 세력이 원체 강하니...아무튼 완전 개판이야. 이제 더 이상 북진은 안 될 것 같아. 자유 수호 연합군 가운데서도 삼팔선에서 많이 죽는 나라일수록 나중에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판국이야. 아무튼 정말 개판이야.... 예전에 조선여인은 자살을 할 정도로 정절이 뛰어났다는데, 지금은 어째 모두 국제창녀가 되어 있는 것 같고.... 전쟁 끝나면 일본으로 귀화하고 싶은 생각이 들 지경이야. 조선인이라고 차별하지 않으면 말이지. 자네도 생각이 있나?”
소문으로만 떠도는 한국전에 자원한 재일동포인지도 몰랐다. 아니 어쩌면 조선어를 잘 아는 일본인이 첩보원으로 와 있는지 몰랐다. 그래서 판돌은 넌지시 물어 보았다.
“그렇게 좋으면 그냥 그곳에 계실 것이지, 이런 개판에는 왜 오셨습니까?”
그러자 깜짝 놀라는 기색을 잠깐 띠어 냈다.
“자네도 혹시, 뒤집어도 더러운, 그들이 보낸? 설마 아니겠지?”
판돌은 논에서 평화로이 일하던 때가 떠올라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뒤집어도 더러운 것이라면 피 빨아 먹는 거머리밖에 더 있겠습니까?”
그러자 U상관도 피식 웃더니 떠듬떠듬 말했다.
“하긴 그렇군! 그러니까 일본에서 떠도는 소문으로 말하시믄.... 옛날 조선왕과 일본왕이 맺은 비밀 합의와 같아. 대마도는 일본, 제주도는 조선. 그런데 패전한 군인입장이란 것도 이만 저만 창피한 것이 아니야. 서양연합군이 원하는 대로 누군가 전범으로 처형을 하긴 해야 했어. 이때 조센징 출신 장군을 빠뜨릴 수는 없었어. 조선독립군 때문에 동양 삼국통일에 실패하여 천황폐하를 기쁘게 해드리지 못했다는 이유를 달아서 말이야. 사실은 미국과 중국, 러시아 때문에 패전했는데도 말이야....아무튼 참 여기는 개판이야....아무튼 朝鮮에서 전쟁이 나자 일본 군부 내에서 비밀 아닌 비밀회의가 열렸다고 해. 대마도는 어차피 연합군의 주요 수송로가 되어 우리 것이니, 제주도를 확보해 놓자는 것이었어. 그러면 나중에 再起할 수 있다는 거였어. 이렇게 되면 강꼬구(韓國?)는 왼쪽이나 오른쪽이나 간에 해상은 완전 봉쇄된다는 것이었어. 당연히 국제적으로 완전히 고립된, 완전한 반도가 되는 것이지. 이렇게 해놓으면, 언젠가는 반륙(半陸)인 북조선까지 다시 차지할 수 있다는....일본 점령 미군사령부에서는 아무 말을 않고 있었어. 그런데 지금 전쟁을 치르고 있는 연합군이 어떻게 알았는지 반대를 했다는 거야. 그렇게 되면 얼마 후에는 일본을 점령하고 있는 미군은 일본군에 의해 완전 몰살되기 쉽다고 말이야. 그래서 제주도 출생은 그곳 해양방어를 맡게 하고서, 뭍에 있는 청년들을 되는대로 모아다가 훈련을 시킨 것이야. 제주 섬이 재주를 부린 셈이지. 아무튼 여기는 완전 개판이야.”
판돌은 개판이란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귀에 거슬려 대답했다. 더운 여름날 집에서 기르던 개를 삶아 먹는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 그래도 개판이란 말씀은 너무 심하신 것 같습니다.”
“ 개판? 그래. 자네는 아마 어려서 잘 모를 거야. 내가 자네만한 나이 때 일본서 조선인 임방울이가 판소리를 하는 것을 보았어. ‘우리 조조 승상 폐하껴옵서는 천하를 도모’어쩌고 저쩌고 하는, 적벽가 군사설움타령을 하는데..그때 모인 관중들의 절반은 웃고 절반은 심각했어. 한 쪽에서는 북을 치며 장단을 때리는데, 부채를 들고 목에서 피를 토하듯이 하더란 말이야. 그런데 조선에 오니까는 일본에 모인 관중보다 더 많이 몰려서는 아주 대단해. 이상하지 않나? 그래서 깊이 연구를 했거든 .아무튼 판소리식으로 말하자면, 내가 말하는 개판이라는 것도 자네가 생각하는 개판과 다를 수 있어.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 한 가지 해줄까?”
“어떤 이야기 말입니까?”
“옛날에 말이야. 어떤 사람이 조선에 왔었다고 해. 처음 바닷가에 도착했을 때는 어슴푸레한 저녁이었어. 그때 어디서 ‘꾀’하는 소리가 들리더래. 그래서 가만히 문짝 밑에서 들어 보았어. ‘돌면 죽는다. 돌아야 산다. 나가야 산다. 나가면 죽는다.’하면서 아주 시끄럽더래. 부녀자들이 방안에 모여서 말이야. 조개를 굴리면서 하는 말이었던 것이다. ‘꾀다, 괴다, 걸이다, 윷이다, 모다’하면서 시끌시끌하더니 말이야. 그러다 갑자기 ‘꾀’하는 여자를 두들겨 패더래. 그리고 밖으로 내쫓으면서 ‘개’하더래. 그래서 지나치고 길을 걷고 있는데, 어디서 사내들이 적당모의를 하듯이 모여서는 ‘개’하더래. 가만히 보았더니 커다란 멍석을 펴놓고 둥근 점을 둥글게 찍어 놓고 사등분을 해놓았더래. 그리고 청주를 마시는 쪼그만 술잔 안에 사각형 나무토막을 담아서 ‘획’ 던지는 것이야. 나중에 종합하여 보니 ‘도, 개, 걸, 윷, 모’하는 소리였대. 술이나 마시며 놀고 있다가 말이야. 갑자기 어느 한 사내가 ‘개다’하더래. 그러자 그 사람을 모두 합세해서 두들겨 패더란 말이야. 그리고 내쫓으면서 ‘걸’이라고 하더란 말씀이야. 이것을 보면서 그냥 지나쳤어. 그런데 이번에는 담 안쪽에서 ‘걸’하는 소리가 들렸대. 그래서 가만히 담장 안을 넘겨다보았어. 양반마님 여럿이 작전회의를 하듯이 마루에 앉아 있더란 말이야. 머슴들은 마당에서 커다란 사발 가득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어. 그러다가 머슴들이 마당에 모여서 장작개비 다섯 개를 모아 마당에 던지면서 하는 소리더란 말씀이야. 그러다 ‘걸 나와라’하고 주인마님이 외쳤어. 그런데 갑자기 머슴들이 그 나무토막을 들고 몰려가서는 주인마님을 두들겨 패더래. 그리고 내쫓으면서 ‘윷’이라고 하더란 말씀이야. 이렇게 지나다 보니 어슴푸레하게 날이 밝고 있었어. 그러자 그 사람들이 말이야. 모두 모여라, 내쫓은 사람들까지 모아라 하더래. 그리고 모두 모여 논밭에 나가 ‘모’를 심더란 말이야. 그러니까 ‘윷놀이’를 하고 있었던 것이야. 어째 재미가 좀 있나? 이것이 내가 말하는 개판이야. 언제 죽을지 모르는 판국이어서, 그냥 재미 삼아해 보는 말이야.”
그러면서 매우 침통한 표정으로 흰머리가 듬성듬성 나있는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싱거운 농담도 그렇거니와 왠지 안쓰러워 보여서 얼른 대답을 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것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그런 말씀은 그만 하시고, 아까 하시던 말씀이나 계속 하십시오.”
“아차, 그렇지. 그래도 자네는 좀 통하는 데가 있군. 아무튼 그때 자유연합군 수뇌부 가운데 누군가는 조선인을 つしま(對馬島), 아니지 여기서는 한 번 피우면 중독 되어 몸을 망치는 大麻(대마)라는 뜻의 대마도로 데려가 훈련을 시키자고 했다고 해. 이렇게 되자 일본 군부에서도 구렁이 담 넘어가듯 생각을 바꾸고 말았고 해. 괜히 섣불리 계획을 밀어 붙였다가는 일본이 조선처럼 두 조각이 나서 고꾸라지기 쉽다고 말이야. 그러면 또 어떻다고 말이야...... 이젠 연합군에서 거제도에다 북조선군 포로수용소를 짓는다는 계획이라는데...모르지, 벌써 세웠는지....여차하면 공산군과 손을 잡고 포로들에게 무기를 지급해서, 가까운 일본으로 보낼 수도 있다는, 은근한 위협인지도....아무튼 여기는 완전 개판이야. ”
판돌은 믿기 어려운 말이어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에이! 무슨 그런 농담을, 어떻게 그런 일이, 지금 서로 싸우고 있는 처지에, 갑자기 태도를 바꾸다니요? ”
“그래 그렇겠지. 아무튼 나도 잘 모르는 일이야. 일본에서 은밀히 떠도는 소문이 그렇다는 말이야. 그래도 세상일은 모르지 않나? 몇 년 전만해도 일본을 제압하기 위해, 서로 연합했던 중국과 소련과 미국이었는데, 이제는 서로 적이 되어 싸우고 있으니. 일본도 미국과 같은 편이 되었지 않나?.....공산당 연합군에게 붙잡힌 자유연합군 서양인 포로는 소련군이 담당해서 데려 간다고 해. 그래서 그 포로들을 가지고 해당되는 유럽 자유국가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도 해. 중공군 포로는 자유연합군에 알아서 협상하고 말이지. 아무튼 여기는 완전히 개판이야......아무튼 이틈에 일본이 제주도를 점령했으면 원자폭탄을 더 맞아, 일본이 수 십 개 섬으로 되었을지 모르지...지금은 소련까지 원자폭탄을 갖고 있다는 소문도 있는데, 사실이라면 완전히 뒤집어도 더럽게 되는 셈이었지. 대마도가 물에 가라앉으면 태평양에서, 가장 큰 호주 섬도 절반 물속으로 가라앉는다는, 무슨 황당한 말도 나돌면서...그런데 참 보급계 자네, 이북에서 내려 왔다고 했지? 공산주의 국가는 어떻던가?”
대답에 따라 목숨까지 위태로울 수 있는 질문이었다.
“그런 것은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판국에, 그 따위가 다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죽으면 다 그만이던데요.”
“그래, 그럴 거야. 암튼, 자네나 되니까 편히 말해도 되겠군. 지금은 세계 전체가 제국주의를 무찌르는 공산주의 때문에 아주 골치가 지끈 지끈 다 아파. 이것은 일본도 예외가 아니야. 그 넓은 중국과 러시아 황제까지 공산주의자들에게 감옥에 들어갔는데, 이곳마저 적화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지. 그래서 남조선 자유연합군으로 온 국가는 대개 왕이 있다는 말이 있어...저 번 대전 때 우리를 이긴 미국을 지원해준 곳도 그렇고...공산주의에 물든 일본인만 골라서 이곳 전쟁터로 보내고 있다는, 말 같지 않은 말도 떠돌면서 말이야.....아무튼 여기는 니전투구(泥田鬪狗)야. 독립운동에 나선 사람들도 갑신정변 금옥균 삼일천하 신세야. 금옥균 그 양반, 양반노릇 계속 하려고 고종황제 명을 받고 日本에 붙었다가는 추방되었어. 그리고 청나라의 초청을 받아 갔다가는 그곳에서 누군가에게 죽었다지. 이것도 다 이 땅에 태어난 사람들의 문제야. 다른 나라 탓을 해서야 되나... 군은 군대로 임오군란에다, 백성은 백성대로 동학 난에다, 왕은 왕대로 고집부리다가...약소국인줄도 모르고 서로 잘났다고 싸우고 있어서야...외세에 밀릴 때 민란까지 일어났을 때는 왕은 기득권은 버리고 백성들 뜻에 따라야지. 왜 다른 나라 군대까지 동원해서 백성들을 죽이냔 말이야. 그러고서 어떻게 나라가 온전할 수 있겠어...외세에 밀릴수록 똘똘 뭉쳐서 다 같이 죽자는 각오를 해야 뭐가 돼도 되지. 일심으로 단합하여 살길을 모색해야지. 한심하게 외국군을 빌어다가 자국민을 죽이다니. 그러고 망하지 않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에 있겠어....그러고서 남의 나라 탓을 해서는 안 되지....그래서 이런 개판이 된 것이야...만주에서 걸리고 낙동강에서 딱 걸려서는...중간에서 죽어나는 신세가 된 것이야.”
사무실 천장을 올려다보며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쓰시마, 쯔지마, 쓸지마...그곳을 건너면 나가시키. 영어로는 Tsushima.”
“아니 지금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고 계십니까?”
“ 아참, 내가 왜 이런 말을, 나이가 들다보니...자네에게 궁금한 것이 있어서 묻는 다는 것을 말이야. 나는 그동안 東京에 많이 있어서 잘 몰라서 묻는 말이야. 사실 대로 대답하면 자네가 그동안 담당해 온 보급품에 관련한 문제는, 내 다 알아서 처리해 줄 테니. 이렇게 있어도 구한말 때부터 지금까지 살아 온 사람이야...그러니 염려 말고 아는 대로 대답해주면 좋겠어...동해 쪽의 죽도(竹島)를 여기서는 이렇게,”
그리고 종이에 글자를 써 보였다.
--- 다깨始魔 ---
“이렇게 암호처럼 쓰고 있다는데, 조센징 생각으로는 ‘다 깨기 시작하는 마귀’라는 뜻을 줄여서. 이것이 정말 사실이나?”
“글쎄, 그것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여직 북조선에서 더 많이 살아서 말입네다. 누가 장난삼아 그랬던 모양이지요.”
“그래. 그럴 거야.”
안심하는 기색을 보이더니 다시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이것은 어떻게 생각하나?”
그리고 이상야릇한 글자를 써 보였다.
--- おkey나와 ---
“글쎄요. 일본어에다 영어까지 섞어 놓은 것 같으니.”
“바로 그렇다네. 미점령군이 주둔한 얼마 뒤의 일이야. 도화지도 귀한데.....오키나와에 사는 어떤 꼬마가 들고 다니는 종이에 이런 글자가 써있었다는 거야. 일본과 미국과 남조선이 서로 연합되었다는 것은 그런대로 쉽게 알 수 있어. 그런데 일본인이 썼는가, 서양인이 썼는가, 조선인이 썼는가에 따라서 그 뜻이 여러 가지로 나뉘어져. 바로 이것이 문제야.”
어딘지 모르게 군인보다는 학자가 더 어울려 뵈는 사람이었다. 이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서랍에서 안경을 꺼내 쓰고 있었다. 그리고는 아주 진지한 탐구심으로 자신이 쓴 글자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누가 장난삼아 그랬겠지요. 그런 것을 가지고...”
그러자 이맛살을 찌푸려가며 말하고 있었다.
“글쎄, 그렇게 넘어가기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조선 외의 지역에서 조선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요시찰 대상이었어...이런 글자를 연합국 특수정보부대에서 한 짓인지. 국제 공산당과 연계된 일본 내 공산주의자들이 한 짓인지. 아니면 그 꼬마가 장난삼아 그린 그림에 불과한 것인지...이것이 참말로 궁금하단 말이야. 나는 앞으로 20년은 더 살다가 죽고 싶은데. 손자 재롱이나 더 보다가 말이야....아무튼 이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말이야.”
판돌은 아무래도 U상관은 신경이 너무 예민해진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 때문에 목숨이 위급한 전시여서 터무니없는 것까지도 괜스레 의심해서 하는 짓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그 길던 전쟁은 지도에 휴전선(休戰線)을 그으며 끝이 났다.
어느 통계에 따르면, 1차 세계대전 때의 비용이 들어갔다. 그리고 2차 태평양 대전보다 많은 포탄이 터졌다고 한다. 부상자를 제외한 참전 외국군은 약 30%가 전사했다. 남한은 부상자를 뺀 사망자 및 행방불명자가 약 3,000,000 명이 넘었고 이산가족도 약 10,000,000명 정도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은 1945년 해방당시 남북한 인구가 약 20,000,000 名이었음을 감안하여 판단해야 할 것이다. 713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