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연휴를 눈앞에 둔 지난 23일 서울 역삼동 LG텔레콤 본사사옥. 삼삼오오 모여 창사 이래 최초로 지급될 가능성이 많은 특별성과금에 대해 직원들은 기쁨에 들뜬 표정이었다.

연초 경영진이 올해 목표치인 650만명 가입자 확보 달성이 눈 앞에 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고작 600만명 남짓 하던 회원수가 12월 27일 기준으로 649만을 넘어서자 LG텔레콤 직원들은 올 연초 경영진이 목표 달성시 기본급 300%를 지급키로 한 약속만 떠올리고 있다.

연초부터 대대적 마케팅과 홍보로 가입자 유치에 나선 LG텔레콤은 특히 '실속형 요금제'라는 무기를 앞세우며 지난 11월에는 이통 3사 중 신규가입자를 가장 많이 늘리는 등 족적을 남기고 있다.

하지만 26일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가 이들의 스케줄(?)에 찬물을 끼얹었다.

문제는 LG텔레콤이 지난 5월 초 신규가입자 유치를 위해 내놓은 '실속형 요금' 프로그램. 이 프로그램을 개시하면서 LG텔레콤 측은 신규 가입자들을 주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치면서 실제 기존 가입자들에게는 일절 알려주지 않아 이익을 저해했다는 점을 지적해 통신위는 과징금 3억1000만원을 부과했다.

특히 LG텔레콤은 고객용 소식지나 직영점 같은 곳에 전단지 하나 붙여놓지 않고 기존 가입자들을 속여온 것.

'쓰는 만큼 할인된다'는 컨셉트로 도입된 이 프로그램은 기본요금과 통화료를 합쳐 월 3만∼4만원 사이 요금이면 3만원으로 일괄 부과되고, 요금이 5만원 이상이면 4만원까지만 부과되고 그 이상 사용분에 대해 1만원 당 추가로 10%씩 할인된다. (5만원 사용자는 4만원 요금 + 추가 1만원의 10% 할인돼 총 1만1000원 할인 = > 3만 9000원 부과)

무엇보다 이 요금제를 도입하면서 LG텔레콤 측은 상당한 고민을 했던 게 사실이다. 이용자에게 요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LG텔레콤측이 떠안아야할 금액이 어마어마했기 때문. 이로써 나온 결론이 바로 기존 가입자 몰래 신규 가입자에게만 적용해주는 것.

이러한 얄팍한 상술에 현재 이 프로그램은 가입자수가 30만명을 훌쩍 넘었다. 더욱이 신규가입자가 24만명에 달해 압도적이다. 가입자 유치를 위해 기존 가입자들이 아닌 신규 유치에만 혜택을 몰아준 셈이다.

실제 LG텔레콤은 이 프로그램을 LG텔레콤 홈페이지에 고시하지도 않았고 직영점이나 대리점에서는 변경 신청을 지연시키는 등 철저하게 기존 가입자를 우롱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LG텔레콤 이용자인 안성식 씨(29.경기 안양)는 "최근 최대 30% 이상 할인된다는 실속형 요금제를 알고 변경하려 했지만 직영점에서 오히려 꺼려했다"며 "가장 싼 요금제라서 옮기려 했는데 알고보니 신규 가입자 유치용으로 활용해 기존 가입자들에게는 '눈가리고 아웅한 격'이라 불쾌하다"고 주장했다.

LG텔레콤 관계자는 이와관련, "일단 신규가입자 유치를 위해 도입한 제도여서 특별하게 홍보하지 않았을 뿐"이라며 "기존 가입자들도 변경을 원하면 응해준다"고 해명했다.

"일단 잡은 물고기는 거들떠 보지 않는다"는 옛 속담이 떠오른다. /김수길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