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정보통신비리 > 시중은행 `불법복제 S/W 사용' 경찰수사 파장

PC 1만1천여대중 `정품사용'은 39% 불과.."설마 고발하랴" 안이한 대처

(서울=연합뉴스) 임화섭ㆍ박상돈 기자= 대형 시중은행의 부행장보급 임원이 30억원대의 불법복제 소프트웨어를 설치ㆍ사용해온 혐의로 경찰에 소환됨에 따라 사건의 내용과 수사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단일 기업에서 발생한 불법 소프트웨어 사건으로는 최대 규모여서 향후 불법 소프트웨어 단속 강화 및 통상압력 가중 등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 은행 내 PC 39%만 정품 사용 = 지금까지의 경찰 수사에서 드러난 A은행의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실태는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은 별로 심각한 죄가 아니다'라는 우리 사회의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A은행은 자사가 보유한 PC 1만1천400여대 중 대부분에 마이크로소프트(MS)의 운영체제(OS)와 사무용 소프트웨어 `MS 오피스'를 깔아 사용해 왔으나, 이중 정품은 39%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은행은 2001년 구 버전인 `오피스 2000' 1천500부를 단품으로 구입했으며, 2002년말 인수합병 과정에서 PC 3천대에 최신 버전과 MS오피스를 쓸 수 있는 `기업사용권계약'을 승계했으나 나머지 PC에 대해서는 정품을 사용하지 않았다.

은행측은 MS와의 기업사용권계약에 `1년마다 실사용분을 반영해 정산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던 점을 정품 구입 거부의 명분으로 내세우면서도 실제 사용 대수에 따른 정산요청은 2년이 넘도록 거부해왔다.

특히 은행측은 2003년 컴퓨터 유지ㆍ보수를 맡은 협력업체 관계자들에게 "모든 PC 하드디스크에 MS의 OS와 오피스를 일괄 설치해 공급해달라"며 불법 소프트웨어 설치를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측은 지난해 11월 기업사용권계약이 만료된 이후 MS측으로부터 수 차례 경고를 받고도 `설마 고소ㆍ고발을 하겠느냐'며 안이하게 대처해 오다 3개월만에 고발당했다.

◆ 향후 수사 및 파장 = 경찰은 이 은행의 부행장보를 소환한 데 이어 은행장 등 최고 경영진의 개입 여부에 대한 수사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담당 임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모든 것이 내 책임이며 행장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최고 경영진이 수십억원대의 불법복제 소프트웨어 사용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A은행 실무자들은 "실제 사용분을 반영하기 위해 정산이나 단품 추가 구입이 필요하다고 보고 MS로부터 견적서를 받아 품의를 올렸으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미국 등이 우리나라 정부에 지적재산권 침해사범 단속을 강화하라고 촉구하며 강한 통상압력을 넣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해 파장이 예상된다.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느슨했던 대기업 상대의 불법복제 소프트웨어 단속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과 경찰ㆍ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등이 실시하는 정기 합동단속에서 불법복제 소프트웨어 사용이 적발되는 경우는 많았으나, 실제 적발 사례는 중소기업과 영세업체에 집중돼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대검찰청이 지휘하는 불법복제 소프트웨어 사용 단속에서 특정 기업의 불법복제 사용비율이 10%를 넘을 경우 관련자들이 형사입건되는 것이 통상적인 기준이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 법무팀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사안이어서 아무런 언급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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