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정보통신비리 > 260억원 짜리 IT기술.. 정부가 폐기

산업자원부와 민간기업이 2백60여억원(비율 5대5)을 투자해 개발한 IT신기술이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국비가 낭비되고 해당 기업은 큰 손해를 볼 처지에 놓였다.

IT기술개발업체인 KDnet은 6일 지능형센서와 통신망을 이용, 재해·재난사고를 미리 예측해 대처케 해주는 텔레메트릭스 산업의 핵심부품인 SoC(시스템 온 칩)를 정부와 공동 투자해 개발했지만 정작 실용화 사업에서는 자신들이 배제될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텔레메트릭스산업은 재해·재난사고 예측 외에도 교통, 환경, 치안, 군사 분야 등 응용분야가 무궁무진한 신개념의 IT 산업으로 미국, 일본 등이 자체 기술 개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한국의 국가과학기술위원회도 ‘미래국가 유망 기술 21’ 중 하나로 이 분야를 선정했다. KDnet가 개발한 SoC는 텔레매트릭스 지능형 센서의 성능을 좌우하는 일종의 초소형 반도체다.

KDnet 관계자는 “정부가 부산시를 SoC기술 실용화를 위한 시험기지로 선정, ‘텔레메트릭스 산업화 기반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최근 부산시로부터 국내 유일의 기술개발업체인 우리 회사가 사업에서 배제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산자부와 부산시, 그리고 사업주관 기관인 부산테크노파크가 지난해 9월 국내 원천기술을 적용하기로 협약서까지 작성하고도 이같이 결정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이어 “일반 공산품과 달리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시험과정을 거쳐야만 실용화할 수 있는 것이어서 지난 3년간 개발한 신기술이 물거품이 될 처지”라고 말했다. 부산시가 KDnet 대신 외국 기술을 도입한 업체를 참여업체로 선정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IT업계도 술렁이고 있다.

IT업계관계자는 “기술 발전을 위해 국비를 지원하면서 민간 참여를 유도해 놓고 정작 사업화 과정에서 해당 기업을 빼버린다면 앞으로 어떤 기업이 기술개발에 참여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국산 탱크를 만든다며 기술 개발을 하도록 한 뒤 외국 부품을 들여다가 탱크 조립하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산자부나 부산시 등은 KDnet를 해당 사업에서 배제한 이유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피하고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지원사업으로, 원천기술 개발업체가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사업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참여업체는 입찰을 통해 선정하는 것으로 현재까지 공식 결정한 것은 없다”며 말했다. 한국산업기술평가원은 “국비 성격상 지역의 업체가 50% 이상 참여해야 하는 것으로 특정업체의 참여를 전제하는 사업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권기정기자 [email protected]〉 72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