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세무사 사무실에 근무하는 A씨는 똑같은 내용으로 각각 다른 사람에게 잘못 걸려온 전화를 하루에도 수차례씩 받는다. 내용은 모두 5년 전에 근무했던 세무사를 찾는 전화로, 알고보니 누군가가 주요 인터넷 사이트에 “파렴치범 B씨의 잘못을 지적해 달라”며 사무실 전화번호를 올려놓았던 것.

A씨는 “이미 5년 전에 올린 인터넷 글이 끊임없이 유포되면서, B씨에 대한 항의전화로 한때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고 아직도 전화가 걸려온다”며 “고객이나 거래처에서의 전화 때문에 번호를 바꿀 수도 없어 답답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막무가내식’ 민원이 줄을 잇고 있다. 주요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자신이 겪은 억울한 사연을 내세워 상대방을 일방적으로 비난하고 “글을 널리 유포해 달라”는 식의 민원 아닌 민원이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상대방에게 사이버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물론 상대방의 실명과 휴대전화·직장·주민등록 번호 등을 적어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2차 피해도 심각하다.

19일 포털사이트 다음의 ‘네티즌 청원’ 게시판에는 ‘C은행 D직원 1억원 꿀꺽’이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글을 올린 사람은 “은행에서 투자자를 모집한다고 해 D씨에게 돈을 맡겼는데, 지금 와서 나몰라라 하고 있다. 넷심이 응징을 해달라”며 D씨의 주소, 연락처, 주민등록증과 사원증 사진까지 올려놓았다. 네이버의 ‘뜨는 이슈’ 게시판에도 ‘파렴치한 E 기관장을 고발한다’ ‘F를 처벌하도록 이 사건을 세상에 알려달라’는 등의 글이 여러 건 게시돼 있다.

한 포털사이트 관계자는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글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삭제하고 있지만, 하루에 수십만건의 글이 올라오기 때문에 일일이 모니터링하기는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자체 모니터링 및 신고된 사이버폭력 심의건수는 1월 4304건, 2월 4551건에서 3월 7115건으로 갈수록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김영홍 정보인권국장은 “사이버상 명예훼손, 허위사실·개인정보 유포는 처벌 대상이지만 포털사이트에서 운영지침을 갖고 적절히 개입해 안내·고지할 필요가 있다”며 “네티즌들도 배려가 전제되지 않은 일방적인 폭로는 또 다른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백소용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