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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주고 사는' 방학숙제 불티나네

[노컷뉴스 2006-02-02 03:30]

인터넷 대행 카페 400여개 횡행고민없는 베끼기 물질만능 조장
회사원 송모(42ㆍ광주 북구 일곡동)씨는 최근 개학을 앞두고 인터넷 방학숙제 대행 사이트에 돈을 지불하고 과제물을 불과 30여분 만에 끝낸 아들(11ㆍ초등 5년)때문에 걱정이 커졌다.

특히 방학 때마다 당연하다는 듯 별다른 고민없이 숙제 베끼기를 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행여나 창의력과 사고력이 저하되지 않을까 우려스러워 진 것.

오는 4일과 6일 겨울방학을 마치고 개학하는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이처럼 돈을 받고 방학 과제물을 대행해주는 인터넷 사이트가 성행하고 있어 물질만능주의 조장과 창의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광주 광산구 운남동 조모(43)씨는 "딸을 통해 방학숙제를 손쉽게 해결하는 것을 도와주는 숙제도우미 사이트를 모르는 친구들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단순히 방학숙제 요령을 안내하는 일부 사이트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이트들은 독후감과 기행문 등 방학 과제물을 1건당 1000원에서 많게는 1만원을 받고 판매하고 있다.

현재 가입비나 수수료를 받는 학습지 회사가 운영하는 방학숙제 관련 사이트에는 '가격은 메일로 조정 가능', '건당 500~1000원' 등의 홍보 문구를 내세워 미처 겨울방학 숙제를 하지 못한 학생들을 유혹하고 있다.

초등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국내 유명 인터넷 사이트의 경우 '방학숙제'라는 검색어를 치면 '독후감 퍼가세여', '숙제나라', '벼락일기 쓰기' 등 방학숙제와 관련된 카페가 400여 개에 이르고 있다.

대부분 카페는 10만명이 넘는 회원수를 자랑하며 회원끼리 방학과제물을 교환하거나 돈을 지불하고 구입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초등학교 6년 고모(12)군은 "인터넷에서 1~2시간만 고생하면 한 달 걸릴 숙제를 금방 끝낼 수 있다"며 "일기와 편지, 독후감, 영화감상문 등 방학숙제는 숙제 도우미 사이트에 6000원을 지불하고 모두 해결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학교수업의 연장 측면에서 내주는 방학숙제는 장시간 깊은 사고와 고민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데 이를 단시간에 해결해주는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하게 되면 창의력과 인내심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또 과정보다 결과만을 중시해 어린이들이 가질 수 있는 호기심과 동심을 잃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 김가혜(27ㆍ여)씨는 "방학은 학교에서 할 수 없었던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는 중요한 기간이며, 숙제는 이같은 경험의 결과물로 보여지는 것"이라며 "학생들이 인터넷에 의존하게 되면 정작 자신에게 중요한 독서와 여행, 체험 등이 없이 결과물만을 얻게 돼 숙제의 본래 취지인 성취감이나 개성있는 창의력 등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남일보 조홍복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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