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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엿듣는 법을 만들다'..왜?

[머니투데이 2005-07-15 12:44]

[머니투데이 윤미경 기자]'내 휴대폰 통화내용을 누가 엿듣는다면?' 생각만해도 끔찍한 일이다. 그러나 이 끔찍한 일이 벌어질 날이 머지않았다. 오는 8월 27일 공포를 앞두고 있는 통신비밀보호법 시행령에 의해서다. 법무부가 제정한 이 시행령은 현재 기술로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휴대폰 감청'을 합법화시키는 동시에 감청기술을 개발하도록 통신사업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지않은 파장이 일어날 전망이다. 지난 6월 23일 입법예고된 '통신비밀보호법 시행령'은 유선통신뿐만 아니라 이동전화까지 통신제한조치 즉 감청을 할 수 있도록 통신사업자에게 필요설비를 갖추도록 명시하고 있다. 또 통신기록에 대한 보관시기도 12개월로 못박고 있어, 현재 개인정보보호 처리지침과도 정면으로 충돌된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헌법에 명시돼있는 국민기본법을 침해하는 법이라고 심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 이동통신업체들도 현재 기술로 불가능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감청 기술을 개발하도록 강요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기술로 불가능한 휴대폰 감청 "되게 하라?" 지금까지 정보통신부는 국정감사 때마다 불거져나오는 '휴대폰 감청' 논란에 대해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하다"고 수차례 못박으며, 감청 가능성에 대해 정면부인했다. 17대 국회에 들어서도 정통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었다. 정통부 주장대로라면 휴대폰 감청은 절대 불가능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데, 법무부가 마련한 통신비밀보호법 시행령에는 이 불가능한 기술에 대한 법적근거를 마련했다는데 문제의 소지가 있다. 시행령 제21조의 5(전기통신사업자의 협조의무) 제1항에서 "전기통신사업자는 통신제한조치 및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요청에 필요한 설비, 기술, 기능 등을 제공하여야 한다'고 해뒀다. 이 조항이 의미하는 바는 감청에 필요한 설비를 통신사업자가 갖추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발전하는 상황에서 휴대폰 감청기술이 개발되지 말라는 법도 없겠지만 이를 위해 드는 엄청난 비용은 누가 감당할 것이며, 법이 현재 불가능한 기술을 만들라고 강요하는 것밖에 안된다"라며 "이 모순을 해결하려면 설비구비가 불가능하면 안해도 된다는 단서조항이 붙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 시행령은 국무회의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 오는 8월 27일 공포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이통3사는 꼼짝없이 휴대폰 감청기술을 개발해야 할 처지다. 진영 국회의원(한나라당)은 "이통사들이 여기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려면 수백억원씩 들여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母법 개정취지와 거꾸로 가는 시행령 이 시행령이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모법(통신비밀보호법)에 근거가 없는 조항 투성이라는 점이다.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지난 5월 4일. 당시 이 법을 발의한 의원들은 당시 논란이 됐던 통신제한조치(감청)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다시말해, 함부로 감청하지 못하도록 법을 개정한 것이다. 개정된 통비법은 그동안 수사기관들이 법적근거도 없이 이통사들에게 통화기록을 요구하는 사례가 비번하자 이에 대한 남용을 막기 위한 차원에서 극히 제한적인 범위에서 통화기록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해뒀다. 즉, 이런 경우는 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나 대통령 승인을 얻도록 제13조의 4에 명시돼있는 것이다. 그런데 시행령은 이같은 모법의 취지를 무색케만들고 있다. 진영 의원은 "모법에 근거도 없는 시행령"이라며 "당초 통비법을 발의할 때는 국민에게 통신비밀보호를 강화시키기 위한 것인데 시행령은 수사기관의 권한을 무한대로 늘려놨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시행령 제21조의 5 제2항은 시내전화(6개월)를 제외한 다른 모든 통화기록은 12개월간 보관토록 못박고 있다. 통신업체들이 과금때문에 6개월간 통화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현실을 비춰보면 이 기간을 2배 늘리라는 의미다. 이 시행령이 발효되면 정통부가 마련한 개인정보보호 처리지침에서 명시한 통화기록 6개월도 물거품이 된다. 지침은 법적효력이 없지만 시행령은 벌칙을 부과받을 수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지금까지 통신업체들이 통화기록을 보관했던 것은 고객과의 과금분쟁에 대비하는 차원이었는데, 과금과 전혀 상관없는 인터넷 로그기록이나 위치정보 등에 대한 기록도 6개월씩이나 보관토록 하고 있어, 법의 취지를 의심케하고 있다. 진영 의원은 "인터넷 로그기록이나 위치정보에 대한 근거자료를 남기라는 것이 뭘 의미하는지 모르겠다"면서 "국민의 통신비밀을 보장하기 위해 만든 법이, 시행령에 의해 국민의 통신비밀을 감시하는 법으로 변질될 처지"라고 개탄했다. 윤미경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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