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후 국회에서는 이동통신 요금과 관련된 한 토론회가 열렸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김희정 한나라당 의원이 주최한 것으로, 주제는 '내가 쓰는 이동전화 요금 적절한가'였다.
국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주제였던 만큼 관심은 뜨거웠다. 소비자단체에서는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위원과 김희경 서울YMCA 간사가, 정보통신부에서는 양환정 통신이용제도과장이, 연구기관에서는 이종화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업계에서는 이동통신 3사 관계자가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의 전선은 소비자단체 대 정통부·통신업계 '연합군'으로 극명하게 양분됐다. 소비자 입장과 업체 입장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정통부가 통신업계 지원사격에 나섰기 때문이었다.
소비자단체들은 발신자번호표시(CID)와 문자메시지 서비스 요금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요금 인하 및 무료화를 요구했고, 연합군은 그동안 이동통신요금이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다는 점을 내세우며 요금 인하 불가를 외쳤다.
극명하게 양분된 토론의 전선
연합군 중에서는 정통부의 활약이 단연 돋보였다. 양환정 과장은 이날 주제발표를 통해 "발신자번호표시나 문자메시지 등 부가서비스 요금은 신고대상이라 업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해야할 사항"이라며 처음에는 한발 빼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러나 이어진 발표에서 그는 "문자메시지 요금은 건당 30원이지만 업체들이 무료 이용 요금을 61종이나 내놔 실제 요금은 건당 12.83원 정도"라며 "사업자간 경쟁을 통해 문자메시지 요금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업계 입장을 적극 두둔하고 나섰다.
그 근거로 양 과장은 이동통신 3사의 2002년 대비 2004년 문자메시지 건당 실제 요금비교 조사결과를 내놨다. 이 결과에 따르면 SK텔레콤의 문자요금은 건당 16.18원에서 14.30원으로, KTF는 14.24원에서 10.76원으로 하락했고, LG텔레콤도 19.36원에서 12.27원으로 내려갔다. 이 수치는 각 업체가 문자메시지로 올린 총 매출을 총 건수로 나눠서 나온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그럴 듯하지만 이는 업계의 논리를 그대로 베낀 것이다. 통계치를 조금만 뒤집어보면 무료문자 제공이라는 것이 사실은 가입자를 현혹하기 위한 상술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업체들이 겉으로는 문자메시지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하지만, 따져보면 무료 문자 제공이 많을수록 기본료나 통화료를 상향조정해 받을 요금은 모두 받아가고 있는 것이다.
양 과장이 토론회에서 예로 든 SK텔레콤의 '팅500' 요금제만 봐도 그렇다. 기본료 1만5000원에 월 540건의 문자메시지(통화 60분포함)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하지만 기본 통화료는 10초당 37원으로 다른 요금제에 비해 비싸다. 다른 요금제들도 대부분 문자메시지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기본료를 높이거나 통화료를 비싸게 해서 문자요금을 다 받아내고 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무료 문자메시지 몇 건 제공이라는 표현은 요금제를 선택할때 이용자들의 이해를 돕기위해 쓰는 것이지, 따지고 보면 기본료나 통화료에 문자메시지 요금이 다 포함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통신업체 감싸기에만 급급한 정통부
주무부처로서 이러한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야할 정통부가 허술한 통계치를 내놓으며 사실을 호도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몰랐다면 대책없는 '무능'이고, 알고도 그랬다면 도를 넘어선 통신업계 '감싸기'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날 토론회를 지켜본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문자메시지 요금이 계속 인하됐다고 업체들이 주장했다면 그러려니 했겠지만 정통부가 그런 주장을 하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또 양 과장은 자신의 주장을 스스로 뒤집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문자요금이 신고 대상이라 업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해야한다고 했음에도 SK텔레콤 가입자끼리 문자를 주고받을 때 부과되는 요금을 30원에서 10원으로 인하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반대의견을 피력했던 것이다. 이유는 "그럴 경우 SK텔레콤의 시장지배력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였다.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하면서 막상 구체적인 요금 인하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자 반대의사를 표명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 셈이다. 정통부가 이런 입장을 가지고 있는데 업계가 정통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율적으로' 요금을 결정할 리는 만무하다.
이날 토론회는 당초 예상대로 결론을 내지 못하고 끝이 났다. 발신자번호표시와 문자메시지 요금 문제에 대한 소비자들과 업체간 입장차가 끝가지 평행선을 달린 탓이다.
토론회의 결론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결론은 업체만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이익을 모두 고려해서 정책을 펴야할 정통부가 결과적으로 업체들의 허술한 논리만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통신사업자 중심인 정통부 유효경쟁정책 때문에 업체들은 초과이윤을 보장받고 있는 반면 소비자들은 업체들이 강제하는 요금을 그대로 부담하고 있다"며 "이윤추구를 극대화하는 것이 생리인 기업과 조금이라도 저렴한 요금을 내고 싶어하는 소비자들 사이에 균형을 잡아야할 정통부가 방관자적 자세도 모자라 업체 편을 들고 있다"고 허탈해 했다.
작성자 : 
이승훈(youngleft)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