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입수된 여당 내부 문건은 현재 부동산 정책을 '정권의 성패와 직결되는 문제'로까지 보고 있다.

최근 강남과 분당지역 아파트 가격 급등에 대해서도 정부와 여당의 인식 차는 확연하다.

정부는 "집값 상승이 전국으로 파급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나 여당은 '일부 지역, 대형 평수'에 국한되는 일시적 현상이 결코 아니라고 보고 있다. 공식 통계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양극화의 중요한 요인으로, 경기회복의 근본적 인 걸림돌로 규정하고 있다. 이 문건은 "대국민 약속보다 더 중요한 것은 투기 방지이고 집값 안정"이라며 판교 로또가 된 판교 개발도 전면 재검토하고 공영 개발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가능한 다양한 정책 검토=문제는 절박한 상황인식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대책 이 없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여당 안에서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주장하는 '판 교 공영개발, 부동산 분양원가 공개'를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터져나오고 있다.

여당 의원들은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추진할 것도 아니면서 인기를 겨냥한 발 언으로 시장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지만 일부 수긍하는 쪽 으로 바뀌고 있다.

일각에서 "원칙없는 정책 추진으로 시장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고 염려하고 있 지만 급등하는 부동산 가격을 진정시킬 수 있는 것이라면 다양한 정책을 검토 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정세균 원내대표가 "정부 부동산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시점"이라고 강하게 질 책하고 나선 것도 바로 이 같은 상황전개 때문이다.

분양원가 전면공개 문제도 시장원리 위배와 건설경기 위축 가능성을 염려해 부 정적인 입장이었으나 당 일각에서 검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신중 검토쪽으로 돌아섰다.

◆ 금리 인상론 제기＝여당은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근간인 '보유세 강화, 거래세 완화' 조치가 실효를 거두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호 중 의원은 "투기를 잡기 위해 세제를 통한 규제를 강화했지만 실수요 거래까지 위축시키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확정된 것은 아니 지만 당 일각에서는 고급주택 등 부유층을 대상으로 보유세 누진율을 더 강화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양도세와 취득ㆍ등록세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복안이다.

저금리 기조도 재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저금리의 경기회복 효과가 불 확실하고 부동산시장 안정화에 치명적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문석호 제3정조위원장은 "400조원이 넘는 시중 부동자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 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현행 저금리 기조가 과연 적절한 것인지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강봉균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경기가 확실 한 상승궤도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저금리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혀 금리인 상 문제는 당내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중ㆍ대형 공급확대ㆍ신도시 추가건설＝강 수석부의장은 15일 국회 재경위 회의에서 "주택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신도시 건설이 필요하다"며 "다만 여러 군데에서 벌이는 것보다 일찍 착공할 수 있는 곳부터 집중적으로 조기 추 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수석부의장은 "주택경기 활성화를 위해 아파트 재건축과 리모델링 수요도 억제하지 말아야 한다"며 "서울의 경우 강북 재개발 사업도 수요가 있으면 정부가 억제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건교위 소속 장경수 의원도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중ㆍ대형 아파트에 대한 대 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소득이 증가하면 좋은 주택에서 살려고 하는 이른바 필터링업(상향여과현상)이 일어나므로 재건축도 소형만 고집할 게 아니라 시장 원리에 맞게 중ㆍ대형 아파트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용성 기자 / 임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