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건설교통비리 > 광화문 도심의 ‘황당한 도로’

▲ 광화문 새문안길 남쪽 지역의 미완성 도로. 도로 위쪽과 아래쪽이 담으로 막혀있다. 왼쪽 덕수초교 방면은 일방통행이어서 진입할 수 없다. /이태경 객원기자 [email protected]

노후 건물 재개발 진행중 ‘조각 도로’ 만들어져 “완성되면 강남 능가하는 업무 중심지로 부활할 것” 회사원 김진남씨는 얼마 전 차를 몰고 서울 서대문에서 광화문네거리 쪽으로 가다가 ‘희한한 도로’를 만났다. 퇴근시간 새문안길 교통체증을 피하려고 세안빌딩과 오피시아빌딩 사이 왕복 4차선 도로로 우회전해서 들어갔다가 다시 돌아나와야 했던 것. 김씨는 “길을 따라가니 바로 사거리가 나왔고, 거기서 좌회전 신호를 받아 가보니 도로가 콘크리트 담에 막혀 있었다”며 “우회전 쪽으로도 공사장 담장이 가로막고 있었고, 정면인 덕수초등학교 방면은 반대쪽에서 나올 수만 있는 일방통행로여서 진입할 수 조차 없는 황당한 도로였다”고 말했다.

◆도심개발 과정에서 생긴 ‘조각도로’

아스팔트도 새로 깔리고 횡단보도에 신호등까지 완비된 도로가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광화문 한복판에 이상한 도로가 생긴 것은 도심의 노후 건물을 새로 짓는 과정에서 ‘조각 도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새문안길 남쪽 지역은 낡은 저층 건물이 밀집한 곳이었는데, 1995년 지상20층 규모 세안빌딩이 들어서면서 스카이라인이 바뀌기 시작했다. 2001년 완공된 흥국생명 빌딩(지상24층)에 이어 재작년에는 오피시아 빌딩(지상24층)까지 준공됐다.
세안빌딩~오피시아 빌딩 뒤편의 미완성 도로는 건축주들이 부지의 일부를 도로 용지로 내놓아 건설해 이은 것이다. 부지 일부를 공공용지로 기부채납 하면 용적률 완화 혜택 등을 받기 때문이다.

새문안길 남쪽 미완성도로는 신호등도 동작하고 있을 정도로 제법 그럴 듯 하다. 이곳을 다니는 시민들은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근사한 도로에 갸우뚱할 때가 많다. 현재 세안빌딩~오피시아 구간은 도로가 놓였지만, 금호 제2사옥 쪽은 공사가 끝나지 않아 막혀 있는 상태다. 오피시아에서 광화문 빌딩 쪽 서학당길로 이어지는 구간도 현재는 개발이 시작되지 않아 막혀 있다. 이 때문에 미완성도로 일부 공간은 주차장처럼 쓰인다.

◆개발 끝나면 광화문 네거리까지 뚫려
새문안길 남쪽 재개발은 커다란 하나의 밑그림 아래 추진되고 있는데, 세안빌딩 뒤편으로 서울역사박물관 맞은 편 시티은행 진입로부터 흥국생명~금호 제2사옥~세안빌딩~오피시아를 지나 광화문빌딩 뒤편 서학당길까지 도로가 뚫리게 된다. 현재 준공된 흥국생명, 세안빌딩, 오피시아 뒤편에는 도로가 놓여 있지만, 금호 제2사옥 등의 공사가 끝나지 않아 도로가 막히게 된 것이다. 종로구는 이 길이 하나로 연결되면 새문안길 교통체증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미완성 왕복 4차선 도로가, 현재 차선 구분 없이 일방통행으로 돼 있는 서학당길과 연결될 경우 차량 흐름이 느려질 가능성도 있다. 서학당길이 현재 2차선 너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학당길 옆의 파출소를 허물고 도로원표 옆 소광장을 일부 수용해 도로를 넓히면 4차로로 만들 수 있다. 이후 서학당길 교통체계를 일방통행에서 양방향 통행으로 전환하면 정동사거리에서 새문안길을 거치지 않더라도 완성된 새문안길 남쪽도로(현 미완성 도로)를 통해 태평로 코리아나호텔 앞으로 바로 갈 수 있게 된다.

◆도로완성까지는 5년 이상 걸릴 듯

미완성도로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금호 제2사옥뿐 아니라 새문안길 남쪽 지역 전체의 재개발이 다 끝나야 한다. 하지만 아직 재개발이 시작되지 않은 곳도 있고, 법적 분쟁으로 분양이 이뤄지지 않는 구역도 있어 개발이 다 끝나려면 적어도 5년 이상 걸릴 전망이다.

종로구 한봉구 도심재개발팀장은 “새문안길 남쪽 개발이 끝나 미완성도로가 뚫리게 되면 광화문 일대 교통 흐름에 새로운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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