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사회] ○…경기도 광주시 오포 고산지구 아파트 지구단위 계획과 관련,감사원에 민원을 제기한 사람은 아파트 시행사로 감사원 등에 로비를 벌인 정우건설 부장 김모(42)씨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감사원은 민원을 제기한 사람은 ‘현지 토지소유자’라고 밝혀왔으나 민원제기자인 김씨는 오포읍에 토지를 소유하고 있지 않아 감사원이 민원인 신분을 숨기려 했다는 의혹이 일고있다. 김씨는 작년 11월 퇴사했다.

22일 감사원 내부자료에 따르면 당시 정우건설 주택부장이던 김씨는 지난해 7월2일 충남 아산에 출장중이던 이모 감사관에게 핸드폰으로 직접 전화를 걸어 민원을 접수했다.

민원접수도 경기도에 설치된 이동민원실이 아닌 정우건설측 브로커 서모(구속)씨의 처남인 이모 감사관이 직접 전화로 접수받은 것으로 밝혀져 의혹이 일고 있다.즉 로비,감사민원접수-감사착수 등이 상당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이어 9월24일에는 오포읍고산1지구 지역주민 외 대표 명의로 감사원장에 건교부 감사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보냈다. 이 탄원서에는 포스코 건설이 법무법인 3곳으로부터 자문받은 ‘지구단위계획 승인에 법적 하자가 없다’는 내용의 의견서가 첨부돼 있어 포스코건설이 정우건설 로비 배후에 있었다는 정황이 뚜렸해졌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 민원접수 전인 같은해 6월28일에 오포읍 감사를 실시했다고 해명했지만 경기도 당시 실무자는 “7월 전까지 감사원으로부터 어떠한 자료도 요청받지 않았고 실질적인 감사를 받은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당시 감사원의 실지감사 대상기관 편성표에는 6월28일∼7월9일 실시된 2차 감사일정에 오포읍 감사계획은 포함돼 있지 않다.

김재원 의원은 이와관련,이날 국회 예결특위 질의에서 “감사원의 오포 감사는 공개민원접수 제도를 악용한 ‘청부감사’였다”고 주장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 감사개시 시점은 이 감사관이 경기도 1차 감사(6월9일∼19일)에서 인지해 온 것”이라며 “민원제기자가 정우건설 직원인 걸 몰랐지만 첩보는 누구에게 얻더라도 상관없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23일 오포읍 감사조장이었던 이 감사관 등 감사원 실무자들을 소환해 감사착수 배경의혹 등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한점 의혹 없다’던 감사원 해명 무색…포스코건설이 로비 ‘몸통’

감사원의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지구단위계획 감사 민원인이 당시 정우건설 직원 김모(42)씨인 것으로 밝혀지며 '감사엔 한 점 의혹도 없다'는 감사원의 해명이 무색해졌다. 김씨가 추가 탄원서와 함께 감사원에 제출한 법무법인의 의견서가 포스코 건설이 법무법인으로부터 자문받았던 의견서와 같은 것으로 밝혀져 포스코 건설이 사실상 로비의 '몸통'인 것으로 보인다.

◇민원접수·감사과정 의혹=감사원의 오포읍 감사과정은 감사 착수에서부터 종결까지 의혹투성이다. 우선 감사원 전담 정우건설측 브로커 서모(구속)씨가 지난해 6월 중순 친인척인 이모 감사관을 만나 감사 자문을 구한 이후 정우건설 직원 김씨가 다음달 2일 이 감사관에게 전화로 민원을 접수했다. 광주시와 경기도청에 설치된 민원이동접수실이 아닌 굳이 충남 아산에 출장중인 이 감사관에게 전화로 접수한 이유도 석연치 않다. 이후 이 감사관은 자신과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사안의 감사를 기피하도록 규정돼 있는 감사원 자체 훈령을 어기고 자신이 직접 실무감사를 진행했다.

감사원 내부문건에는 김씨가 오포읍 토지 소유자로 적혀있다. 그러나 김씨는 당시 정우건설 직원이었을 뿐 오포읍에 소유한 토지가 없었고 주민등록상 주소지도 경기도 용인으로 돼있다. 감사원이 기본적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았거나 김씨가 정우건설 직원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감사원은 감사기간을 연장하며 건설교통부에 대한 감사(7월14일∼16일)에 착수했으며 건교부는 이로부터 3개월여가 지난 10월21일 기존 지구단위계획 승인불가입장에서 승인가능으로 입장을 바꿨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감사원이 건교부에 통상적인 감사행정 이상의 '압력'이 있지 않았나 의심하고 있다. 검찰관계자는 "행정기관에 대한 감사원의 영향력은 대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도는 건교부의 승인가능 입장을 따랐고 건교부는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 건교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감사원의 지적을 받아' 관계 법령을 재검토한 뒤 결론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감사원 윗선 및 포스코건설 개입의혹=통상 감사원의 감사절차가 10단계를 넘는 과정을 거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오포읍 감사과정의 석연치 않은 정황을 감사원 '윗선'이 과연 몰랐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감사원이 스스로 해명했듯이 4급 감사관(이 감사관)이 감사 결과를 좌우할 수 없다는 것도 '상부 개입설'을 유력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즉,이 감사관이 오포읍 감사의 민원접수,기안,감사 등에 핵심적으로 관여하면서 상부의 묵인 또는 지시 없이 감사를 진행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검찰은 정우건설 또다른 로비스트 이모(구속)씨가 청와대에 대한 대한 로비를 담당했다는 진술을 하고 있는 점,서씨가 지난해 6월말 정찬용 당시 청와대 인사수석을 만났다는 점 등을 들어 권력 최상부가 감사원에 압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고위 정치인의 이름이 흘러나오고 있는 점도 이같은 전방위 로비가 진행됐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또 포스코 건설이 정우건설을 내세워 로비에 개입했다는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김씨가 지난해 9월 감사원장 앞으로 탄원서를 냈을때 첨부한 법률자문은 포스코건설이 지난해 7월 법무법인으로부터 자문받았던 내용과 일치한다. 포스코 건설이 정우건설 직원을 민원인으로 내세워 감사원 감사를 시작하게했다는 의문이 든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성규 선정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