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적으로 이뤄지는 아파트 구조변경을 막기 위해 아파트 발코니 확장이 전면 허용된 지 두달이 지났으나 발코니 확장은 여전히 불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문화일보 취재결과 밝혀졌다. 새 건축법 시행령에는 공사때 관할구청에 신고토록 하고 있으나 자진신고는 전무한 실정이며 안전시설을 마련하라는 규정도 무시한 채 발코니 확장이 마구잡이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현실성 없는 법개정이 또다른 불·탈법 행위만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들이다.

지난해부터 7000여가구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있는 남양주시 호평지구. 14일 막바지 입주가 한창인 O아파트 곳곳에서는 발코니 확장공사가 진행중이었으며 공터에는 확장공사를 마치고 내다버린 건축물 폐기물이 한가득 쌓여 있었다.

이날 이 아파트 36평형에 입주한 이모(42)씨는 900여만원을 들여 거실과 안방, 부엌의 발코니를 확장했다. 그러나 대피공간은 어디에도 없었다. 가구별 2㎡의 대피공간을 두고 방화문을 설치토록 한 규정을 무시한 것이다.

또 아랫집에서 화재가 났을 경우를 대비해 거실 창 90㎝이상은 방화판이나 방화유리를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도 지키지 않았다. 이씨는 “발코니 확장이 합법화된 것은 알고 있지만 별도의 안전시설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은 몰랐다”고 말했다.

한 인테리어업자는 “30평대 아파트를 확장공사하면 40평대로 사용할 수 있다”며 “거실의 경우 320만원이고 방은 160만원이면 확장할 수 있기 때문에 새시를 포함해 통틀어 700만∼8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확장공사를 권했다. “대피공간은 마련되는 것이냐”라고 묻자 이 업자는 “그런 것 따지면 400만원 정도 비용이 더 드는데 이곳에서는 단 한군데도 없었다”고 답했다.

입주후 단속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는 “지금까지 단속은 없었고 앞으로도 단속한다면 이 일대 아파트는 다 뜯어내야 할 텐데 어떻게 단속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같은 사정은 1만2000여가구가 입주한 인근 평내지구도 마찬가지였다. 곳곳에서 확장공사를 벌이고 있는 이곳에서도 규정을 제대로 지키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D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발코니 확장공사중인 차모(34)씨는 “발코니 확장은 여유공간을 넓히고 좋은 전망을 즐기기 위해 하는 것인데 법대로 하면 비용도 더 들고 대피공간도 마련해야 하는데 누가 그것을 지키겠느냐”고 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바뀐 시행령에는 설계도면을 관할구청에 제출한 뒤 공사토록 하고 있으나 이를 지키는 경우는 아예 없었다.

남양주시청 관계자는 “일부 소음으로 인한 신고는 있었지만 발코니 확장에 대해 자진신고를 한 곳은 한 군데도 없다”며 “발코니 확장이 합법화됐어도 신고하지 않고 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인력 등 현실적 여건상 단속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파트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현실성 없는 주먹구구식 법개정 때문”이라고 관계당국을 성토했다. 한 인테리어 업자는 “발코니 확장이 합법화됐지만 그 이상으로 규제가 까다롭다. 법에 규정되어 있는 대피공간을 마련하고 스프링클러와 방화벽 등을 설치하려면 400만∼500만원 정도의 추가비용이 드는데 누가 그렇게 하겠느냐”며 “발코니확장이 불법일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합법화된 후에도 법대로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앞서 건설교통부는 불법적으로 만연되어 오던 아파트 발코니확장 공사를 법테두리내에서 양성화하고 자원낭비를 막자는 취지에서 지난해 12월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 ▲관할구청에 신고 ▲안전대피시설 마련 ▲방화판 또는 방화유리설치 등을 전제로 발코니 확장을 합법화했다.

윤두현·조민진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