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열차가 또 멈춰섰다. 어제 오전 경기 광명시 고속철도 광명역 부근 터널에서 서울발 부산행 열차가 신호장애로 1시간이 넘게 운행정지 사고를 냈다. 지난해 4월 상업운행을 시작한 뒤 잦은 사고로 늘 가슴을 졸이게 하더니 이번에는 2천7백만명이 대이동하는 설연휴에 일을 낸 것이다.
철도공사가 명절 특별수송대책을 마련, 시설을 점검하고 직원교육을 통해 안전·정시운행을 강조한 뒤의 사고이니만큼 더욱 답답하고 안타깝다.
20조원을 들여 건설한 고속철이 아직껏 국민들의 마음을 사지 못하고 있다. 6분 이상 연착률이 전체 운행횟수의 8%를 넘고, 좁고 불편한 좌석 때문에 박수보다 원성이 더 많다. 새마을호에 비해 요금은 25%가량 비싸지만 승차감은 떨어진다. 고통철(苦痛鐵)이나 저속철(低速鐵), 코리안타임으로 불리는 이유다.
그럼에도 철도공사 등은 프랑스의 테제베와 일본의 신칸센이 운행 초기에 정시도착률이 70%대였으며, 최근에야 90%대를 넘었다며 국민들에게 “이해하고 기다려달라”고 말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고속철시대를 연 테제베와 신칸센의 시행착오를 우리의 고속철과 연계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고속철 운행기술의 축적 사실을 빼놓고 하는 말이라서다. 잦은 고속철 사고의 불명예를 씻을 의무는 철도공사에 있다. 사고를 낸 쪽이 사과하고 양해를 구해야 할텐데, 어떻게 국민들이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이해가 안된다.
사소한 사고도 경시하지 않고 원인을 종합 분석해 사고율은 낮추고 정시도착률은 높인 외국 사례에 철도청은 주목해야 한다. 그것만이 고속철을 철도 르네상스 시대, 전국 반나절 생활권 시대의 총아로 만드는 첩경이다. 안전과 편의를 외면한 채 수익률에 급급해하다가 사고만 낸다는 지적도 그때야 멈출 것이다.
출처 : 2005년 2월 10일자 경향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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