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불거진 박청방 전문건설협회 경기도회장의 로비 의혹은 건설업체들이 관급 공사를 따내기 위해 지자체장과 관련 공무원, 지역 국회의원 등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로비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관급공사를 둘러싼 건설업체의 금품 로비는 갈수록 대담하고 교묘해지고 있다. 자치단체장에게 거액의 현금을 직접 전달하는가 하면 공무원이 대리인을 시공회사에 취직시킨 뒤 이 대리인이 돈을 거둬 자치단체장에게 전달하는 수법까지 등장했다.
◇현찰 박치기 로비=지난 2월20일 경북 울릉지역 건설업체 대표 황모씨(44)는 현금 3천만원을 당시 오모 울릉군수(61)에게 전달했다. 이날 경주에서 만난 오전군수가 “선거 자금이 필요하다. 자금을 대주면 좋겠다”며 3천만원을 요구하자 2시간20분쯤 뒤 자신이 운영하는 업체 사무실 앞에서 돈을 건넸다.
황씨가 운영하는 건설업체는 지난해 울릉지역에서 8천만원 규모의 도로 확장 및 포장 공사를 했으며 올해 24억원 규모의 화장장 공사에도 하도급업체로 일부 참여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경찰에 적발돼 구속됐다.
◇대리인 취직시킨 뒤 돈 걷기=인천시교육청 시설과 5급 ㄱ씨는 발주된 학교 신축 공사 시공사에 현장소장을 채용토록 압력을 넣어 취직시켰다. 이 현장소장은 시공사 대표와 짜고 하청업체에 실제보다 많은 하도급 금액을 지급한 것처럼 계약서를 작성, 수억원의 차액을 챙긴 뒤 이중 5천만원을 ㄱ씨에 전달했다.
ㄱ씨는 일부 유명 시공사가 채용 압력을 거절할 경우 공사 관리 등을 수시로 하거나 부하 직원에게 또다시 채용 압력을 행사해 결국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공무원·지역 건설업체는 악어와 악어새=경기지역 모 건설업체 관계자는 “자치단체와 건설업체의 연결고리를 하는 역할은 주로 회계과장이다. 수의계약은 물론이고 입찰에 있어서도 업무를 총괄하는 핵심 간부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회계과장은 애로사항 청취라는 구실로 지역 건설업체들과 수시로 미팅을 가지며 친분을 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업체의 로비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업체들도 서로 돌아가며 공사를 수주하는 이른바 ‘빼먹기’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공사 규모가 크면 서로 상의해 적은 규모로 잘라 나눠서 공사를 하고 그 대가로 공사금의 1% 정도를 받아 챙긴다는 것이 업계측 설명이다.
대형 건설업체가 주로 맡는 수십억원 이상인 대형 관급공사에도 공사 계약시 지역 건설업체 활성화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일정 규모의 공사를 하도급 주라며 압력을 넣는다는 것이다. 말이 하도급이지 지역업체는 수의계약 못지 않은 금액을 받고 공사를 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이 경우 대형 건설업체는 물론이고 하도급 업체도 당연히 ‘인사’를 해야 하는 게 불문율”이라고 말했다.
73081
작성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