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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 공사구간 '물이 말랐다'

환경단체, 지역주민들 "터널 공사로 식수로 쓰던 계곡물까지 말랐다"

미디어다음 / 김준진 기자

천성산 고속철도 터널 공사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이었던 ‘지하수 유출’과 ‘주변 계곡물 고갈’이 현실로 드러났다.

녹색연합은 27일 “최근 현지 조사결과 경부고속철도 대구-부산 구간 중 13-4공구 원효터널의 사갱(터널이 길 때 추가로 터널 옆에서 뚫고 들어간 부분) 공사가 지하수맥을 건드려 주변 천들이 완전히 마르거나 유량이 급격히 줄어들었다”며 “터널 공사를 중지하고 정밀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곳이 연못이었다? 천성산 원효터널의 사갱공사로 인해 계곡물가 고갈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인근 연못도 그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녹색연합]

아주 심한 가뭄에도 마르지 않았다던 계곡물이 말라버린 현장은 경상남도 양산시 웅상읍 주남리와 소남리, 주진리 일대의 계곡 주남천과 소주천, 혈수천.

현재 고속철도공단에서는 원효터널 내부 표면을 이미 콘크리트로 바르는 쇼크리트 공사까지 마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천성산환경영향공동조사단(이하 공동조사단)이 실시했던 지난 10월 30일 조사에서는 터널공사로 인한 지하수 유출 상황 파악이 어려웠다. 이 같은 상황에서 터널공사현장 주변 천의 고갈은 터널공사의 폐해를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는 것이 녹색연합측의 주장이다.

식수로도 사용했던 소주리 계곡물이 완전 말라 버렸다. 집수를 위해 설치했던 파이프의 집수정 보호막만 지난 계곡의 흔적 사이에 덜렁 남아있다. [사진=녹색연합]

녹색연합에 따르면 주남천의 본류는 현재 거의 말라버린 상황이다. 반면 사갱에서는 넘치는 물을 주체하지 못해 하루 네댓 차례 물을 방류하고 있다. 이는 영산대학교 바로 위에서 뚫리고 있는 사갱이 지하수맥을 건드린 영향으로 추정된다. 터널공사 현장 사갱 중에는 이미 900m나 뚫고 들어간 곳도 있다.

주남리 이장 이창언씨는 “용방골(주남천)이 말랐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급수 시간을 조정하면서 물을 쓸 만큼 양이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소주천과 혈수천 사이에 뚫고 있는 사갱도 두 지천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주천은 지역 주민들에게 물이 많아 ‘물탕골’이라고까지 불리고 있지만 지금은 완전히 말라붙었다.

소주리 이장 이상영씨 역시 “가뭄이 아주 심했던 때에도 물탕골이 마르지는 않았었다”며 사갱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인근 계곡물이 말라버린 대신 원효터널의 사갱 배수로에서는 공사 중 발생한 지하수를 지속적으로 배출하고 있다. 이 물은 공사현장의 시멘트 등이 섞여 있어 농업용수로도 사용하기 어렵다. 사진은 경남 양산시 소주리 구간의 사갱 지하수 배출구. [사진=녹색연합]

지역 이장과 주민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지난 수십 년 동안 마른 적 없던 계곡물들이 사갱공사 진행 후 하나같이 말라버렸다는 것이다.

계곡물들은 지역 주민들이 식수로 사용했을 정도로 수질이 좋았기에 주민들의 당혹감은 더 했다. 이는 여느 해 갈수기 때에도 경험하지 못했던 현상이다. 게다가 터널공사 현장의 영향을 받지 않는 인근 주진천은 계곡물의 양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

함세영 부산대 (지구환경시스템학부) 교수는 “지하수 유출의 근본적 원인은 바로 사갱 때문이다”며 “터널 공사로 인한 지하수 유출은 천천히 진행되는 법이기에 사갱의 영향이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윤기돈 녹색연합 녹색도시국장은 “지난달 26일께 활동을 중단했던 공동조사단이 활동을 재개해 사갱공사와 주변 계곡물 고갈 사이의 연관성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며 “이번 사안에 대해 고속철도공단도 지역 주민들에게 공식 사과나 적절한 해명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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