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건설교통비리 > KTX글자만 봐도 눈물나요” 여승무원 파업 1주년 집회

2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KTX파업 1주년 결의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외주위탁 철회하라’는 전단지를 들고 있다.

2일 오후 비내리는 서울역광장에 20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한국철도공사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지 367일째를 맞아 투쟁 1주년기념집회를 갖는 KTX 전 여승무원들과 이들의 가족, 동료들이었다. 갑자기 몸상태가 안좋아 이날 집회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전 승무원 정연홍씨(29) 역시 마음은 이들과 함께 있었다. 정씨는 “KTX 글자만 봐도 눈물 나는 것이 승무원들 심정”이라며 “모두들 ‘언젠가는 다시 열차에 타고야 말겠다’고 다짐하는 것에 하나임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지난해 12월23일 결혼한 새색시다. 파업이 끝나면 결혼할 계획이었지만 금방 끝날 줄 알았던 파업이 이어지면서 어쩔 수 없이 연말에 식을 올렸다. 정씨는 2004년 KTX 열차 출범 당시 1기 승무원으로 입사했다. 어린 시절 열차를 자주 타며 동경을 키워왔던 정씨는 철도공사(당시 철도청)의 모집 공고를 보고 3년 넘게 다닌 은행을 그만두고 승무원이 됐다. 파업이 1년째 이어지면서 정씨에게도 고비가 있었다. 천식 증세와 편도선염 때문에 두 차례 입원했다. 그래도 함께 파업을 시작한 동료들 곁을 떠나지 않았다. 용산 철도노조 서울본부 사무실 바닥에 스티로폼을 깔아놓고 합숙 생활을 하는 승무원들의 몸상태는 정상이 아니다. 식당에서 오랫동안 밥을 사먹다 보니 위장병과 부인과 질환을 앓는 이들이 태반이다. 투쟁의 끝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정씨는 그래도 “세상을 보는 시선이 넓어진 것 같다”며 낙관적이다. “나 혼자만의 문제인 줄 알았는데 투쟁 기간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모든 비정규직 여성과 남성의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정씨는 주중에는 용산의 철도노조 사무실에서 다른 승무원들과 함께 생활하다 주말에 경기 수원의 신혼집에 돌아간다. 아이 갖는 것도 당분간 미뤘다. 정씨는 “파업을 시작한 순간부터가 진전이었다. 열심히 하면 꼭 승리할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비정규직 문제의 상징인 KTX와 새마을호 승무원 문제 해결을 철도공사측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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