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건설교통비리 > 여긴 왜 안되지?” 교통카드 ‘고통’

카드 사업자 다르면 인근 도시서도 ‘먹통’
제각각 카드 9種… 정부 뒤늦게 “규격 통일” [조선일보 김정훈기자] 경기도 용인 구성읍에서 서울 명륜동으로 통학하는 박종화(20·성균관대 2년)씨 지갑에는 교통카드가 석 장 들어 있다. 마을버스 카드, 경기 시내버스 카드, 서울 교통카드다. 각기 카드 발행사도 다르고 충전도 따로 해야 한다. 서울에서 통용되는 ‘티머니’ 교통카드(고급형)를 경기도의 허가를 받은 경기 지역 버스에선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경기도 교통카드는 서울에서 쓸 수 있지만, 환승 할인이 안 된다. 같은 경기도 안에서도 마을버스와 시내버스 카드 사업자가 다른 곳은 호환이 안 되니 한 장 더 있어야 한다. 서울과 수도권이 하나의 생활권이 된 지 오래지만, 두 지역 주민들은 지금까지 박씨와 같은 불편함을 겪어 왔다. 다행히 두 지역은 오는 13일부터 교통카드를 완전히 호환 사용할 수 있도록 합의했으나 다른 지역들은 여전히 카드 호환 문제로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인접 도시끼리도 호환 안 돼
김해에서 부산으로 출퇴근하는 사람 역시 교통카드를 2개 가지고 있어야 한다. 김해에서 산 교통카드로 부산 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부산 지하철은 탈 수 없기 때문이다.
광주·전남도 전남의 5개 지역(담양·화순·나주·함평·장성)에서 산 교통카드로는 광주 시내버스를 탈 수 없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부산 시내버스는 사용이 가능하다. 전남 5개 지역과 부산의 카드 사업자가 같기 때문이다. 제주도도 제주시와 서귀포의 카드 사업자가 달라 시내버스 159대끼리 시 경계를 넘으면 호환이 안 됐다. 지난달 10일에서야 모든 버스에 호환이 가능한 카드가 나왔으나, 이전에 산 카드는 여전히 호환은 안 된다.
신용카드로 교통비를 결제하는 후불식 교통카드도 마찬가지다. KB카드만 전국(부산·포항·제주 제외)에서 호환 가능할 뿐 대부분의 신용카드는 다른 지역에 가면 쓰질 못한다. KB카드도 학생이나 신용카드를 발급받지 못하는 계층엔 그림의 떡이다. 부산·포항·제주에선 어떤 신용카드도 대중 교통수단을 탈 때 쓰질 못한다.

◆애초 규격통일 못한 정부의 실책
현재 전국에선 서로 호환이 안 되는 9종의 교통카드가 사용되고 있다. 10여년 전 처음 도입할 당시 규격 통일을 생각하지 못한 정부의 단견(短見)이 지금의 불편을 초래한 일차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금은 각 카드 사업자들이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호환에 소극적인 자세다.
처음부터 호환이 안 되는 카드시스템을 지자체별로 도입했기 때문에 추가예산도 적지 않게 들어간다. 지난달 28일 대구 시내버스 카드시스템에 경산 지역 버스 30대가 호환되기 시작했는데, 시스템 구축 비용으로 약 5억원이 들었다. 한 대당 1600만원꼴이다.

이런 불편이 이어지자 건교부는 최근 전국에서 통용되는 교통카드 KS규격을 만들었다. 내년 말에는 한 장의 교통카드로 전국 대중교통을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교통카드 제도를 체계적으로 도입하지 않아 10여년간 국민들을 불편하게 만들더니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시스템 교체에는 3800억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누가 이 비용을 부담할지가 우선 문제다. 카드 사업자들은 부담할 의사도 능력도 없다고 한다. 카드 사업체 사이에 제각각인 수수료율을 어떻게 조율할지, 이들을 어떻게 끌어들일지 등등 “산 넘어 산”이라고 이기한 서울대 IC카드연구센터장은 말했다

(김정훈기자 [ runt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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