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을 둘러싸고 시행·시공사 임직원과 재건축 조합 임원, 서울시 의원, 대학교수 등이 ‘뇌물 잔치’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재건축조합 추진위원회－정비사업 전문관리업자 선정－조합설립 인가－사업시행 인가－시공사 선정 전 단계에 걸쳐 오간 검은 돈은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졌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조합원에게 전가됐다.

검찰 수사 결과 ㅇ건설은 지난해 10월 서울 성북구 돈암재개발 구역 시공사로 선정되기 위해 주부 홍보팀을 동원해 주민 200여명에게 매일 10만원씩 든 돈봉투를 뿌린 것으로 드러났다. 시공사로 선정된 이 건설사가 재개발에 들인 총공사비는 9백90억원, 이 중 22억원이 이른바 홍보비로 살포됐다.

서울 서초구 서원재건축 시공을 수주한 ㄱ기업은 재건축 조합장 이모씨에게 3억5천여만원을, ㅎ건설은 인천 서구의 재건축 조합장에게 시공사 변경 사례로 5억원을 건네기도 했다.

서울 양천구 도시계획위원인 ㅅ대 김모 교수는 2003년 4월 시행사 대표 김모씨로부터 도시계획 심의를 잘 봐달라는 부탁을 받고 현금 1천만원과 3천5백만원짜리 그랜저 승용차를 받았다.

건설사와 조합장·임원, 고문변호사가 상가분양을 놓고 거액의 리베이트를 주고받기도 했다.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재개발 지역 조합장이던 유모씨 등 임원 3명과 고문변호사 김모씨는 6백억원 상당의 아파트 상가를 2백70억원에 파는 조건으로 ㅇ건설사 대표 박모씨로부터 1백10억원을 받았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해줘야 할 변호사가 거꾸로 조합원들의 자산을 리베이트로 가로챈 셈이다.

대검찰청 형사부(이복태 검사장)는 지난 2월부터 지난달까지 전국 16개 지검·지청에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해 집중 수사를 벌여 시공사 및 협력업체 직원 59명, 조합 임원 38명 등 129명을 입건, 이중 37명을 구속 기소하고 8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수사 결과 시공사들이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통상 60억~70억원가량의 홍보비를 쓰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로비자금과 홍보비가 공사원가에 고스란히 반영돼 아파트 분양가격을 상승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현재 업계순위 30위 내에 드는 대형건설사 일부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인숙기자〉

▶재건축 비리선봉 ‘OS요원’…억대보수 ‘아줌마 부대’

재건축 현장 최일선에는 ‘OS’ 요원이라 불리는 아줌마 부대가 있었다. ‘OS’는 ‘외주’라는 뜻의 영어 아웃소싱을 줄인 말. 시공사를 결정하는 재건축 조합원 총회가 열리기 한 달 전쯤 투입돼 주민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이는 외인부대를 말한다. 대부분 ‘컨설팅’ ‘기획사’라는 간판을 달고 30~40대 주부들로 구성된 팀을 만들어 활동한다.

건설업체 두 곳이 경합을 벌인 성북구 돈암동 재개발구역의 경우 한 컨설팅업체는 아줌마 부대 60명을 동원했다. 이중 핵심요원들은 매일 밤 10시쯤 미리 우호 세력으로 찍어둔 200가구를 찾아 10만원이 든 돈봉투를 건넸다. 이들은 총 대상 420가구를 사전에 접촉, 주민들의 성향을 ‘O’ ‘△’ ‘X’로 분류해 아군을 추려냈다. 주민 중에는 한 달 동안 3백70만원을 받은 사람도 있었다.

OS 요원들의 일당은 15만~18만원 정도로 한달 평균 4백만원에 달한다. 컨설팅 대표 김모씨(38·여)는 성공보수까지 따로 받아 돈암지역 한 곳에서만 1억원 가까이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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