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용달화물자동차 운송사업협회(이하 협회)가 세금계산서를 위조하는 수법으로 수십억원대의 정부 보조금을 횡령한 것으로 27일 드러났다. 보조금 업무를 위탁 시행해 온 서울시는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이달 말까지 허위로 지급된 유류보조금을 모두 환수하라고 뒤늦게 지시했다.



그러나 담당 공무원들이 유류보조금 접수시 세금계산서 원본을 받아야 하는 규정을 어기고 사본을 받은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대규모 문책 사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협회는 7개 지부, 2만3천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돼 있다.

서울 성동구 관계자는 이날 “협회가 구청에 접수한 유류보조금 신청 증빙서류(세금계산서)를 분석한 결과 한 곳에서 뗀 영수증을 몇장씩 복사해 각기 다른 구청에 제출, 여러 곳에서 보조금을 탄 범죄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성동구가 1차로 밝혀낸 허위 세금계산서만 20여건(8백여만원)에 달한다”면서 “서울시 25개 구청을 확인하면 피해금액은 수억~수십억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성동구는 협회측에 부당지급 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하고 세금계산서 조작으로 1백53만원을 보조받은 ㄱ씨 등을 상대로 환수명령을 내렸다.

서울시 서재율 운수물류과장도 “최근 경찰청을 통해 제보를 받아 확인한 결과 이같은 불법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과장은 “전체 횡령금액이 얼마인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협회는 보조금 지원 후 사후점검이 소홀한 점을 악용, 세금계산서를 조작해 유류보조금을 타낸 뒤 이를 미납 협회비로 정산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협회측은 일부 지부의 대의원과 직원들을 소집해 대책회의를 갖고 유류보조금을 타내는 방법을 교육시키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실태는 내부적으로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고질적 비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관계자는 “협회 고위인사가 2004년 9월쯤 회의를 소집해 세금계산서를 조작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일부 지부장이 직원에게 조작을 지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에 밝혀진 금액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고발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 사건과 관련해 서울경찰청이 지난해 말부터 협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도높은 수사를 벌였다”며 “그러나 협회 관련 인사가 여당 고위인사와 접촉한 사실이 알려진 뒤부터 수사가 지지부진해졌다는 말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김창영기자 [email protected]〉

◇유류보조금제도=정부가 2001년부터 운송업자에게 유가 인상분을 보전해 주기 위해 도입한 제도로, 보조금을 받으려는 화물차주가 주유금액이 명시된 증빙서류를 첨부해 관할 구청에 신고하면 일정금액을 차주계좌로 입금해 주는 식으로 운영돼 왔다. 현재 보조금은 ℓ당 217원이다.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