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전야인 지난달 24일 자정 무렵, 서울 남산 ‘N
서울타워’의 전망대를 향하던 승강기가 갑자기 멈춰섰다. 승강기 안에 갇힌 관람객 20여명은 영문도 모른 채 1시간 가량을 추위와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이후 ‘N 서울타워’측의 긴급 복구로 정상 가동됐지만, 성탄 전야의 멋진 야경을 고대하며 타워를 찾은 관람객들은 한동안 분을 삭히지 못했다.
“CJ그룹 계열사, 가격 안 맞아 승강기 교체 포기”화려한 조명과 수려한 조경으로 서울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른 ‘N 서울타워’(이하 타워). 지난달 9일 문을 연 타워는 개관한지 한달도 안돼 승강기가 멈춰서는 아찔한 사고를 맞았다.
부품의 마모로 인해 순간 전력공급이 끊긴 것이다.
관리를 맡고 있는 CJ엔시티의 한 관계자는 “전기를 통과시켜주는 부품이 마모돼 승강기가 멈췄으며, 관리업체 직원들이 현장에 투입돼 곧바로 정상화됐다”며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이날 사고는 어쩌다 일어난 ‘돌발사고’가 아닌 일찍부터 예고된 인재였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이유인 즉 100m 높이의 전망대를 매일 수십차례씩 오르내리는 승강기의 사용년한이 무려 35년 이상된 것으로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승강기 두 대 모두 지난 1965년 설치된 후 이미 한계수명을 넘어섰지만 지금까지 교체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승강기의 교체년한은 길게 잡아도 20년 안팎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정설이다.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등에 따르면 평소 유지관리에 충실했더라도 사용년한이 20년에 다다르면 승강기 교체 등 별도의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CJ그룹의 계열사인 CJ엔시티가 조명 설치에 15억원 등 리모델링 작업에만 150억원을 들이면서도, 노후한 승강기의 교체에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이다.
사실 CJ엔시티측이 승강기 교체나 보수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승강기 보수관리를 맡고 있는 ‘오티스 엘리베이터’(이하 오티스)측에 따르면 CJ엔시티측이 리모델링 작업에 앞서 승강기 교체를 시도했으나 가격 협상이 잘 안돼 중도 포기하고 말았다.
오티스측 관계자는 “1969년 설치된 승강기의 교체 필요성에 대해선 양측간의 어느 정도 얘기가 오갔다”면서 “하지만 가격 협상 과정에서 서로 이견을 보이며 결국 결렬됐다”고 실토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
감정원 등에 따르면 일반적인 승강기의 한계 수명은 15년~20년 정도”라며 “리모델링에 150억원을 투자한 CJ엔시티가 가격 협상 결렬을 이유로 승강기 교체를 포기한 것은 애초부터 안전사고 예방 의식이 부족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CJ엔시티가 건물주인 뉴스채널 YTN과 10년 장기임대 계약을 맺고 난 뒤, 임대 기간동안 보다 많은 관람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안전은 뒷전인 채 외관치장에만 공을 들였다는 비아냥마저 나오고 있다.
사고 당일 관리자 없는 상황서 연장 운행 ‘아찔’이에 대해 CJ엔시티측은 타워의 시설관리에 대한 1차적 책임은 매년 보수관리를 맡고 있는 오티스측에 있다는 주장이다. 또 오티스측과 매년 시설관리 계약을 맺고 있는 YTN도 마찬가지로 승강기 관리의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CJ엔시티 관계자는 “승강기 등 시설관리 및 보수의 계약 당사자는 지난 2000년부터 YTN과 오티스로 돼 있다”며 “타워 운영과 관련해 안전관리에 대한 의무는 있지만 평상시의 시설관리에 대한 책임은 양측에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대적인 언론홍보를 통해 서울의 새로운 관광명소라는 점을 적극 부각시키며, 매일 수 천명의 관람객을 맞는 타워의 관리주체로서 적절한 해명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특히 4천여명의 인파가 몰린 사고 당일 오티스측 관리자가 퇴근한 뒤에도 2시간 연장영업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나, 사태가 커질 경우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승강기 정지 사고에 대해 CJ엔시티측의 또 다른 관계자는 “성탄 전야에 맞춰 인파가 몰리면서 부득이하게 연장 운행을 하게 됐다”며 “결과적으로 관리자도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연장 운행한 점은 뭐라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디어칸 안광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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