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 30대 젊은층들도 ‘슬쩍’ 늘어나::)

서울특별시 도시철도공사가 지난해 11월부터 서울 지하철 5~8호 선에서 실시중인 무임승차권(우대권) 자율교부제가 당초 취지와 달리 ‘무단 무임승차’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 도시철도공사가 65세 이상 노인, 국가유공자,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무 임승차권 교부방식을 직접 교부에서 자율 교부로 전환하면서 비(非) 대상자들이 양심을 저버린 채 무임승차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오후 서울 지하철 5호선 천호역. 매표소 앞에 마련된 자율 교부대를 지켜본 지 10분만에 모두 35명이 무임승차권을 가져갔 다. 한눈에 비대상자로 보이는 사람들은 10여명. 국가유공자이거나 장애인인지를 조심스레 물어봤지만, 대답없이 도망치거나 “ 당신이 뭔데, 그런 걸 물어보느냐”며 되레 화를 내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대상자 여부를 확인하는 역무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인근 군자역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순식간에 100여장의 무임 승차권이 사라졌고, 이 가운데 비대상자로 보이는 사람은 절반에 가까웠다. 한 20대 회사원은 “내가 대상자인지 아닌지, 당신에게 확인해줄 의무가 있느냐”며 발길을 돌렸다. 다른 30대 회사 원은 “현금을 가지고 있지 않아 처음 가져간 것”이라며 군색한 변명을 늘어놓기도 했다.

자율교부제가 처음 실시된 지난해 11월 교부된 무임승차권은 모두 657만3919장으로 2004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0.1%나 늘었고, 12월에도 667만1162장이 교부돼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8.9%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평균 증가율이 12%대인 것과 비교하면 자율교부제 실시 이후, 무임승차권 교부가 크게 늘었음을 알 수 있다. 서울 지하철 1~4호선을 운행중인 서울메트로는 같은 기간에 각각 8.9%, 10.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일선 역무원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도시철도공사 소속 환승역의 한 역무원은 “비대상자가 한번에 2~3장의 무임승차권 을 가져가는 경우도 있고, 신분증을 요구하면 항의하거나 욕설을 퍼붓는 경우도 있다”며 당혹해했다. 다른 역 역무원도 “자율 교부제 실시 이후 부정 승차 적발시 항의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면서 “무임승차권 부정 사용을 적발하기가 더 어려워진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지난 10일 5호선 까치산역에서는 우대권 부정 사용을 제지하던 역무원이 폭행당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도시철도공사는 자율교부제에 대해 창구 혼잡 및 대기시간을 줄 이고, 서비스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04년 267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도시철도공사가 자율교부제로 인해 오히려 적자폭을 늘리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도시철도공사측은 “ 무임승차권 교부가 지하철 적자의 원인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비스 개선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며 “무임승차권 문제는 정부가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시철도공사측은 “지난해 11월과 12월에 걸쳐 지하철 이용자를 대 상으로 홍보활동을 벌였으며, 곧 자율교부제가 정착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동현기자 offram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