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최유식 기자]

오는 12월부터 발코니를 확장하려는 기존 아파트는 발코니 중 한 곳에 2㎡(0.6평) 이상의 화재 대피 공간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신축 아파트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옆집과 공유하는 3㎡(0.9평)의 공용 대피 공간 설치가 의무화된다.

건설교통부는 발코니 확장 합법화에 따른 안전문제 해소를 위해 이 같은 내용의 화재 안전 기준을 마련,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에 반영하기로 했다고 6일 발표했다. 건교부는 오는 11월 말까지 시행령 개정안을 확정, 실시에 들어갈 계획이다.

◆신축 아파트는 설계 때부터 반영

건교부가 마련한 안전 기준에 따르면 화재로 현관 방향의 주(主)피난로가 막혔을 경우에 대비, 아파트 발코니를 넓힐 때는 옆집으로 대피하거나 구조 때까지 일시적으로 화염을 피할 수 있는 대피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대피 공간에는 방범을 고려해 안에서만 열 수 있는 방화문과 안전을 위한 난간, 개폐 가능한 창호가 설치된다.

12월부터 사업 승인을 얻어 신축하는 아파트는 옆집과 경계 부분 발코니에 최소 3㎡의 공용 대피 공간 설치가 의무화된다. 화재시 이 대피 공간으로 난 방화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 구조를




기다리도록 한다는 것이다.

◆기존 아파트는 부엌 발코니 활용이 유리

기존 아파트는 가구 간 경계벽이 내력벽으로 돼있어 공용 대피 공간 설치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거실·부엌·안방 등에 산재해 있는 발코니 중 하나를 택해 2㎡ 규모 대피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거실 발코니를 확장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실제로 대피 공간이 설치될 수 있는 곳은 부엌·안방·작은방 발코니 등이다. 건교부는 안방 발코니의 한쪽 끝은 사방이 벽으로 가로막혀 있어 현실적으로 대피 공간 설치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 부엌 발코니를 대피 공간으로 개조하는 것이 비용도 적게 들고 시공도 용이할 것으로 건교부는 보고 있다. 부엌에서 발코니로 향해 난 작은 배기 창에는 방화 커튼을 설치하고, 출입문은 방화문으로 설치하면 불길이 부엌 발코니 쪽으로 번지는 것을 일시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평소 부엌 발코니에 로프 등을 설치해두는 것도 화재시 대피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확장하는 거실 발코니에는 스프링쿨러를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기존 아파트 발코니에는 스프링쿨러 설치가 쉽지 않은 점을 감안, 발코니 외벽 아랫부분에 바닥판 두께를 포함, 높이 90㎝의 방화유리 또는 방화판을 설치하는 방안도 가능하도록 했다. 이는 발코니를 통해




아랫집에서 올라오는 화염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이다. 이밖에 ?이동식 자동 화재 탐지기 비치 ?발코니 바닥 불연성 재료 시공도 의무화된다.

◆비용은 50만~100만원 들어갈 듯

건교부 안전 기준에 따라 시공할 경우 확장비용은 50만~100만원 정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방화문은 10만~15만원, 거실 발코니 외부에 설치되는 방화유리나 방화판은 35만~45만원 선이다. 여기에 인건비도 고려해야 한다. 벽돌로 방화판을 쌓는 방법은 비용은 적게 들지만 조망이 가려진다.

건교부는 안전 기준을 준수토록 하기 위해 발코니 확장시 반드시 지자체장의 허가를 얻도록 했다. 이미 불법으로 발코니를 확장했을 경우에는 대피 공간을 마련한 뒤 관리사무소장의 확인을 거쳐 지자체장에게 신고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안전 기준을 위반하면 최고 아파트 시가 표준액의 10%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물게 된다.

다만 단독주택이나 다가구·다세대주택, 양방향 피난이 가능한 일부 복도식 아파트 등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최유식기자 [ finder.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