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주변 하천 물빼고 보도블록 깔아::)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활주로에서 항공기 엔진에 새가 빨려드는 ‘ 조류 충돌(bird strike)’을 예방한다는 명분으로 천연기념물이 서식하는 자연하천을 콘크리트로 덮어씌우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이 공사는 건설교통부 감사에서 ‘조류퇴치 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공사중지 명령을 받아, 인 천공항공사는 97억여원의 헛돈을 쓰고 생태계만 파괴했다는 비난 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인천공항공사가 국회 건교위 소속 열린우리당 장경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공사는 ‘홍수조절용 배수로 확보와 조류 서식지 제거’ 등 2가지 명분을 내걸고 지난 2003년말부터 인천 영종도 공항 활주로 인근 남·북측 유수지(자연하천) 8.6㎞에 대 해 건천화(乾川化) 사업을 벌였다. 폭이 최대 100m나 되는 하천 의 물을 빼고 하상바닥에 콘크리트를 씌운 뒤 보도블록으로 덮어 씌웠다.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살기 때문에 새들이 몰리고, 이 때문에 새들이 항공기 유리창에 부딪히거나 엔진 속으로 빨려들 어가 항공사고를 일으키는 ‘조류 충돌’이 우려된다는 게 그 이 유였다.
특히 인천공항공사는 건천화 사업이 생태계 파괴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 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드러나 ‘환경 불감증 ’을 그대로 보여줬다. 더구나 이 사업은 총연장 8.6㎞ 중 3.7㎞ (43.0%) 구간에 걸쳐 공사를 벌이던 지난해 건교부 감사를 통해 공사중지 명령을 받았다. 건교부는 “인천공항은 주 배수로(공사 중인 자연하천) 외에도 습지나 유수지가 곳곳에 있어, 주 배수로 만을 건천화할 경우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이미 공사한 3.7㎞만 완료하고 추가 공사를 벌이지 말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이미 85억5900만원의 예산이 집행됐고, 추가로 11억7100 만원이 더 소요될 예정이어서 총 97억3000만원의 예산이 헛돈으 로 날아가게 된 셈이다.
오남석기자 greent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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