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명수씨는 지난 11일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에서 10만원권 자기앞수표를 냈다가 낭패를 당했다. 이날 오전 8시40분쯤 교통카드 T머니를 충전하기 위해 주소와 서명 등을 날인한 수표와 주민등록증을 역무원에게 제시했으나 끝내 충전을 받지 못한 것.

속을 더욱 끓인 것은 그 과정이다. 수표를 받은 역무원은 “ARS조회를 해야 한다”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더니 5분여가 지나서야 되돌아와 “조회가 안돼 충전할 수 없다”고 답했다. 바쁜 출근시간에 한참을 기다린 김씨가 “왜 안 되냐”고 따져묻자 역무원은 “ARS조회가 안 되는 수표는 받지 말라는 지침이 있었다”고 잘라말했다.

김씨는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수표를 조회했다. 위조수표범 취급을 당한 불쾌감을 지울 길 없었기 때문이다. ARS조회에선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 김씨는 분통을 터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서울메트로(1∼4호선) 관계자는 “위조·부정수표 유통을 막기 위해 발행된 지 일주일이 지난 수표에 대해 ARS조회 후 수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시민 편의를 도외시한 억지행태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실명 등을 배서한 수표와 이를 입증할 신분증을 제시할 경우 거래가 가능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또 ARS조회는 단순히 수표에 표기된 일련번호로 조회하기 때문에 실제 위·변조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는 문제점도 있다.

박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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