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불법 성인오락실 업주한테서 뇌물을 챙긴 경찰 간부가 이 때문에 발목을 잡혀 오히려 더 많은 돈을 업주한테 뜯기고 결국엔 구속됐다.
서울 동대문경찰서 생활안전과장 유아무개(53) 경정은 서울 강서경찰서 생활안전과장으로 일하던 지난해 2월부터 지난 7월까지 불법 성인오락실 업주 이아무개(48)씨로부터 단속을 무마해 준 대가로 7차례에 걸쳐 41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 유 경정은 지난해 8월 112신고를 받고 이씨 오락실로 출동해 불법 오락기를 떼어내고 있던 ㄱ지구대 소속 경찰관에게 직접 전화해 “봐주라”고 지시하는가 하면, 8차례에 걸친 불법영업 신고를 묵살했다.
그러나 지난 5월 초 검찰이 유 경정의 뇌물수수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에 들어가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오락실 업주 이씨는 ‘뇌물을 준 적이 없다’고 검찰에 진술하는 조건으로 유 경정한테서 현금 7400만원을 받았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영만)는 유 경정을 뇌물수수 및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13일 밝혔다. 검찰은 또 업주 이씨로부터 단속을 무마해 준 대가로 200만원을 받은 강서경찰서 유아무개(53) 경위와, 음주운전을 봐준 대가로 300만원을 받은 장아무개(51) 경위를 불구속 기소했다. 장 경위 역시 이씨의 입을 막기 위해 1200만원을 주고 5800만원을 추가로 주겠다는 지불각서까지 쓴 것으로 드러났다.
성영훈 남부지검 차장검사는 “경찰이 뇌물을 받다가 오히려 발목을 잡힌 꼴”이라며 “지난해 ‘바다이야기’ 사건으로 전국에서 사행성 오락실에 대한 대대적 단속이 진행되던 시점에 뇌물을 받았다니,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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