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휠체어를 타는 장애여성입니다. 얼마 전 집에 오는 길 지하철 안에서 어떤 남자가 내 쪽을 보고 다가오는 걸 보았습니다. 뭔가 불쾌한 느낌이 전달이 되길래, 휠체어를 끌고 자리를 조금 옮겨보았는데, 여전히 그 남자는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습니다.
지하철 이수 역에서 내려서 휠체어로 개찰구까지 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비장애인이라면 도착지까지 가고도 남을 시간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 남자는 내가 개찰구를 지나 지하철 역을 나서는 데까지 여전히 내 뒤를 쫓아오고 있었습니다.
겁이 덜컥 나고 무서워졌습니다. 집에 가는 길이었지만, 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이대로 계속 집을 향해 갈 수는 없겠다 싶었습니다. 저는 휠체어에 의지한 사람이고, 상대는 비장애인 남성이니, 그 남자가 나쁜 마음을 먹었다면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까요.
저는 이 남자가 내가 사는 곳까지 알아내게 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곧장 집으로 가지 않고 주변 거리를 빙빙 돌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휠체어를 타고 다녔는데도 그 남자는 여전히 뒤쪽에서 저를 쫓아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집에서 점점 멀어져 사당 역 부근까지 오게 됐습니다. 그 때 다행히도 근처에서 경찰서를 발견하고, 도움을 청하기 위해 얼른 경찰서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경찰들에게, 아까부터 수상한 남자가 나를 쫓아오니 집까지 안전하게 바래다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제 말을 들은 경찰은 ‘그냥 지나가는 남자다’ 라고 하면서, ‘지금은 바쁘니 집에 데려다 줄 수 없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남자를 찾아보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채, 휠체어를 탄 여성의 신변에 대해 걱정하는 마음도 없이, 너무도 무심하게 말하는 경찰이 한심하고 원망스럽더군요.
저는 큰 소리로 “경찰이 그렇게 책임감이 없으면 안 되지요!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을 보호해줘야죠! 집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주세요!”라고 몇 번이나 말했습니다. 제가 경찰서 안에서 계속 외쳐대니까 그제서야 경찰은 알았다면서 경찰차로 저를 집까지 데려다 주었습니다.
사실 저는 이번 사건만이 아니라 그 전에도 추행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제 주위 장애여성들도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상대를 얕잡아보고 위협하고 추행을 하는 남자들, 그리고 장애여성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배려하지 않는 경찰관의 태도를 고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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