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보복폭행 사건에 대한 경찰의 늑장수사 및 외압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의 칼끝이 이택순(사진) 경찰청장을 향하면서 이 청장의 진퇴 여부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검찰은 경찰청으로부터 보복폭행 사건의 수사라인에 대한 수사를 의뢰받았지만 경찰의 ‘꼬리자르기’란 의혹을 받고 있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짓는 ‘설거지’에 만족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수사의 초점은 결국 이 청장과 한화측의 밀월 의혹에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수사결과, 이 청장의 연루혐의가 드러난다면 휴화산 상태인 ‘이 청장 사퇴론’은 다시 폭발할 수밖에 없다. 동시에 경찰의 염원인 수사권 독립도 요원해진다.

◆검찰 수사 표적된 이택순 경찰청장 =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7일 밤 경기도 소재 골프장 3곳을 압수수색했다.

이 청장이 한화측 인사들과 보복폭행 사건을 전후해 골프를 쳤다는 의혹이 제기된 곳이다. 검찰은 골프장에서 예약자 명단과 CCTV 화면이 담긴 테이프 등을 확보해 정밀 분석작업을 벌이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일에는 유시왕 한화증권 고문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이 청장은 보복폭행 사건이 불거진 이후에도 유 고문과 골프를 쳤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검찰은 또 지난 4월에 이 청장과 한화그룹 고위 인사들이 모여 골프를 쳤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한화그룹 고문으로 있는 최기문 전 경찰청장 등 한화그룹 고위인사들의 전화통화 내역 수사를 통해 이 청장과의 전화통화 여부도 확인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경찰의 늑장수사 및 외압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될수록 이 청장에 대한 압박수위도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청장의 고교 동창인 유 고문이 이 청장 취임 직후 한화에 영입된 정황 등으로 미뤄 이 청장의 연루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검찰로서도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규명없이는 축소수사등의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들끓는 분위기 속 이 청장 처신 주목 = 검찰은 이 청장에 대한 수사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수사상 불가피한 수순일 뿐아니라 이번 수사를 통해 수사능력과 신뢰도에 있어 검찰과 경찰간의 차이를 분명히 보여줌으로써 경찰의 수사권 독립 요구를 원천봉쇄하겠다는 의도도 읽힌다.

실제로 현직 경찰총수를 사법처리할 경우 경찰측의 도발을 사전에 차단하는 예방효과를 확실히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청장의 경찰내 입지도 견고하지 못하다. 청와대의 엄호에도 불구하고 이 청장의 지원세력은 많지 않다.

청와대의 엄포로 경찰 내부의 사퇴 요구는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적에게 부하를 넘긴 수장’이란 비난은 여전하다. 서울경찰청의 한 간부는 “7일 광역수사대와 남대문경찰서가 압수수색을 당한 이후 내부 불만이 폭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검찰수사에서 이 청장을 둘러싼 모든 의혹이 근거없는 헛소문으로 밝혀질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실제 이 청장이 이번 고비를 넘기고 임기를 채울 가능성이 높다.

김석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