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기소된 경찰에 벌금형만 선고
현직 판사가 교통사고를 낸 사실을 은폐한 혐의로 기소된 경찰간부에게 일부 무죄와 함께 벌금 400만원만 선고, 법원이 ‘제 식구 감싸기’란 비판을 받고 있다.
2005년 3월 당시 대전지법 논산지원 B판사는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다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차량을 들이받아 상대방에게 전치 5주의 상처를 입힌 사고를 냈다. 그러나 사고를 담당한 충남 논산경찰서 소속의 A경감은 B판사를 입건하지 않았다가 경찰 내부의 제보로 적발돼 기소됐다. 그는 또 교통 사고를 은폐할 목적으로 부하 경위에게 “교통사고 발생 보고를 본서에 하지 마라. 서장님 지시사항”이라고 지시하고, 근무일지에 허위 사실을 기재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대전지법 논산지원은 A경감에 대해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경찰간부로서 중앙선 침범 교통사고에 대해 정당한 이유 없이 입건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부하직원들에게 이에 대한 보고도 하지 못하도록 지시하는 등 법 집행의 공평성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점 등을 고려하면 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법원은 그러나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거나 타인의 청탁을 받는 등 부당한 고려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니고 실제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합의하는 등 사건처리에 있어 선처의 필요성도 있었던 점을 참작한다”며 벌금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법원은 A경감의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 “근무일지를 허위로 작성해 비치한 행위에 포함되므로 직무유기죄는 따로 성립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검찰은 항소를 검토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벌금형은 공무원의 지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형”이라며 “법원이 제 식구와 관련된 문제에 관대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B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약식 기소(벌금 150만원)됐고, 그 뒤 법원 인사 때 자리를 옮겨 다른 법원에서 근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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