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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時論)

'검․경 수사권 조정 공청회장'의 두 얼굴과 인권

전 옥천경찰서장 박 용 운

지난 4월 12일자 도하 중앙 일간지에는 전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검․경 수사권 조정 공청회'에 참석한 김종빈 검찰총장과 허준영 경찰청장의 얼굴이 한 장의 사진으로 클로즈업되어 실렸다.
그런데 두 분의 얼굴이 꽤 심각하고 날카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으로 보아 당일 '검․경 수사권 조정 공청회장'의 토론공방이 매우 치열하고 진지하였음을 엿볼 수 있다.
한 마디로 이날 논쟁의 핵심은 각기 "경찰도 수사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경찰측 추천위원의 발제문과, 이에 대해 "경찰이 수사주체가 되면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다"는 검찰측 추천위원의 반론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 모두가 잘 아다시피 우리나라의 현행법 상 수사구조는 검사가 수사주체이며 경찰은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는 상명하복 관계에 있는데, 이 제도의 목적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수사과정에서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고자 하는데 가장 중요한 뜻이 들어 있다.
그렇다면 헌법과 형사소송법 등에 명시하여 해방 이후 50여년 동안 운용해 온 현행 수사제도는 검찰이 수사의 주체로 되어 있어 국민의 인권을 철저히 보장하여 왔는가?
그러나 불행하게도 수사의 주도권을 갖고 있는 검찰이나 수사의 보조 지위에 있는 경찰도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고 보호하기는커녕, 이 제도로 정부수립 당시 이승만 독재정권의 앞잡이가 되어 수많은 민주인사들을 탄압하며 인권유린을 자행하였고, 5․16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유신시대에도 정권의 하수인이 되어 공안이라는 이름으로 숱한 인권 탄압을 가하여 국민의 가슴을 멍들게 하였으며, 이어 전두환․노태우 정권시대에도 광주 민주화운동과 6․10항쟁 당시 수많은 민주인사들의 인권을 탄압하고 유린한 전력은 일일이 열거할 필요조차 없이 역사가 이를 명백히 증명하고 있다.

이제 시대가 많이 흐르고 바뀌는 과정에서 민주투쟁의 정치가인 김영삼․김대중 정권을 거쳐 '참여정부'라는 현 노무현 정권에 이르기까지 어느 정도 민주주의와 인권의 보장이 이루어진 듯 보이는 것은, 그동안 국민의 인권의식과 비제도권의 시민감시제도가 정착되어감에 따라 제도권 권력이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하며 인권을 마음대로 탄압하기가 매우 힘들여 진 시대 상황에 기인한다.
그러나 아무리 시대상황이 바뀌고 발전을 한다해도 그 권력과 제도가 그대로 살아 있는 한 또 다시 독재정권이 들어선다면 언제든지 과거 식의 국민 인권유린과 탄압이 가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고 봄은 비단 필자만의 기우일까?

서두에서 필자는 우리나라 수사제도의 최고권력기관인 검찰총장과 그 보조자인 경찰의 총수인 경찰청장이 나란히 '검․경 수사권 조정 공청회장'에 앉아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각 기관 추천위원들의 토론공방을 지켜보는 모습을 묘사하였다.
아마도 그날 그 두 분의 생각에는 서로가 자신과 자신들 기관만이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고 수사의 공정성과 효율화를 기할 수 있다는 확신과 자만에 차 있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인권의 보호대상자인 국민의 입장에서는 정부수립 후 반세기 이상 동안 한(恨)과 피로 얼룩진 인권유린의 상흔이 시퍼렇게 남아 있는 한, 검․경 총수인 두 분을 쉽사리 믿을 수 없고 두 분의 기관과 현행 제도도 결코 인권보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걱정이 많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동안 현행 제도와 권력 하에서 수사의 주도자인 검찰이 수많은 국민에게 인권탄압을 가하였고, 오히려 그 보조자인 경찰도 국민에게 숱한 인권유린을 가하여 온 전과(?)과 이를 증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분명히 간과해선 안 될 문제가 하나 있다.
즉 경찰이 수사보조를 잘못하거나 인권유린을 하면 검찰은 두 눈을 부릅뜨고 경찰을 감시, 통제하고, 피해자인 국민은 곧바로 검찰에 고발하여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찰을 처벌받게 할 수 있지만, 검찰이 수사주도를 잘못하거나 인권유린을 가하면 자신들 외에는 타 기관 누구도 수사를 하거나 감시,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것은 단순히 상호 두 기관간 권한의 배분 문제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인권유린을 당한 국민에게 억울한 피해로 고스란히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국민의 입장에서는 누가, 어느 기관이 수사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문제도 매우 중요한 사항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수사기관간에 상호 균형과 견제장치가 제도적으로 보장될 때 선의의 경쟁과 통제를 통하여 국민의 인권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동안 국민은 검찰의 수사보조자인 경찰로부터 인권유린을 받은 사례도 많지만, 여기서 필자는 수사 주체자인 검찰로부터 처참하게 당한 형사 피해와 인권유린 사례를 생생한 체험을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는 2001년 4월 충북 옥천경찰서장 재직 중 백주에 서장 집무실에서 대전검찰에 강제연행되어 검찰이 고의적으로 짜맞추기한 불법수사에 의해 뇌물수수죄로 구속, 기소되어 억울한 감옥살이 8개월 후에 집행유예로 풀려나 마침내 2003. 10. 23 대법원의 무죄 확정 판결(2003도 4022)을 받은 바 있다.
필자의 사건은 당시 대법원의 전부무죄취지 파기환송 판결문(2001도 6783)에도 명백히 적시되어 있듯이 단순히 검찰의 수사상 실수 또는 채증법칙 위반이나 증거가 부족하여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이 아니고, 위 대법원 판결문에서 추상같이 판시한 내용을 일부 그대로 옮기면 "구00의 검찰에서의 진술은 검찰이 회유, 협박 등 강압수사로 인해 얻어진 것이므로 그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구00의 동생이 녹취한 한00검사의 '녹취서'를 보면 수사검사가 피고인 구00과 그 동생에게 공소사실을 자백하도록 회유와 협박을 하였다는 구00의 진술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검찰은 처음에 구00으로 하여금 금 2,000만원이 박용운의 처로부터 빌린 차용금이되 그것을 변제하였다고 진술하게 하였다가, 변제에 대한 뚜렷한 증거가 없어 설득력이 없다는 생각에 다시 진술을 번복하게 하여 위 금 2,000만원은 차용금이 아니라 뇌물로 주었던 것을 반환 받은 것이라고 진술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박용운에 대한 검사 작성의 제7회 피의자신문조서에 의하면 박용운과 이00와의 대질신문에서 실질적으로 대질신문이 이루어진 양 기재되어 있는 위 피의자신문조서는 적어도 위 대질신문에 관한 부분은 허위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당시 대전검찰은 필자가 뇌물수수에 연루되어 있지 않았음을 잘 알면서도 관련자들을 회유, 협박 등 강압수사를 하여 고의적으로 사건을 조작해 형사처벌을 가하였고, 추후 필자의 결백이 백일하에 밝혀지고 검찰의 불법수사 사실이 낱낱이 드러났어도 지금까지 관련 검사를 형사처벌 하거나 하등의 징계처분조차 일체 하지 않았다.
이는 앞서 지적한대로 경찰의 잘못에 대하여는 검찰이 얼마든지 수사하여 처벌을 할 수 있지만, 검찰수사의 잘못에 대하여는 검찰 자신이 수사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무소불위의 기관이기 때문이다.

당시 필자가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을 때 경향 보도를 통하여 이를 접한 국민 대다수로부터 "현직 경찰서장이 저렇게 당하는데 일반국민은 오죽하겠느냐?"는 한탄의 목소리가 울려 펴졌었다.
이는 필자가 당시 현직 경찰서장이었기 때문에 그 인권이나 신분이 하등 더 고귀하다거나 동정의 뜻에서가 아니라, 비록 수사보조자의 지위에 있는 경찰서장이지만 엄연한 국가의 일선 치안관서장이 저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정도면 힘없고 빽없는 일반서민은 얼마나 당하겠느냐는 개탄과 자조의 우려였음을 필자는 잘 안다.
그렇다면 오늘도 검찰은 검찰 자신들만이 수사주체가 되어야 국민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다고 사자후를 토하는 만용으로 인해, 이 시간 어느 국민이 또다시 필자와 같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을지 생각해보면 모골이 송연하여 진다.

검찰의 수사를 받을 당시 필자의 경우, 우선 현행범인도 아니고 긴급체포 요건에 해당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서장 집무실에 난입하여 강제 연행해 간 것 자체가 불법수사이며, 불법 긴급체포라 하여도 48시간을 넘기면 무조건 석방하여야 함에도 같은 해 4월 9일 18:00 판사의 구속영장이 발부될 때까지 54시간이 걸렸으므로 족히 12시간을 불법 감금한 것이다.
당시 필자는 수사조서 작성 시 피의자신문조서를 총 일곱 번 받았는데 그 중 여섯 번은 검사가 얼굴 한 번 비친 적도 없이 입회계장 혼자서 조서를 꾸몄으며, 한 번 검사가 직접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할 때에도 입회계장의 입회 없이 검사 혼자서 문답도 없이 일방적으로 조서를 꾸몄고, 이러한 조서를 마치 "검사가 입회계장 참여 하에 신문조서를 받았다"고 허위공문서를 꾸민 자체도 불법수사일 뿐 아니라, 그러한 허위공문서인 피의자신문조서가 형사소송법 상 '증거능력을 갖은 지위'에 있어 법원에서 유죄 판결의 증거로 채택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검찰은 필자의 수사 당시 뇌물수수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며 구00과 대질조사를 줄기차게 요구하였으나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00와는 대질조사 형식은 갖췄으나 몇 초간 얼굴을 대면하게 한 후 바로 내보내고 검사 혼자서 대질조사 시 진짜로 문답을 한 것처럼 조서를 수 장 작성하였는데, 이러한 사실이 이00의 법정 신문을 통하여 공판조서에 밝혀진 후 후일 대법원 판결문은 이에 대해 "이00와의 대질조사는 검사가 허위로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는 추상같은 판시를 받은 것이다.
물론 검찰의 불법수사는 거기에 그친 것이 아니라 필자를 2박 3일간 밤샘 조사할 당시 검사 세 명이 교대로 드나들며 온갖 협박과 굴욕적인 언행을 일삼았고, 구속 이후 검사가 교도소로 공문을 보내 수사기간 20일 내내 일체 가족 면회도 금지시켰을 뿐 아니라 수감도 징벌 독방에 수용시킨 채 교도관 2명이 상주하여 감시를 하게 하였다.

이제 결백이 밝혀져 무죄 판결을 받았고 장장 4년이 지난 지금도 필자는 그 악몽 같은 4월만 돌아오면 마치 주술에 걸린 사람처럼 온 몸을 떨면서 밤을 하얗게 지새우고, 우울증 등 정신병이 심하게 도져 앓아 누운 채 폐인처럼 연명하고 있으니, 인권옹호 기관이 되기 위해 수사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검찰에 의해 이렇게 참혹한 인권유린을 당한 국민이 어디 필자뿐일까 하는 생각에 미치면 그저 암울한 현실에 가슴만 메어올 뿐 할 말이 없다.
만일 필자나 비슷한 경우의 국민이 경찰로부터 이와 같은 인권유린을 당하였다면 당장 검찰에 고소하여 상응한 형사처벌을 받게 하였을 것이지만, 검찰 이외에 수사주체나 상호 견제권력이 없는 오늘의 현실에서는 그저 국가와 제도를 원망하며 한탄할 수밖에 달리 방도가 없다.

작년에 필자는 검찰의 회유․협박에 놀아 나 자신의 부죄를 줄이고자 허위진술을 하여 누명을 씌운 불법행위자 세 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였던 바, 지난 2월 대전지방법원으로부터 "3인이 원고에게 허위진술로 음해하는 등 불법행위를 자행하여 막대한 피해를 입힌 점이 인정되므로 3인은 연대하여 1억 8천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2004가합 6300)을 받았고,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건은 1년이 지난 아직까지 1심 법원에 계류 중에 있다.

서두에서 필자는 최근 검․경이 수사권 조정회의와 공청회를 열고 상호간의 주장과 국민여론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열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였다.
그러나 필자나 많은 국민의 눈에는 먼저 검․경 상호간 기관 이기주의나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지지 않길 바란다.
물론 상호 기관간 추천위원들이 저마다 해박한 법률지식과 경륜으로 나름의 이론을 펼쳐서 국민의 판단을 도울 수 있다면 매우 바람직하게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두 기관은 시대 흐름의 대세를 거역할 수 없어 '수사권 조정회의'라는 타이틀을 걸어 놓은 채, 검찰은 현행 수사제도를 더욱 굳히기 작전으로 나오는 것 같고, 경찰은 이 기회에 50년 숙원인 독자 수사권을 제도적으로 명시하여 국민의 인권을 직접 책임질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으로 보여진다.
무릇 이론과 실제는 항상 다르고 겉모습과 속마음도 일관되게 같을 수 없다.
적어도 검․경 총수나 수뇌부, 또는 각 기관 추천위원들 중에 아무리 해박한 지식과 경륜을 갖췄다하더라도 과연 필자처럼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살이를 해 보았으며 처참한 인권유린을 당해 보았는지 묻고 싶다.
진정 체험을 통하여 뼈 속부터 우러나오지 않은 이론은 탁상공론 식 수박 겉 핥기에 다름 아닐 수 있다.
필자는 현재 현직 경찰서장도 아니고 전직 총경이라고 하여 일방적으로 경찰 측 안 만을 두둔하거나 지지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경찰이라는 조직은 필자가 간부로 20년 이상을 근속하여 보아서 잘 알지만, 경찰 비리에 관한 한 자체 사정활동이 워낙 엄격하여 일년에 수 백명이 징계를 받고 옷을 벗을 정도여서 내부적으로 보면 아주 비정한 조직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필자의 경우도 현직 경찰서장 재직 중 억울한 누명을 쓰고 검찰에 구속되자 경찰청은 곧바로 감찰조사를 나와서 뇌물수수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상대방도 부인하였지만 구속영장과 공소장을 토대로 무조건 징계 파면 처분을 하였었다.
추후 필자가 무죄 판결을 받은 후 징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하자 경찰청은 "당사자가 행정자치부 소청심사위원회의 소청 기각결정 후 90일 이내에 제기하게 되어 있는 행정소송법 상 불변기간을 놓쳐 동 소를 제기하였으니 취소청구소송을 기각해 달라"고 집요하게 재판부에 어필하여 패소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그리하여 경찰청에 필자가 무죄 판결문을 근거로 징계를 직권취소하여 달라는 청원에 대하여도 일언지하에 불가 회신을 보내 올 정도였으니, 현재 필자는 무죄 판결을 받고도 파면 처분이 해소되지 않아 복직도 못하고 연금도 반밖에 수령하지 못하는 불이익을 감수하고 있다.
이를 단순히 필자의 개인적인 운명으로 돌리기에는 너무나 가혹하다고 생각되는 한편, 전국의 12만 경찰관 중에 필자 보다 더 억울한 동료가 있지 않을까 연민하면서 차라리 기꺼이 감내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경찰 조직은 산하 조직인에 대한 최소한의 인권 보호도 외면하면서, 그런 조직인으로 하여금 국민의 막중한 인권을 보장하겠으니 독자수사권을 달라는 염치 또한 합당한 것인지 묻고 싶다.
그러나 최근 새로운 경찰청장이 부임하고 난 이후 조직인이 억울하게 사법처리를 받았을 때 적극적으로 변호 활동을 해 준다는 기사를 보고 만시지탄을 금치 못하였다.

이에 비해 검찰조직은 경찰과 달리 자신들의 조직인을 아주 철저하게 애정 어린 일체감으로 보호하고 감싸주는 것 같다.
왜냐하면 검찰이라고 비리가 없으리란 법이 없지만 검찰 자체적으로 사정활동을 하여 파면 등 중징계에 처한 사례를 본 적이 없으며, 필자의 경우와 같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불법수사를 당하고 무참하게 인권유린을 당하였어도 자체적으로 관련자에게 감찰조사조차 한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법령 상 법무부 소속 공무원에 대하여는 설사 형사사건을 저질렀어도 경찰 등 타 기관이 수사를 하거나 일체 손 댈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관대한 것 같다.

위 두 기관의 위 사례에서 보듯 경찰은 자체 사정활동을 통하여 조직인을 가혹하게 처벌하는 비정함이 있을 정도인 반면, 검찰은 자신의 조직인을 비교적 관대하게 처분할 정도로 인정이 많은 조직으로 볼 경우, 더하여 경찰관의 비리에 대하여는 수사주체인 검찰이 상시 감시․통제하고 언제든지 수사를 벌여 형사처벌을 할 수 없는데 비해, 검찰의 비리에 대하여는 경찰 등 타 기관이 전혀 수사를 할 수 없고 오직 검찰 자체 수사나 감찰활동만이 가능할 뿐이므로, 만일 현행 법제처럼 수사기관간 상호견제 수단이나 균형적인 제도가 없다면 앞으로 과연 검찰비리는 누가 발본색원하고 처벌을 한단 말인가?

모름지기 민주주의 원리는 노무현 대통령 말씀을 빌리지 않더라도 자율과 분권의 원칙 하에서 국민 편익을 위해 상호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행 우리나라의 형사소송법 등 관련 법제는 일개 검사에게 범죄인지권, 수사권,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기소독점권, 기소편의권, 공판참여권, 형 집행권 등 한 개인 국가기관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부여하고 있다.
여기에 인권옹호 직무에 따른 경찰서 유치장 감찰권은 물론 타 기관인 경찰관에 대해 감찰요구권과 체임요구권까지 있으니, 이는 상호 보완적 수사기관이 아니라 가히 상명하복 관계를 넘어 군주시대의 주종(主從)관계라 아니할 수 없다.
이에 비해 경찰은 독자적으로 아무 수사도 할 권한이 없고 다만 검사의 지휘 없이 현행범인을 체포할 권한이 있는데, 현행범인은 국민 누구나 체포할 권한이 있으므로 경찰에게 특별히 주어진 권한이라 할 수도 없다.

이제 21세기 지구촌의 문명시대는 민주주의와 지방 분권화의 흐름으로 나아가고 있다.
민주주의 기본 원리는 두 말할 필요도 없이 분권을 근간으로 한 자율과 책임이다.
이제는 대한민국 경찰도 창설 50주년을 넘어서면서 노하우가 축적되고 충분히 인권의식과 자질함양을 기하였다고 보여진다.
그러므로 기득권자는 언제까지나 20세기 일본제국주의 유물인 형사소송법 제195조와 동 제196조를 붙잡고 늘어질 것이 아니라, 이의 전향적인 개정을 통하여 경찰에게도 수사주체권을 부여하여 스스로 수사하고 국민의 인권을 자율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체제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검찰은 계속 경찰 수사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를 정착시키고 경찰 또한 검찰을 직접 수사할 수 있는 상호 균형적인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할 시대라고 본다.
아직도 이에 대해 우려하는 이론이 있다면 필자로서는 그 이유가 경찰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바로 인권 보호대상인 대한민국 국민을 얕잡아 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는 '검․경 수사권 조정 공청회장'에서의 두 얼굴이 아무리 심각해도 결국 인권보장 제도는 국민이 부여해 줄 사안이며, 우리나라 국민은 오히려 검․경의 민주주와 인권의식을 훨씬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2005. 4. 18
전 옥천경찰서장 박 용 운 73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