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구대에서 불과 200m 떨어진 곳에 여중생이 납치돼 나무에 묶여 있다는 신고를 받고도 25분 뒤에 순찰차를 출동시켜 물의를 빚고 있다.
이 여중생은 경찰보다 먼저 달려간 삼촌에 의해 구출된 데다 경찰은 늑장 출동으로 범인 검거에도 실패해 부모들이 항의하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6시 30분께 중학교 1학년 A(13) 양은 경남 고성군 하이면 한 문방구에서 학교 준비물을 산 뒤 집으로 돌아가다 정체 불명의 30대 남자에게 납치돼 인근 하이초등학교로 끌려갔다.
이 남자는 A 양을 학교 뒤쪽 벽오동나무에 묶은 뒤 포장용 테이프로 입을 가리고 '소리 치면 죽인다'며 흉기로 위협했다. 이 남자는 책가방을 뒤져도 아무 것도 없자 A 양의 얼굴을 10여 차례 구타한 뒤 사라졌다.
겁에 질려 있던 A 양은 1시간 15분 만인 오후 7시 45분께 손목을 결박했던 테이프를 풀어낸 뒤 바지 주머니에 있던 휴대전화로 부모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A 양의 아버지는 근무지인 하동에서 즉시 고성경찰서 하이지구대에 전화를 걸어 A 양 구출과 범인 검거를 요청했다. 하지만 정작 A 양을 구출한 것은 경찰이 아니라 A 양의 삼촌이었다. A 양 아버지로부터 연락을 받은 A 양의 삼촌은 경남 사천시 향촌동 자신의 집에서 A 양이 묶여 있던 학교까지 자동차로 15분 만에 달려간 것.
경찰은 A 양의 삼촌이 도착한 오후 8시보다 10분이나 더 지난 오후 8시 10분께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은 지구대의 내근 근무자는 지령 등의 이유로 자리를 비울 수 없었고, 고성군 상리면과 하일면 등지에 있던 순찰차가 현장까지 돌아오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A 양의 진술을 토대로 면식범이나 정신 이상자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키 170㎝가량의 30대 남자를 쫓고 있다.
A 양 가족들은 "지구대에서 걸어서 1~2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에 여중학생이 괴한에게 납치됐다는 신고가 들어갔는데도 순찰차 타령만 하는 경찰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며 "제때 출동했으면 잡을 수 있었던 범인도 놓친 꼴"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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